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으로 돈 버는 시대 끝났다
지난 18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재건축 가능 연한·안전기준 강화 검토 발언에 이어 이날 재건축 예상 부담금 발표는 “조합원이나 투자자나 할 것 없이 재건축 아파트로 돈 벌려고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앞으로는 재건축이 속도를 내면서 진행되지 못할뿐더러, 재건축으로 이익을 본다고 해도 최대 절반을 뱉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 예상대로 조합원 1인당 부담금이 서울의 웬만한 중형 아파트값만큼 나올 경우 이를 감수하고 재건축을 추진할 단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부담금이 많게 나온다면 조합원들은 재건축을 계속할지, 과거처럼 규제 완화가 될 때까지 기다리며 사업을 중단할지 갈림길에 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을 가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한 반발과 시장 혼란도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강남권은 2006년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도입 이후 실제 부과 전 제도가 유예(2012년)됐기 때문에 만일 올해 부담금이 나오면 첫 사례가 된다. 또 강남권을 제외하더라도 그동안 부과된 사례가 별로 없어 부담금을 산정하는 방식에 대한 시장 반발이 크다. 부담금의 개발이익 산출이 입주일로부터 10년 전 가격을 기준으로 정해진다는 게 대표적이다. 10년 전이면 입주 시점의 시세와의 차이가 너무 크고, 조합원 각각의 아파트 매입 시점과 이에 따른 차익 차이도 별도로 고려되지 않는다.
위헌 소지도 있다. 부담금의 근거가 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는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 등을 이유로 현재 위헌소송이 제기돼 있다. 이밖에 도심 요지에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재건축의 순기능을 무시한 일방적인 규제에 대한 불만도 정부가 풀어야 할 과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참여정부의 실패를 알면서도 지금도 그때처럼 수요만 억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만일 재건축을 제한하려면 그만큼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도심 택지부터 서둘러 확정·발표해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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