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천안시공무원노조와 전·현직 천안시의회 사무국 직원들은 “의회 직원들 사이에서는 의원들 등살 때문에 ‘의회를 떠나면 시청 어떤 곳으로 발령이 나더라도 영전’이라는 말이 공공연하다”고 말했다. 시의원들이 개인 보좌관이나 비서 수준의 업무 수행을 요구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개인비서 취급하듯 업무지시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무국 직원들은 의원들이 의안 발의나 5분 발언 아이디어 발제는 물론 문서까지 만들어 오라고 요구하는 것은 물론 조례개정안까지 만들어 달라는 의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사무국 직원들에 대한 인격 모독성 막말 논란에 휩싸여 천안시공무원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천안시원들의 갑질횡포 논란은 지난해 추석연휴 전날인 9월29일 의회사무국 직원 2명이 1만원짜리 호두과자 1상자를 태안군의회까지 배달한 일로 불거졌다. 천안시공무원노조 등에 따르면 당시 천안시의회 사무국 직원 A씨와 B씨가 연휴 전날 천안에서 태안까지 왕복 190㎞를 오가며 호두과자를 배달한 것은 전종한 천안시의회 의장이 지시 때문이었다.
공주석 천안시청공무원노조위원장이 23일 천안시의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전 의장은 회식에 참석하지 않는 의회사무국 직원 32명과 본인이 함께하는 카카오톡 단체카톡방에 송년회 회식에 불참하면 인사조치를 취하겠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의원들의 식사 비용 집행과 관련해서는 일부 야당 의원이 자신이 소속된 여당 의원들과 별도로 식사를 하자 사무국에 식대를 결제하지 말라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전 의장은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최근 불거진 사무국 직원에 대한 막말과 인사권 거론 논란 등과 관련해 의도하지 않았다해도 상처를 준 부분이 있다면 그분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천안시청공무원노조는 “진심 어린 사과가 아닌 해명에 불과하다”며 22일부터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시의회사무국 직원들은 의장뿐 아니라 시의원들의 부당한 업무지시와 잔심부름도 끊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천안시의회 사무국에서 근무했던 한 직원은 “의원들의 국내외 출장에 동행하면서 의원들의 짐꾼 노릇에 음식 투정까지 받아들이며 밤 늦게 수행원 노릇을 하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며 “두번 다시 의회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천안=김정모 기자 race121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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