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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남과 북이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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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23 20:27:41 수정 : 2018-01-23 20:2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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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행’ 의도 잘 알아… 北 허세 안 통해/정부도 협상카드 양보·과잉 환대 안 돼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은 직후의 일이다. 북한의 관영 매체들은 ‘남조선 당국은 착각하지 말라’는 제하의 논평을 통해 문 대통령의 발언을 비판했다. 대북제재가 대화국면을 견인한 측면을 언급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상전(미국)의 비위를 맞추어야 하는 가련한 처지’로 그리고 향후 북한 비핵화를 위한 대화를 열어가겠다는 발언에 대해서는 ‘얼빠진 궤변’으로 폄하했고, “이빨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통강냉이를 먹겠다고 설쳐대는 것”이라고 비꼬기도 했다. 자신들의 평창올림픽 참가에 대해서는 “아량과 진정으로 남조선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 것”이라고 자찬(自讚)하면서 “선수단을 태우고 갈 버스는 아직 평양에 있다”며 큰 소리를 쳤다.

그러나 먼저 착각을 하지 않아야 할 사람은 북한 당국자들이다. ‘대범한 아량과 주동적인 조치’로 남북관계 개선의 불씨를 마련하고 평창올림픽 참가를 결정했다는 평양 매체의 주장과는 달리 국제사회는 북한의 평화공세가 자신들의 ‘핵보검’을 기정사실로 인정받으면서 대북제재를 허무는 데 한국을 이용하려는 전략적 의도에서 출발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또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출전자격을 가진 선수가 거의 없는 북한에 수십 명의 선수단을 보낼 수 있도록 특혜를 준 것이나 한국이 북한의 요구를 군말 없이 수용한 것은 ‘스포츠와 평화’라는 대의를 존중하고 핵해결에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선의(善意)에 따른 것이다. 북한은 여차하면 선수단을 보내지 않을 수도 있다며 허세를 부릴 위치에 있지 않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 전 통일연구원장
고위급회담에서 북측 수석대표는 ‘이것이 민심이다’라는 표현을 수차례 사용했다. 한국 국민이 북핵을 ‘남한까지 지켜줄 민족의 보검’으로 인정해 북한이 한반도 정세를 주도하는 것을 수긍하기 때문에 ‘보수정권’을 물리치고 새 정부를 탄생시킨 것으로 믿고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라면 이 또한 큰 착각이다. 전임 대통령의 탄핵과 새 정부의 출범은 대북정책과는 무관한 국내 정치·사회적 사태였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로 또래의 군인들이 희생된 것에 분노했고,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그리고 핵공갈에 몸서리를 쳤으며,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합의를 보면서 북한을 이런 식으로 무임승차시키면서 우리 선수의 기회를 박탈해도 되느냐고 반문하고 있다. 그런데도 북한이 자신들의 올림픽 참가에 한국민이 고두감읍(叩頭感泣·감격해서 머리를 조아리며 움)할 것으로 착각해 오만을 떨거나 체제선전을 시도한다면 이보다 더 큰 낭패는 없을 것이다.

당연히 착각은 우리 정부에도 금물이다. 우리의 선의에 북한이 쉽게 비핵화로 화답할 것으로 기대해 우리의 협상카드를 미리 양보해서는 안 될 것이며, 지금까지 핵무기로 우리를 위협했고 평창 이후에도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은 북한이 미소와 평화구호를 앞세우고 평창에 오는 것 자체에 대해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국민도 적지 않다.

이들은 체육행사와 무관한 태권도 시범단이니 공연단이니 하는 단체들이 오는 것에 대해 달갑게 여기지 않으며, 우리 선수가 북한의 마식령 스키장에 가서 전지훈련을 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느닷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공연시설 점검차 서울에 온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정상급 예우를 받은 사실이나 언론의 지나친 호들갑에 대해서도 심기가 편치 않다.

올림픽 개최국인 한국이 행사기간 동안 북한 사람의 안전을 책임져주고 정중하게 대해야 함은 기본이겠지만, 과도한 환대나 양보가 그들의 착각과 오만을 부추긴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정부는 우리 국민의 정서를 보살피는 차원에서라도 올림픽과 관련해 오는 북한 사람이 한국에서 국제관례와 예의범절을 지키도록 선도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한국에 와서 으스대고 체제선전이나 하면서 들쑤시고 다닌다면 이는 ‘우려 반 기대 반’의 심정으로 평창올림픽을 성원하던 국민의 분노를 촉발하는 일이다.

김태우 건양대 교수 전 통일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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