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는 유아실이 있어서 이용자들이 아기를 맡기고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도서관 직원인 보모가 아이를 돌보고 책을 읽어 주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종종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마트와 극장에 갔다 오곤 했다. 그리고 소장하고 있지 않는 책 대여 신청이 들어오면 인근 도서관에서 가져다 준다. 인근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반납하는 것도 가능했다. 어린이열람실은 이방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열람실에 놓여있는 큰 쿠션에 자유롭게 앉거나,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도서관은 늘 늦은 밤까지 열람실에서 책을 읽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지역주민들로 붐볐다.
무척이나 스마트한 미국의 도서관 시스템을 떠올리게 된 것은 출퇴근 때마다 마주치는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때문이다. 옛 마포구청사 자리에 최근 완공된 마포중앙도서관을 마주하면서 고급스런 외장과 큰 규모에 적지 않게 놀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도 이처럼 아름다운 지역공공도서관을 갖게 됐구나 하는 자부심에 가슴 뿌듯했다. 이 도서관은 갤러리와 키즈카페, IT(정보기술)체험실, 영어교육센터 등 색다른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와 집필실, 미술작업실, 공예작업실, 음악개인연습실 등 여느 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시설도 잘 구비돼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책을 보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은 그리 많지 않다. 육아돌봄방은 공간만 마련됐을 뿐 운영은 되지 않고 있었다. 운영을 시작한다 해도 한두 시간 유아를 돌봐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넓은 주차장은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이용객들에게 주차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지하 1층에 들어선 많은 음식점과 카페 등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상업용 건물로 느껴진다. 마포중앙도서관뿐만 아니라 우리의 공공도서관은 이처럼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류영현 문화부장 |
한데 우리 공공도서관의 운용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용자는 대부분 청소년이다. 공공도서관은 도서자료를 열람하는 이용자보다는 취업과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등으로 가득 찬다. 이로 인해 일반이용객은 발길을 되돌리기 일쑤다. 공공도서관은 교양을 쌓고 다양한 정보를 찾는 곳이라는 말이 오히려 어색하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가 되면 우리의 공공도서관은 사설독서실을 방불케 한다.
공공도서관이 지역주민들의 교양을 쌓고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우리의 이 같은 현실에서 공공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도 지역 공공도서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싶지는 않다. 공공도서관이 동네 카페나 마트보다 더 가깝고 친근하게 여겨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류영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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