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아하! 알고보니] 韓 전매특허 ‘날 내밀기’… 쇼트트랙 정석으로 정착

관련이슈 2017 월드컵

입력 : 2018-01-18 20:53:50 수정 : 2018-01-18 20:53:50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1990년대부터 대역전 ‘비장의 무기’ / 이젠 모두가 결승선에서 발 내밀어 / 규정 변경… 빙판에서 날 떼선 안돼
전이경(앞)이 1998 나가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날 내밀기를 통해 양양S(중국)를 제치고 결승선을 먼저 통과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한민국은 명실상부 쇼트트랙 최강국이다. 1992 알베르빌 동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나온 144개의 메달 중 42개(금메달 21, 은메달 12, 동메달 9개)를 한국이 가져왔다. 한국이 쇼트트랙의 절대강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훌륭한 코치진과 체계적인 훈련, 그간 쌓인 노하우 등 여러 요인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끊임없는 연구도 한몫했다.

한국의 연구가 빛을 발한 부분이 바로 ‘날 내밀기’다. 쇼트트랙은 골인 지점에 날끝이 들어오는 순간 기록이 인정된다. 날 내밀기는 육상에서 가슴을 내밀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1000분의 1초에 따라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쇼트트랙 특성상 마지막 한 발을 쭉 내미는 것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날 내밀기가 처음 등장한 것은 1992 알베르빌 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선 김기훈이 결승선 통과 직전에 날을 내밀어 막판 뒤집기에 성공한 게 시작이었다. 이후 1994 릴레함메르 올림픽에서 채지훈도 남자 500m에서 날을 내밀어 0.02초차의 역전극을 일궈냈다. 1998 나가노 올림픽에서도 김동성은 남자 1000m에서 막판까지 리자준(중국)에 이어 2위로 달리다 결승선 앞에서 날을 내밀어 0.053초 차이로 우승을 차지했다. 자신이 우승한 줄 알고 환호하던 리자준이 허탈한 표정을 짓는 모습은 지금도 쇼트트랙 팬들의 뇌리에 생생하다. 전이경도 같은 대회 여자 1000m에서 날 내밀기를 통해 양양S(중국)를 0.57초차로 따돌리고 금메달을 수확했다.

실력으로도 뛰어난 한국이 날 내밀기라는 ‘전가의 보도’를 앞세워 자주 역전극을 연출하자 주변국들의 견제가 들어왔다. 특히 날 내밀기로 인해 금메달 2개를 빼앗긴 중국이 나가노 올림픽 이후 정식으로 이의제기를 했고, 결국 규정이 변경됐다. 날 내밀기가 허용되긴 하지만 스케이트 날이 빙판에서 떨어지면 실격 사유가 된다.

여전히 날 내밀기가 유효한 기술로 인정되기에 이제는 한국선수뿐만 아니라 쇼트트랙을 하는 모든 선수가 결승선 통과 전에 날을 내민다. 한국 선수들과 코칭스태프가 끊임없는 연구 끝에 고안해 낸 비장의 무기가 한 종목의 정석플레이로 굳어진 셈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