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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환 기자의 수요돋보기] 부천역 광장 '흡연부스'는 왜 철거를 앞뒀나

입력 : 2018-01-24 08:00:00 수정 : 2018-01-24 09: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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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2시30분쯤. 1호선 부천역 마루광장.

60대로 추정되는 한 남성이 담배 한 개비를 꺼내 입에 물더니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그는 마루광장에 설치된 흡연부스에서 1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담배를 피웠다. 흡연자를 위한 부스가 옆에 있는데 버젓이 다른 곳에서 흡연했다. 부스에서는 두 남성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남성은 “흡연부스가 있는데 담배를 바깥에서 피우시느냐”는 기자 질문에 말없이 바라보고는 단속반이 아닌 것을 알았는지 재차 담배를 입에 물었다.

이날 부스 근처뿐만 아니라 광장 여기저기서 꽁초 여러 개가 발견됐다. 마루광장 바닥은 나무로 건설됐는데, 꽁초는 주로 나무판 사이 틈에 버려져 있었다.

 

비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흡연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부천시가 지난 2016년 3월, 부천역 마루광장에 설치한 흡연부스. 하지만 부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고, 주변에 오물이 있어 불쾌하다는 민원이 이어지면서 시는 내달 철거를 결정했다.


부천시가 비흡연자의 간접흡연 피해를 줄이고 흡연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지난 2016년 3월, 광장에 덮개 없는 개방형 흡연부스를 설치했지만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여전히 포착되고 있다.

흡연부스가 비흡연자의 건강을 보호하고 도시 미관을 개선하며, 흡연권도 보장하는 일석삼조 효과를 거둘 거라는 게 당시 관계자들 예측이었지만 일부 흡연자들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있었다.

최근 열흘간 총 3차례에 걸쳐 기자가 마루광장과 부스 등을 관찰한 결과, 대부분 흡연자는 부스를 이용했지만 바닥에 버려진 꽁초는 여전히 발견됐다. 일부가 부스가 아닌 광장에서 담배를 피우고 간 것으로 추정됐다.

이러한 현실이 반영되었는지 부스에는 “이용 불량으로 인한 주변 및 바닥 등의 훼손과 불결한 환경으로 흡연부스 철거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며 “향후 이용실태 변화가 없을 시, 2018년 2월 철거가 예정되어있다”는 안내 현수막이 걸렸다.

흡연자들은 철거를 아쉬워했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일명 ‘길빵’으로 흡연자를 향한 시선이 싸늘한 상황에서 안심하고 이용할 곳이 있어 반가웠는데 철거 안내 현수막이 걸리자 적잖이 당황한 기색이었다.

담배를 피우고 나온 한 남성은 “부천역으로 다니면서 흡연부스를 이용해 편했다”며 “혹시 어디로 옮겨지는지 아시느냐”고 물었다. 그는 민원이 있었던 것 같다는 기자 말에 현수막을 흘끗 보고는 제 길을 갔다.

시에 따르면 흡연부스 민원은 2016년 5건, 2017년에는 15건이 있었다. 모두 부스 바깥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에 관한 내용이거나, 부스 주변에 꽁초와 기타 오물이 있어 불쾌하다는 반응이었다.

시 관계자는 “작년 3월부터 4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광장과 부스를 모니터링했다”며 “지난달에는 유지관리 대책회의도 진행했다”고 밝혔다.

금연지도원과 부천 시니어클럽 그리고 전문 청소업체 등이 평일과 휴일 등을 가리지 않고 지속해서 부스 주변과 광장을 청결히 관리했다. CCTV를 설치하고 부스 안팎에 경고 안내문도 붙였다.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판단하에 철거에 무게를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정확한 철거일, 이전위치와 관련해 관계자는 뚜렷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논의 중이라는 게 23일 추가 통화에서 나온 관계자 설명이었다. 평소 부천역 유동인구가 20만명 내외라는 2년 전 기사를 참고한다면 정확한 고지가 필요해 보인다.

글·사진=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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