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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상 가득 차려놓고, 양반다리로 앉아 … 왜 이렇게 먹을까

입력 : 2018-01-13 03:00:00 수정 : 2018-01-12 20: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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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주영하 지음/휴머니스트
신발을 벗고 방으로 들어가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나지막한 상에 차려진 음식을 먹는 것. 이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적 식사 방식이다. 아파트가 보급되면서 이런 식습관에는 많은 변화가 생겼지만, 큰 틀에서는 유지되고 있다. 모든 음식을 한상 가득 차려놓고 여럿이 나눠 먹는 것이나,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간 ‘한국인은 왜 이렇게 먹을까?’는 우리에게 익숙한 식습관을 인문학·사회학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우리의 식습관이 여전히 많은 외국인에게 낯설다는 점을 환기시키며, 이런 식습관이 한국인만의 것인지, 인류 보편적인 것인지 비교를 통해 확인한다.

식사를 마치고 마시는 커피 한잔에는 우리의 애잔한 한국사가 녹아 있다. 19세기 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된 커피는 6·25전쟁 이후 본격적으로 뿌리내리기 시작한다. 당시 커피의 확산을 주도한 것은 다방에서 팔던 ‘믹스 커피’였다. 믹스 커피에는 깊은 맛이나 향, 멋이 없었지만 맛있고 빠르다는 점에서 전후 산업화 과정에 앞만 보고 내달려온 한국인의 삶과 정서를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문명화의 기준으로 삼는 서구의 식사예절이나 음식문화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례로 음식을 개인별로 구분해 순차적으로 내놓는 서구식 ‘개별형+시계열형’ 상차림이 서구 사회에 자리 잡기 시작한 건 19세기 중엽 이후다. 그전까지는 유럽과 미국에서도 우리처럼 음식을 한꺼번에 내놓고 여러 명이 공유하는 ‘공통형+공간전개형’ 상차림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이다. 유럽 일부 지역에선 20세기 중반까지도 우리가 된장찌개를 공유하듯 여럿이 한 그릇에 담긴 수프를 개인용 접시 없이 각자의 스푼으로 떠먹었다. 반면 조선 시대 양반들은 개인별로 독상에서 식사하는 ‘개별형’ 상차림이 일반적이었고 지금처럼 두 명 이상이 한상에서 함께 식사하는 건 극히 드물었다.

저자는 상차림의 변화가 주로 산업화·도시화와 관련이 깊고, 식사 예법, 식기 보급, 근대적 위생관념의 확산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본다. 오늘날 산업화, 도시화된 한국 사회에서 과거 농경사회에서 보편적인 ‘공통형+공간전개형’ 상차림이라 할 ‘한상차림’을 선호하는 데는 또 다른 나름의 이유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는다.

“이런 상차림은 20세기 초반 조선요리옥에서부터 생겨난 것이다. 조선요리옥의 ‘한상차림’은 식민지와 6·25전쟁, 그리고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정치적·경제적 권력을 지닌 집단의 독점적인 향유 대상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이후 한상차림의 평준화가 이루어지면서 대다수 중산층이 누릴 수 있는 상차림이 되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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