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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판사의 막말은 유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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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전 대법원장) 적폐 종자 따까리들아’ ‘니들의 쓰레기 같은 억지, 트집잡기는 공해 짓거리야’ ‘니들이랑 엮이는 게 진심 부끄럽다 새×들아’ ‘개억지 부리니까, 양승태, 임종헌(전 법원행정처 차장), 박병대(전 대법관) 뭐 이런 인간들한테 충성한 거 뿌듯하고 잠 잘 오니? 사법부에 똥 뿌리는 인간들아’ ……. 초등학생들의 인터넷 댓글이 아니다. 판사들만 이용하는 인터넷 익명게시판에 올려진 글들이라고 한다. 아무리 익명이라지만 도저히 판사들이 썼다고 믿기 어려운 막말이다.

블랙리스트 의혹 재조사를 둘러싼 판사들 내분이 점입가경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법관들의 정치적 성향을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했다는 의혹이다. 지난해 4월 이인복 전 대법관을 위원장으로 한 진상규명위원회를 구성해 진상조사를 벌인 끝에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국제인권법위원회 소속 판사들을 중심으로 행정심의관으로 근무한 판사 4명의 컴퓨터를 열어보지 않은 조사 결과라며 반발했고,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추가조사위원회가 꾸려졌다.

문제의 컴퓨터는 판도라의 상자다. 당사자 동의 없이 열었다가는 위법의 소지가 있다. 해당 컴퓨터는 법원 공용인 만큼 개봉에 문제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당사자들이 동의를 거부하자 추가조사위가 결국 강제 개봉에 나섰고 검찰 수사까지 초래했다. 야당 의원들이 김 대법원장을 고발한 것. 김 대법원장은 신년사에서 법관 독립성 강화를 강조했는데 정작 법관들은 서로 믿지 못해 막말과 삿대질을 하며 외부 개입마저 부른 격이니 씁쓸하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모든 것이 회한과 오욕으로 얼룩진 나날들이었다.” 1981년 4월 신군부에 의해 물러난 고 이영섭 7대 대법원장의 퇴임사 내용이다. 그는 퇴임 직후 “다시 태어난다면 다시는 법관의 길을 걷지 않겠다”고도 했다. 전두환 정권에서 사법부가 겪은 수모와 굴욕이 얼마나 컸으면 그랬을까. 그때와 지금의 사법부 위상은 크게 다르다. 사법부는 우리 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성역과도 같은 곳이다. 이 전 원장이 스스로 권위를 깎아내리고 있는 지금의 사법부를 보면 뭐라고 할까.

박희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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