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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자와 만납시다] "그냥 노인이 아닌 지역 공동체를 이끄는 선배시민으로!"

입력 : 2018-01-13 08:00:00 수정 : 2018-01-13 09:4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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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울지하철 1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남모(32)씨는 최근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려는 자신에게 “괜찮아요”라며 “일하느라 피곤했을 테니 자리에 앉아있어요”라고 손사래 친 어느 할아버지 말을 듣고 다소 놀랐다.

#2. 자기에게 반말한 할아버지에게 똑같이 대응했다는 글이 과거 온라인 커뮤니티를 떠돈 적 있다. “네가 내 차 긁었지?”라는 할아버지 지적에 반말로 답했다는 내용이다. 처음 만난 할아버지의 반말에 화가 났다는 게시자 주장과 사실 여부 등을 떠나 이를 통쾌히 여기는 분위기가 형성돼 씁쓸함을 자아냈다. 노인을 향한 반감이 공감대를 만든 셈이다.



부정적인 시선 속에서 새롭게 거듭나려 노력 중인 노인들이 관찰되고 있다. 인생선배의 모습을 갖춰야 한다는 게 그들 생각이다.

13일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한노협)에 따르면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전국 노인복지관에서 선배시민대학 사업을 진행해왔다.

2015년에는 전국 66개 기관에서 총 2187명, 2016년에는 총 55곳 노인복지관에서 1654명이 참여했다.

작년에도 사업이 진행됐지만 앞서 2년간 한노협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식으로 사업이 진행된 것과 달리 지역 기관마다 교육 과정을 공유하며 자율적으로 운영한 점이 다소 다르다.

후배시민과의 원활한 소통, 선배시민으로서의 역할 확립, 지역사회를 위한 정책 제안으로 힘 보태기 등이 선배시민대학의 목적이다. 후배세대에 선배의 역할을 하며, 지역사회에서 서비스 대상이 아닌 시민 주체가 되도록 지원한다.

적극적인 참여로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이미지를 조금이나마 타파했으며, 선배로서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의견 개진 덕분에 공동체 의식이 확산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선배시민대학 참가자들. 한국노인종합복지관협회 제공.


한노협 전용만 회장은 “노인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없애자는 문제의식에서 선배시민대학이 시작됐다”며 “공동체 의식을 추가하는 방향을 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동체 속에서 자기 역할을 생각해보는 시간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선배시민으로 거듭나자는 움직임에 일부는 반감을 가지기도 했다. 소위 ‘한자리했고’ ‘재력이 있던’ 누군가에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한다면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자기만의 틀에서 생각하고 행동한 이에게 공동체 의식을 권하는 건 반감을 살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다행히 교육 참가자들은 각 기관마다 진행된 수료식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선배시민의 모습을 보이겠다는 각오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 부천의 한 노인복지관에서 활동한 A씨는 “‘선배시민론’을 들으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느꼈다”며 “비록 나이는 많지만 후배시민들을 위해 할 일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후배시민은 젊은 층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자기 경험의 잣대를 적용, 손녀에게도 격려보다 질책을 많이 했다면서 “이제 손녀를 만나면 따뜻하게 안아주고 선배시민 교육에서 배운 배려와 소통을 실천하겠다”고 그는 다짐했다.

지방의 한 복지관은 기득권층의 모습을 버리고 주민 화합과 선배시민 역할 재정립에 기여했다며 노인 B씨를 극찬했다.

B씨는 길가에 떨어진 은행을 직접 치우는 등 이웃의 통행에 불편이 없게 노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외에도 “그냥 노인, 늙은이가 아닌 지역사회 공동체를 좋은 방향으로 이끄는 선배시민으로 앞장서겠다” “도움만 받는 사람에서 벗어나 후손들이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도록 돕겠다” “좋은 선배시민으로 거듭나 후배들에게 모범이 되어야겠다” 등의 다양한 소감이 쏟아졌다.


 


지난해 경제·인문사회연구원의 ‘고령화 시대의 노인의 역할 모색’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노인회가 진행한 ‘바람직한 노인의 역할 인식에 관한 조사’에서 ‘사회에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노인의 역할’이라는 항목과 관련해 전체 응답자(60세 이상·994명)의 약 92%가 “그렇다(47.9%)” 혹은 “매우 그렇다(43.4%)”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노인을 격려하는 사회 분위기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정란 한서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는 “사회·문화적으로 따뜻한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노인들도 선배시민으로서 사회 발전을 위해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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