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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친근한 공공도서관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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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9 22:27:18 수정 : 2018-01-09 22: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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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방에 주민 취미 공간까지 / 뉴욕서 만난 동네도서관 인상적 / 외형 손색없는 우리 공공도서관 / 지역민 위한 운용의 묘 아쉬워 10여년 전에 미국 뉴욕시의 작은 동네 공공도서관을 자주 이용한 적이 있다. 아담한 도서관 1층은 어린이열람실이고, 2층은 서가를 겸한 열람실과 성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이다. 3층은 지역주민들이 다양한 취미생활을 즐기는 공간으로 실내 체육시설과 영화상영관이 마련돼 있다. 도서관에 흔히 보이는 커다란 열람 탁자는 없고, 작은 의자만 여러 개 놓여있어 자유롭게 자리를 옮겨가며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오래된 자료는 물론 신간도서와 신문, 잡지 등 각종 미디어간행물이 비치되어 있었다. 특히 당시에는 자연 다큐멘터리 비디오테이프 대여가 지역주민에게 인기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하에는 유아실이 있어서 이용자들이 아기를 맡기고 책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이곳에서는 도서관 직원인 보모가 아이를 돌보고 책을 읽어 주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종종 이곳에 아이를 맡기고 마트와 극장에 갔다 오곤 했다. 그리고 소장하고 있지 않는 책 대여 신청이 들어오면 인근 도서관에서 가져다 준다. 인근 도서관에서 대여한 책을 반납하는 것도 가능했다. 어린이열람실은 이방인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열람실에 놓여있는 큰 쿠션에 자유롭게 앉거나, 바닥에 배를 깔고 엎드려 책을 읽는 모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도서관은 늘 늦은 밤까지 열람실에서 책을 읽거나 취미생활을 즐기는 지역주민들로 붐볐다.

무척이나 스마트한 미국의 도서관 시스템을 떠올리게 된 것은 출퇴근 때마다 마주치는 서울 마포중앙도서관 때문이다. 옛 마포구청사 자리에 최근 완공된 마포중앙도서관을 마주하면서 고급스런 외장과 큰 규모에 적지 않게 놀랐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도 이처럼 아름다운 지역공공도서관을 갖게 됐구나 하는 자부심에 가슴 뿌듯했다. 이 도서관은 갤러리와 키즈카페, IT(정보기술)체험실, 영어교육센터 등 색다른 시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진로직업체험지원센터와 집필실, 미술작업실, 공예작업실, 음악개인연습실 등 여느 도서관에서 볼 수 없는 시설도 잘 구비돼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적지 않았다. 책을 보고 취미생활을 즐기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시설은 그리 많지 않다. 육아돌봄방은 공간만 마련됐을 뿐 운영은 되지 않고 있었다. 운영을 시작한다 해도 한두 시간 유아를 돌봐줄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넓은 주차장은 이용하는 데 불편이 없지만 어린이를 동반한 이용객들에게 주차료를 면제해주는 등의 배려는 보이지 않는다. 지하 1층에 들어선 많은 음식점과 카페 등은 도서관이라기보다는 상업용 건물로 느껴진다. 마포중앙도서관뿐만 아니라 우리의 공공도서관은 이처럼 운용의 묘를 살리는 데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인다.

류영현 문화부장
2018년은 정부가 정한 ‘책의 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책으로 도약하는 문화강국’을 실현하겠다며 문학진흥계획을 선포한 바 있다. 부족한 공공도서관을 확충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한국의 공공도서관 1곳의 봉사대상 인구는 2016년 말 현재 4만9205명이다. 공공도서관 1곳의 봉사대상 인구가 1만∼3만명 수준인 미국, 영국, 독일,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도 턱없이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앞으로 공공도서관 1100곳을 더 건립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공공도서관을 늘리는 일은 무엇보다 크게 반길 일이다.

한데 우리 공공도서관의 운용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이용자는 대부분 청소년이다. 공공도서관은 도서자료를 열람하는 이용자보다는 취업과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학생 등으로 가득 찬다. 이로 인해 일반이용객은 발길을 되돌리기 일쑤다. 공공도서관은 교양을 쌓고 다양한 정보를 찾는 곳이라는 말이 오히려 어색하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의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가 되면 우리의 공공도서관은 사설독서실을 방불케 한다.

공공도서관이 지역주민들의 교양을 쌓고 지적 호기심을 채워 주는 곳으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다. 우리의 이 같은 현실에서 공공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 역할을 하는 장소로 거듭날 수 있을지 요원하기만 하다. 그래도 지역 공공도서관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싶지는 않다. 공공도서관이 동네 카페나 마트보다 더 가깝고 친근하게 여겨지는 날이 오기를 기다려 본다.

류영현 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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