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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눈 뜨고 코 베이는 연말정산?…'세금 문맹인'들 '열공 모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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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3 19:10:18 수정 : 2018-01-03 20:3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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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월의 월급’ 직장인 열공 모드 / 젊은층 ‘짠테크’ 인기 확산 한몫 / 포털서 체크리스트·꿀팁 등 공유 / 사실상 ‘싱글세’ 미혼, 대비 만전 / “눈 뜨고 코 베이는 구조” 한숨도 / 어려운 용어·숫자의 향연에 ‘좌절’ / 전문가 “온라인 무료상담 활용을”
“돌려 받는 건 바라지도 않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지출만 막았으면 좋겠어요.”

직장인 유정수(30)씨는 요즘 연말정산 관련 기사와 국세청 자료들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해처럼 넋놓고 있다가 연말정산 후 무려 100만원 넘게 토해내는 쓰라린 경험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게 그의 다짐이다. ‘13월의 월급’이란 말에 막연히 받을 수 있겠거니 생각했던 게 탈이었다. 동료들이 30만∼60만원씩을 챙기는 모습에 속이 더 부글부글 끓었다고 한다.

유씨는 “한 번 호되게 당하고 나니 공부가 필수라고 느꼈다”며 “놓치는 것은 없는지 정말 꼼꼼히 체크해서 올해는 받으면 받았지 더 내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시즌을 앞두고 ‘세금 문맹’들이 ‘열공 모드’에 들어갔다. 연말정산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가 한 번쯤 ‘피’를 본 이들은 올해는 기필코 환급을 받겠다며 바짝 벼르고 있다.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연말정산 금액이 크게 달라지는데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짠내나는’ 재테크가 인기를 모은 것 등이 이유로 분석된다.

3일 세무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연말정산과 관련한 직장인들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한 온라인 포털사이트의 질문게시판에는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3600건이 넘는 관련 질문이 올라왔다. ‘연말정산 때문에 책까지 펴놓고 공부하고 있다’는 경험담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특히 국세청이 지난해 11월부터 연말정산 세액을 미리 확인할 수 있는 ‘연말정산 미리보기’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이전보다 일찍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뜻밖의 월급은커녕 세금을 토해내는 경우가 많아진 점은 ‘유리지갑’인 직장인들이 연말정산에 목을 매는 이유다. 직장인들 사이에선 벌써 ‘연말정산 체크리스트’, ‘연말정산 꿀팁’ 등 정보가 떠돌기도 한다. 특히 혼자 사는 미혼남녀들의 경우 자녀가 있는 기혼자들에 비해 공제율과 항목들이 훨씬 적어 사실상 ‘싱글세’를 부담해야하는 구조인 탓에 꼼꼼한 연말정산이 필수다.
지난해 연말정산으로 70만원가량 세금을 냈다는 미혼 직장인 김모(33)씨는 “세금이 공제된다는 연금저축, 기부금, 주택청약 등을 활용해 갖은 애를 써봐도 기혼 친구들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미혼자들은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눈 뜨고 코 베인다”며 한숨을 쉬었다.

‘짠돌이’로 알려진 방송인 김생민의 이른바 ‘스튜핏 재테크’(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재테크)가 최근 젊은 세대에서 큰 인기를 끌고 ‘한 푼이라도 아껴야 잘 산다’란 인식이 확산한 점도 올해 연말정산에 관심이 커지는 배경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관심이 크지만 세금 문맹들은 종종 좌절하게 된다. 챙겨야 할 서류가 많고, 어려운 용어와 온갖 숫자들의 향연에 휘둘리다 보면 무릎을 꿇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46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체감상 연말정산이 ‘어렵다’(72%)는 답변은 ‘쉽다’(28%)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환급 혜택 등이 매년 바뀌어서’(54.4%), ‘챙길 서류가 너무 많아서’(40.8%), ‘전문용어가 많아서’(37.5%) 등의 이유였다. 63.2%는 ‘연말정산을 전혀·거의 준비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온라인 무료 상담 등 관련 정보의 통로가 다양해진 만큼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길 권했다. 특히 올해는 중고차 구입이 소득공제가 되고, 공제 대상 주택에 고시원이 포함되는 등 쏠쏠한 항목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보정세무회계 김동선 세무사는 “연말정산은 평범한 직장인이 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세테크’”라며 “‘돈을 돌려받자’보다는 ‘안 내도될 세금을 내지말자’란 태도로 항목들을 꼼꼼히 체크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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