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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와우리] 평화는 값싸게 찾아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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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5 20:51:07 수정 : 2018-01-25 20:5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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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서 남북 공동입장 한다고
北 핵 ·미사일 위협 사라지지 않아
국제사회도 이미 18년전 경험
비핵화까지 대북제재 계속돼야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남북 선수단이 아리랑 반주에 맞춰 하늘색 한반도기를 들고 입장하자 12만명의 관중은 기립박수로 ‘코리아’에 환호를 보냈고, TV 중계를 지켜본 국민은 감격했다. 18년 전 시드니 하계올림픽의 추억이다.

그 이후 북한은 핵실험과 미사일 시험발사를 거듭했고, 마침내 2017년 11월29일 ‘화성-15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고 ‘국가 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됐다’고 선언했다. 다시 한국은 미국을 설득해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와 남북대화를 위해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했다. 하지만 북한은 평창올림픽 개막 하루 전에 ‘건군절’ 열병식을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 정치학
국제사회가 평창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와 남북대화를 환영하면서도 대북제재의 강도와 경계심을 낮추지 않고 있는 것은 바로 이 18년의 경험 때문이다. 최근 미국은 중국 관련 선박이 북한 항구에 입항해 북한산 석탄을 밀거래하는 모습을 포착했다. 일본은 20일 북한 유조선과 도미니카 선적 유조선이 상하이 앞바다에서 물건을 옮겨 싣는 장면을 공개했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는 장고 끝에 평창올림픽 개막식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23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북 압박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입장도 재차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올림픽은 올림픽으로 따로 분리해 생각해야 한다. 대북 압박 극대화 방침은 조금도 흐려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이 올림픽 기간 중 도발적인 행동을 억제하는 것은 좋지만 그동안에도 핵·미사일 개발을 계속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대북 제재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유럽연합(EU)도 22일 북한의 핵무기 및 탄도미사일 개발과 관련한 북한인 17명을 독자 대북제재 대상에 추가했다고 밝혔다. 마야 코치얀치치 EU 대변인은 “남북이 올림픽에 공동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하는 등 ‘평화적 분위기’가 조성된 점은 고무적이나 북한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나서기 전까지는 대북 압박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미국 하원은 17일 본회의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는 나라에 대해 세계은행(WB)의 저금리 차관을 차단토록 하는 내용의 '2017 세계은행 책임법’(World Bank Accountability Act of 2017)을 통과시켰다. 유엔 회원국이 아닌 대만 정부도 대북제재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21일 “대만 정부가 대북제재 블랙리스트에 오른 선박의 입항을 거부하고 승선조사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1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반도가 전쟁 위기를 겪던 때를 생각해보면 지금은 굉장히 행복한 일과 분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우리가 원하던 평화 올림픽으로 가고 있고, 꿈도 못 꾸던 북한의 참가를 논의하고 있는 큰 숲이라는 모양새를 좀 봐달라”며 “무엇보다 평화를 위해 나아가는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 청와대 관계자의 말처럼 지금의 정세가 평화를 위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면 좋겠다.

그런데 국제사회는 이 청와대 관계자와는 상당히 다른 인식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최근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북한은 과거에도 이런 대화를 했었다”며 “한국과 북한이 현재 손을 잡고 있다고 해서 ‘위협’이 사라진 것이 아니다. 미국과 국제사회는 북한이 (핵· 미사일을) 완전히 해체할 때까지 계속 압박을 가할 것”이라고 단호히 말했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가 비핵화와 평화로 발전하기를 진정 희망한다면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직시해야 하고, 대북제재의 고삐를 늦춰서는 안 된다. 남북이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 입장하고, 아이스하키 단일팀을 꾸린다고 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이 사라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평화는 그렇게 값싸게 찾아오지 않는다.

양기웅 한림대 교수·국제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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