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북은 주말을 거치면서 판문점 연락채널을 통한 실무협의를 통해 의제와 대표단 구성에 접근할 전망이다. 통일부 백태현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고위급회담의 대표단 구성, 수석대표가 누가 될지, 이런 부분은 실무적인 문서협의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고위급회담은 ‘체육회담+α’ 성격이다. 남북은 9일 판문점 우리 측 평화의집에서 대좌하면 평창동계올림픽이 임박한 만큼 북한의 올림픽 참여 문제 논의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이 평창동계올림픽에 공동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어 처음에는 민감한 정치·군사적 문제보다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문제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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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균(좌) 통일부 장관과 北 리선권 위원장. |
전직 통일부 고위관료는 “남북은 평창올림픽을 평화올림픽으로 치러야 하는 공동의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측면이 있다”며 “한·미 양국이 군사훈련 일정을 연기하는 데 합의한 만큼 북한이 첫 번째 회담에서 그런 문제를 강하게 들고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언급한 한·미 군사훈련 중단과 미군의 전략자산 한반도 배치 반대 등 민감한 문제는 북한도 본격적으로 거론하지 않고 일단은 피해갈 것이라는 얘기다.
평창동계올림픽 문제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이후 논의 범위를 남북관계 전반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고위급회담 이후에는 한반도 정세 관리를 위해 남북관계 현안을 논의하기 위한 채널로 고위급회담 채널을 유지하면서 북한의 올림픽 참여와 관련된 사안은 체육실무회담이 챙기도록 하는 투트랙 회담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남북관계에 대한 성급한 기대를 경계한 것이나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선(先) 올림픽 문제 논의·후(後) 남북관계 개선 협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도 이런 단계적 접근법에 기초한 것으로 분석된다. 회담 의제와 관련해서는 평창→남북관계 개선의 단계적 협의를, 회담 형식과 관련해서는 고위급 협의와 체육실무회담의 병행 논의를 진행하는 것이다.
주요 의제는 △단일팀 구성 △개막식 공동입장 △선수단 외 응원단·예술단 파견 △방남(訪南) 경로 △숙소 △안전보장 문제 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단일팀 구성 문제는 올림픽까지 40일도 남지 않은 데다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어 성사 가능성은 작다. 북한이 응원단이나 예술단까지 파견할 경우 대표단과 더불어 입국 경로와 숙소, 안전보장 등의 문제에도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결의 위반 논란이 나오고 있는 북한 대표단의 참가비용 지원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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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의 관문’ 달리는 자동차 북한이 오는 9일 남북 고위급회담 개최를 수락한 5일 회담이 열리는 판문점으로 향하는 경기 파주시 문산읍 통일대교에서 ‘통일의 관문’ 아래로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파주=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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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3시 34분 경기 파주시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내 연락사무소 `남북직통전화`를 통해 우리측 연락관이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
평창동계올림픽 이후의 한반도 정세까지 고려해 길게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남북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직 고위관료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는 남북 공동 이익이 걸려 있어 부드럽게 넘어갈 수 있지만, 문제는 올림픽 이후”라며 “북한의 핵 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의 남북관계 개선은 기본적 한계가 존재하는데, 그 한계를 무시하고 관계를 가져가기는 대단히 어렵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백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남북관계 복원 노력과 함께 국제사회와 보조를 맞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추진해 나간다는 정부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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