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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의 현장人] 엄성흠 연구 교수, "따듯한 격려 한마디에 선수들은 눈물을 흘립니다"

입력 : 2018-01-20 19:14:45 수정 : 2018-01-22 11: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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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메달이 인생을 바꿀 만큼 큰 부와 명예를 가져다주지도 않습니다. 국가 대표선수들은 국민들의 응원에 기뻐하고 격려 한마디에 눈물을 흘립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묵묵히 노력해온 선수들입니다. 혹시 실수하더라도 따뜻한 마음으로 응원해주시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 선수들이 훗날 훌륭한 지도자가 돼 스포츠 발전에 큰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엄성흠 연구 교수가 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빙상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려대 빙상경기장에서 만난 엄성흠 연구 교수는 한결 여유롭고 모습과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었다. 선수들을 지도하는 모습이 세심해졌다는 질문에 그는 "오랫동안 선수들을 함께 생활하면서 느끼는 감정입니다"며 빙긋이 웃었다.

그와 지난 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빙상경기장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Q. 국가대표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느낀 점은?

A. “태릉선수촌에서 선수들과 함께 하는 것이 늘 즐거웠습니다. 함께 할수록 책임감과 기대감에 늘 졸였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익숙해져 부상만 없었으면 합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했던 선수들이 부상이나 슬럼프에 빠지면 옆에서 지켜보기가 힘들었죠.”

Q. 기억에 남는 선수는?

A. “10여 년쯤. 탁구대표팀에 재활담당 트레이너로 근무했습니다. 그때 담당했던 유승민 선수가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대회를 치를수록 발전하는 모습과 결정적인 순간마다 놀라운 집중력을 보였습니다.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연소 선수촌장에 임명되었는데 선수들이 올림픽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잘 관리 해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엄성흠 연구 교수가 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빙상경기장에서 한 선수의 무릎에 테이핑을 하고 있다.

Q. 선수들의 지도 방식은?

A. “이번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 중 쇼트트랙 곽윤기 선수,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 선수를 오랫동안 재활운동 지도를 했습니다. 둘 다 자기관리를 잘 하는 선수입니다. 부상이 있을 때 걱정이나 부정적인 것을 말하기보다는 긍정의 힘을 더 키워준 것이 선수들에게 더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 국가 대표가 되기 위해서?

A. “겨울 스포츠는 스케이트나 스키 등 스포츠과학적인 기술이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장비도 꼼꼼하게 조사해야 하고 자신과 경합을 하는 선수의 기록을 비교하면서 대표선발전까지 기량을 유지해야 합니다. 개인종목과 단체종목이냐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체력과 경기 기술이 크게 중요한 부분입니다. 체계적인 훈련프로그램을 바탕으로 많은 대회 경험이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Q. 국가 대표 선수들의 생활은?

A. “태릉선수촌에 경우 아침 6시부터 동, 하계 거의 모든 종목 선수들이 대운동장에 나와 스트레칭을 합니다. 바로 이어서 달리기나 체력훈련 등 종목별 오전 운동프로그램이 시작되고 점심 먹고 본격적인 운동, 저녁 먹고 개인 훈련을 하고 나면 오후 8시가 훌쩍 넘습니다. 잠들기 전까지 개인별 코어나 재활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선수촌에 입촌한 국가대표 선수들은 경기장에서 태극기가 걸리는 최고의 순간을 꿈꾸며 잠자는 시간 외에는 힘겨운 자신과 싸움을 끝까지 이어 갑니다.”

Q. 지금도 관리 하는 선수들은?

A.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 바이애슬론과 장애인 태권도선수, 장애인 스키선수들의 재활운동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Q. 국가 대표 선수를 어떻게 봐야 하나요?

A. “한 선수가 국가대표가 되기까지는 수많은 고비와 고통을 이겨내야 합니다. 비인기 종목 선수들은 국가대표가 선발 되도 같은 종목에 있는 사람들이 아니면 옆에 지나가도 알지 못합니다. 아직도 선수들을 위한 컨디셔닝 관리 시스템은 부족합니다. 만약 예기치 못한 부상으로 은퇴를 하게 되면 갈 곳이 없습니다. 팀에 지도자는 한정돼 있고 오로지 평생을 운동만 해온 터라 앞이 막막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불안감에도 앞만 보고 달려온 선수들이기에 더 안쓰럽기만 합니다.”

Q. 국가대표를 꿈꾸는 꿈나무들에게 조언한다면?

A. 멋진 롤 모델을 정해라. 그 선수가 어떻게 노력을 했고 어떻게 위기를 넘기며, 그 자리에 올랐는지를 생각하면서 훈련한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Q. 운동 선배로서 조언을 한다면?

A. “오랫동안 준비해온 올림픽이겠지만 멋진 대회를 즐겼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서 노력하겠지만 조금은 여유를 갖고 시합이 끝난 선수들은 관중석에서 다른 종목 선수들도 응원해주면서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이 성공리에 마무리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엄성흠 연구 교수가 18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고려대 빙상경기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Q. 장애인 선수에 느낌점은?

A. “국가 대표 선수들의 경기력을 증진을 위해 스포츠과학연구소에서 다양한 연구를 했었습니다. 그러던 중 장애인선수들을 담당하던 중 생활환경이 어려운 선수들이 접하게 됐습니다.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관심과 교육지원이 필요합니다. 저 역시 담당하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준비를 하느라 장애인 선수들을 봐도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사랑하는 딸이 아토피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프다면 저와 다 같은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가 있는 선수들을 보면 부모님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습니다. 관심 밖에 있는 장애인들에게 스포츠의학을 전공한 저부터 그들에게 작은 힘이라도 되어주고 싶었습니다.”

Q. 페럴림픽 경기 위원으로 참가하는데 소감은?

A. “국내에서 개최되는 평창 동계올림픽에 경기운영에 참여합니다. 페럴림픽에도 1주일간 경기 위원으로 참가합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 대회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예전부터 재활훈련 담당하거나 경기장에서 봐왔던 곽윤기, 김보름, 김아랑, 심석희, 이승훈, 이상화, 최민정 등 주목받는 스타 선수들도 응원하겠지만 근육과 관절이 불편한 장애인 선수들의 꿈을 실현할 수 있도록 열정적으로 돕고 싶습니다. 2년간 패럴림픽 국가대표선수 훈련복을 연구했었기에 패럴림픽에 각별한 애정을 느낍니다. 장애인 국가대표 선수들의 부상 방지를 위한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국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길 바라며 패럴림픽에서도 많은 관심과 응원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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