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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고리 이제 끊자] 상담원 1명이 아동 9700여명 담당…'구멍 숭숭'

입력 : 2018-01-08 19:02:04 수정 : 2018-01-08 19: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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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 처벌 대책 보다 예방·지원책 시급/2016년 기준 아동 인구 869만4953명/상담원 894명 불과… 선진국과 5배 차/학대 9배 늘 때 보호기관은 3.5배 증가/피해 아동 발견 1000명당 2.15명 그쳐/현장 출동 때 기관 ‘사회복지’ 측면 접근/경찰은 ‘법 위반' 여부 초점…공조 미흡/피해 가족 치료 지원·부모 교육도 절실

아동에 대한 가장 많은 사항을 포괄하는 아동복지법은 1961년 아동복리법으로 처음 제정된 뒤 1981년 현재 이름과 같은 아동복지의 개념을 담게 됐다. 법에 아동학대의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0년으로 이를 통해 전국에 아동학대예방센터가 들어섰다. 그러나 정부의 아동학대 대응체계가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된 계기는 2014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 시행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실질적인 대응체계가 마련된 지 아직 몇 년 되지 않은 만큼 제도 전반이 무르익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사후 대응에 급급, 예방은 힘들어

아동학대 범죄로 인해 피해 아동은 평생 씻기 힘든 상처를 입는 것은 물론 최근 발생한 준희양 사건처럼 사망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예방이지만 현실은 사후 대응만으로도 버거운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감수성 및 요구사항은 급증하는 반면 인력 및 시설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8일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추계 아동 인구가 869만4953명인 데 반해 상담원 수는 894명으로 1인당 9725명의 아동을 담당하고 있다. 아동 인구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인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상담원은 4932명이다. 상담원 한 명이 담당하는 아동은 1860명으로, 우리와 5배 이상 차이가 난다.

아동학대 신고 중 학대로 최종 판정되는 사례는 2001년 2105건에서 2016년 1만8700건으로 9배 가까이 늘었지만 아동보호전문기관은 17곳에서 59곳으로 3.5배 느는 데 그쳤다. 아동복지법상으로는 모든 시·군·구가 아동보호전문기관을 갖춰야 하지만 실제로는 4분의 1 정도만 운영 중인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동학대 의심사례를 미리 찾아내는 예방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학대 피해아동 발견율은 2013년까지 인구 1000명당 1명을 밑돌다가 2016년에서야 2.15명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미국(9.4명)과 호주(8명) 등 10명에 근접하는 선진국들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 의심신고를 접수하면 바로 출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다른 곳에 상담 지원을 나가 공백이 발생하기도 하고, 넓은 지역을 제대로 맡기가 사실상 힘들다”며 “지역별 편차도 상당히 심한 편”이라고 말했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공조체계

2014년 아동학대특례법 시행 이후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접수되면 아동보호전문기관과 경찰이 함께 출동해야 한다. 아직 제대로 공조의 톱니바퀴가 잘 맞물리지 않고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개선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사회복지 측면에서 개입하는 아동보호전문기관과 법 집행 및 위반 여부에 주목하는 경찰과의 시각차가 대표적이다. 경찰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로의 전문성을 존중하며 시너지가 커지고 있지만 정서적 학대나 방임 등에 애매한 부분이 여전히 많다”며 “시각차도 있지만 매뉴얼이나 법상 기준이 모호한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례 연구 및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통해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수적인 셈이다.

개인정보 등 기본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공유되지 않던 초기에 비하면 개선이 많이 이뤄졌지만 수사정보에 대한 공유 확대 등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정보에 대한 사항을 누설할 경우 법적으로 처벌을 받도록 돼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지역별로 설치된 아동학대 사례전문위원회에 경찰이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등 소통의 기회가 늘어나면서 점차 해결돼 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피해가족 지원도 내실 기해야

아동학대 대응을 위한 노력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좀 더 지속적인 해결이 되도록 사후조치도 중요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따르면 2011∼2015년에 아동학대로 판단됐다가 2016년에 다시 신고돼 재학대로 결정된 사례는 1591건으로 당해년도 전체의 8.5%를 차지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정부는 가정의 돌봄기능을 북돋우고 재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학대 피해 아동 및 가족에게 부모교육과 스트레스 저감을 위한 상담, 의료·심리적 치료 등의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의무사항이 아니고 ‘할 수 있다’로 돼 있다 보니 강제성을 띠지 못하고 있다.

신고를 받고 두 기관이 현장에 도착하더라도 가족이 거짓말로 일관하는 등 협조를 거부하는 상황에 대한 해결력도 높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아동보호전문기관이 조사권은 쥐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각종 조치의 이행을 담보할 수는 한계는 계속 과제로 남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아동학대 문제는 가정불화나 경제난 등 여러 문제와 맞물려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복지와 교육 등 다양한 정부 서비스와 연계해 해결력을 높여가겠다”고 말했다.

김준영 기자 papeniqu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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