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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적폐청산=정치보복' 주장한 MB…두 문장으로 맞대응한 文

입력 : 2018-01-18 18:29:03 수정 : 2018-01-18 22:5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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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대통령 “분노” 직격탄 / “국가·민주주의 근간 흔들기”… MB, 文 ‘역린’ 건드렸나 / 당초 무대응 방침서 입장표명 지시 / “금도” 등 표현 동원 맞대응 이례적 / “무조건적 인내가 국민통합은 아냐” / 보수층 결집 계기… 부담 작용할 듯 / “신중한 언행이란 文 최대 장점 희석”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적폐청산=정치보복’을 주장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이날 공개된 문 대통령 메시지는 단 두 문장이다. 그러나 이 속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다시 정쟁에 끌어들인 이 전 대통령을 향한 문 대통령의 노여움과 적폐청산 의지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애초 청와대는 이 전 대통령의 전날 성명 발표에 대해 무대응으로 일관할 방침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앞둔 전직 대통령을 겨냥해 어떤 언급을 해도 정치적으로는 득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1995년 12월 김영삼정부 시절 청와대의 무대응이 전례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앞 골목 성명에 대해 “언급할 가치조차도 없다”는 냉담한 태도로 일관했다. 윤여준 청와대 대변인은 “김영삼 대통령은 오늘 오전 전씨 성명과 관련해 아무런 언급이나 표정 변화도 없었으며, 이는 전씨 성명에 괘념치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18일 오전 춘추관 대브리핑 실에서 지난 17일 있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 성명에 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청와대 역시 이날 오전 임종석 비서실장 주재 현안점검회의 이전까진 “청와대 안에서 검찰 개별사건 수사에 대한 지시나 논의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란 입장이었다. 그러나 현안점검회의 후 언론 동향 및 참모진 의견을 보고받는 티타임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 표명을 지시한 것이다.

정치 현안 발언을 삼가던 문 대통령이 이날 직접 ‘분노’, ‘금도를 벗어나는 일’ 등의 강한 표현을 동원해 맞대응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분노’를 말했다. 제가 대변인을 하면서 처음 듣는 말”이라고도 전했다.

무엇보다 이 전 대통령이 노 전 대통령을 거론한 것이 문 대통령의 ‘역린(逆鱗)’을 건드렸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대통령의 분노가 어떻게 개인적인 것에 머무를 수 있겠는가. 적어도 문 대통령의 분노는 국가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이라면서도 “개인적 분노와 불쾌감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5년 11월 22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서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인사를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분노 표출은 지지층에겐 통쾌함을 주었지만, 보수층에는 결집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또 이 전 대통령 측에선 “검찰 수사 압박용”이라고 시비 삼을 여지도 있다. 이처럼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는 이번 입장 표명에 대해 청와대 측은 “그동안 인내할 만큼 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해서는 안 될 말을 하고,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어섰다는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통합이라는 게 무조건적 인내를 의미하지 않는다”며 “많은 인내를 해오면서 여기까지 왔다. 모든 것을 인내하는 게 국민통합은 아니다. 정의를 부정하고 민주주의 가치를 흔드는 것에는 인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제시 여부에 대해서도 “청와대나 대통령이 가이드라인을 주기 위해 그런 꼼수를 쓰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전문가들은 문 대통령이 내놓은 입장이 정국에 큰 변화를 불러오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17일 오후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검찰의 특수활동비수사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태곤 의제와전략그룹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이 전 대통령이 박근혜 전 대통령만큼 팬덤(열렬지지층)이 있는 전직 대통령은 아니지 않나”라며 “현재의 여론 지형이나 정치 국면, 6월 지방선거 등에 본질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의 격앙된 어조가 보수 여론을 자극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현 집권층에 새로운 부담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평론가는 “자유한국당이 어느 정도 이 전 대통령을 엄호해 주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화가 난 듯한 표현, ‘정치보복’ 주장에 대한 강한 부정은 보수 결집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다른 평론가는 “신중한 언행이라는 문 대통령 최대 장점이 희석됐다”고 지적했다.

박성준·유태영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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