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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신년 인터뷰] “韓·美 군사훈련 연기 바람직 안 해… 평창과 연계 말아야”

입력 : 2018-01-03 18:20:51 수정 : 2018-01-03 21:3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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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끝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한·미 연합군사훈련은 국가방위를 위한 것인데 북한 위협이 어느 때보다 심각할 때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훈련을 연기하는 전례를 남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세계일보와의 신년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평화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확산하는 것에 대해 경계감을 나타냈다. 천 이사장은 노무현정부에서 처음 외교통상부 산하에 설치된 한반도평화교섭본부 본부장(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겸임)을 지냈고 이명박정부에서는 외교안보정책을 총괄하는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 있으면서 진전된 한·미 미사일지침 개정을 도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낸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지난달 22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새해 한반도 정세에 대해 전망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천 이사장은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남북대화가 급물살을 타는 데 대해 “(남북) 대화야 좋은 일이지만 평창올림픽 흥행을 위해 우리의 핵심 안보를 훼손시키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고 분명히 했다.

그는 문재인정부의 외교정책을 친중반미(親中反美) 네 글자로 정리하며 우려했다. 그러면서 “중국몽(中國夢) 실현은 한국에는 대재앙이다. 중국몽이 한국몽(韓國夢)이 될 수 없다. 중국은 기본적으로 우리와 안보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국가다. 우리가 손을 잡아야 할 나라는 중국이 아니라 중국의 패권적 횡포를 완화할 수 있는 인도·베트남·일본 같은 나라들이다. 우리는 중국의 힘을 빼는 데 베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2일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오피시아 빌딩 내 한반도미래포럼 사무실에서 이뤄졌으며, 김 위원장 신년사 이후 정국에 관해 3일 추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정은 신년사 이후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남북) 대화 과정에 북한이 올림픽참가 대가로 무리한 요구를 할 때 우리 안보의 핵심이익을 손상하지 않아야 한다. 김정은 신년사대로 북한이 회담에서 평창에 오는 조건으로 한·미 군사훈련 및 미국의 전략자산 배치 중단을 요구하고 우리 정부가 여기에 호응하면 김정은이 쳐놓은 덫에 걸려드는 것이다.”

-회담이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우리가 북한의 올림픽참가와 남북대화 재개에 의미를 부여하는 만큼 북한은 그 대가를 받아내려고 할 것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양산 및 실전배치에 박차를 가하는데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한 방어 훈련을 포기하는 것은 한반도 평화에도 도움이 안 되는 일이다. 한·미 동맹도 치명적 손상을 입게 된다. 평창올림픽 흥행을 위해 우리의 핵심 안보를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

-이미 계획된 한·미 연합군사훈련 연기는 가능한가.

“한·미 동맹이 삐걱거리는 인상을 공개적으로는 주지 않기 위해 미국이 반대하고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국 방어를 위해 필요한 훈련인데 수혜자(한국)가 싫다는데 미국이 굳이 자기네 돈 들여가면서 강행할 방법은 없다.”

-훈련 연기를 어떻게 보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어느 때보다 심각한 때에 국가방위를 위한 훈련을 연기하는 전례를 남긴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해진 훈련 일정을 조정하는 선례를 남기게 되면 북한이든 중국이든 앞으로 계속 같은 요구를 반복할 가능성이 있다. 동맹의 신뢰를 잃는 일이기도 하다. (미국은) 사전에 협의한 군사훈련 날짜도 지킬 수 없는 동맹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훈련 연기가 확정되면 문제는 없나.

“이미 훈련에 참여할 인원이 다 정해져 있을 것이다. (미군 병력의 상당수가 예비군으로 구성돼 있어) 많은 병력이 직장에서 휴가를 내고 한국에서 하는 훈련에 참여하는 것일 텐데…. 항공편, 숙박 등 모든 게 다 예약되어 있을 것인데 적지 않은 위약금을 미국 쪽이 부담해야 할 것이다. 매년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개최되는 시기는 훈련에 참여하는 인원 덕분에 국내 호텔이 특수(特需)를 누리는 때다. 게다가 이 인원이 한국 훈련을 마친 뒤 다른 지역 훈련에 참여하는 일정이 잡혀 있을 텐데 이 모든 것을 다시 조정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대화와 평화의 모멘텀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환상과 착각에 기초한 접근이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더라도 남북관계와 무슨 상관이 있나.” 

-올림픽을 활용해 관계가 잘 풀리면 북핵 동결 협상까지 기대해 볼 수도 있지 않나.

“북한과의 협상에 무지한 소리다. 올림픽은 북한이 대화로 나올지 말지를 결정하는 수백 가지 요소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 북한의 전략적 결정에 올림픽은 전혀 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핵·미사일 동결 수준에서 협상이 이뤄질 가능성은.

“지금은 북한의 비핵화 의지 표명 없이는 협상이 안 되는 상황이지만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입장은 시간이 갈수록 (대화의 조건에 대한 의지가) 약화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대북 군사적 행동을 할 결기도, 이보다 훨씬 쉬운 전면적 대북 경제봉쇄도 못 한다면 협상 주도권은 북한이 장악하게 된다. 비핵화를 이루지 못한 채 핵·미사일 추가 실험 중단에서 어정쩡하게 합의하는 수준으로 후퇴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대북 군사옵션 가능성을 거론했는데.

“미국이 현재 하고 있는 대북 군사적 옵션 압박은 북한 김정은(조선노동당 위원장)도 속아 넘어가지 않을 어설픈 협박에 불과하다. 군사적 행동보다 훨씬 쉬운 전면적 대북 경제봉쇄에 중국이 나서도록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지 않는 한 군사적 옵션 협박은 먹히지 않을 것이다.”

-최근 한·중 정상회담을 어떻게 봤나.

“중국에 왜 갔는지 모르겠다. 굴종은 굴종대로 하고 충성맹세만 하고 왔다.”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과가 없었다는 얘기인가.

“우리가 중국 가서 우리의 핵심적 가치를 양보한 것은 많지만 정부 공식 발표만 봐서는 중국에서 무엇을 받아냈는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안 갔으면 중국이 안 했을 일을 대통령이 직접 가서 중국이 하기로 한 게 있나. 그렇게 굴종을 자처할 방중이었다면 가지 않는 게 나았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을 어떻게 보나.

“문 대통령이 중국 듣기 좋으라고 수사적으로 중국몽을 이야기한 것이라면 몰라도 중국몽은 결과적으로 우리에게 위협이 되는 것이다. 중국몽 실현은 우리 안보에는 재앙이다. 중국이 역내 패권세력 횡포를 부리면 한국이 최대 피해를 볼 수 있는 후보 국가인데 우리가 중국몽의 일부가 되겠다는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우리가 어떻게 동맹도 아닌, 적(북한)의 동맹(중국)과 공동운명체가 될 수 있나.”

-중국과 더 가까워지더라도 한·미 동맹이 존재하는 한 미국이 한국을 포기하지 못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크게 잘못 판단하고 있는 거다. 미국은 한·미 동맹이 미국의 전략적 의도와 정반대로 간다면 동맹을 유지할 실익이 없다고 볼 것이다. 현 정부나 대통령 주변의 운동권 출신 인사들이 크게 오판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가 나가라고 해도 미국이 자국의 이해관계 때문에 여기 남아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한국이 미국산 무기를 많이 사는데 미군을 철수할까.

“미국은 자국의 국익·안보 이해관계가 맞지 않는 나라에는 돈을 아무리 많이 줘도 무기를 팔지 않는다. 중국이 미국에 수천억달러를 준다고 해도 미국이나 유럽연합(EU)이 중국에 무기를 팔지 않는다. 미국과 한 나라나 다름없는 영국은 미국에서 핵무기를 사 온다. 영국의 전략잠수함에 사용되는 모든 핵무기를 미·영이 함께 개발하기도 한다. 미국이 이스라엘에는 한국과 일본에 파는 무기보다 더 좋은 무기를 판다. 해당 국가와의 촌수에 따라 팔 수 있는 무기 종류가 다르다.”

-미국이 한국을 떠날 수도 있다?

“언제든지 그럴 수 있다. 박정희정부 때 당시 지미 카터 대통령이 한국 인권문제와 연계해 주한미군 철수를 압박했던 적이 있고 1970년 리처드 닉슨 행정부에서는 우리와 아무런 상의 없이 주한미군 1개 사단(육군 제7사단)을 빼내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한 뒤 실제 철수시켰다. 종전에 3만7000명 규모였던 주한미군 중 아프가니스탄 전쟁 수행을 위해 1만명 정도 한국에서 빼간 뒤 단 한명도 다시 안 들여보내고 있지 않나. 우리가 나가달라고 하면 고맙다며 대번에 나갈 것이다. 한국이 나가달라고 해도 미국이 안 나갈 것이라는 생각은 미국을 너무 모르는 얘기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은 △경남 밀양(66) △부산대 불어불문학과 △외시 11회 △외교통상부 국제기구정책관 △주유엔 차석대사 △외교부 외교정책실장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겸 6자회담 수석대표 △주영국대사 △외교통상부 제2차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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