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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리시트 프로그램’ 흔들기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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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1-01 21:02:33 수정 : 2018-01-01 21: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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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은 15년간에 걸쳐 고경력과학기술인 지원사업인 ‘리시트(ReSEAT)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하는 과학기술인은 현재 250명이고, 매년 실적을 평가해 20% 정도를 그만두게 하면서 새로운 인원을 충원한다. 그간 연인원 3500명의 은퇴 과학기술인이 약 7만건의 고급 과학기술 정보를 생산했고, 280여개 중소기업에 기술지원을 해 특허출원 등 2500여건의 기술보고서를 창출했다. 전국의 국립과학관에서 전시해설과 청소년 과학교육도 병행해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고경력과학기술인들이 노하우를 사장하지 않고 후진을 위해 지식을 전수해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하는 것이 기본 취지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는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여러 형태의 프로그램으로 후진양성을 위해 가동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리시트 프로그램이 은퇴 과학기술인을 위한 사업으로 거의 유일하고 관련 예산도 10억원을 좀 넘는 정도로 미약하다.

문제는 이 사업이 매년 운영주관기관과 운영체제를 바꾸겠다는 당국의 방침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관련 채널이 사장될 우려가 높다는 점이다. 그나마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활용기술이 통째로 흔들리기를 해마다 반복하는데, 대부분의 과학기술인은 안정된 연구가 본질임에도 보따리를 싸들고 전전해야 하는 낭인의 신세로 전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사업은 최신 과학기술정보가 생명이다. KISTI는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정보 분야에서 인프라가 갖춰진 굴지의 기관으로 모든 최신 자료를 확보해 공급하고 있어 고경력과학기술인이 정보를 분석정리해 필요한 중소기업이나 연구자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기능을 타기관이 새로이 한다면 국가적으로 예산 낭비일 뿐만 아니라, KISTI 같은 수준의 관리가 불가능하다고 본다. 또한 기술 및 특허 관리와 교육 등은 전담 요원이 맡아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은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손영목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중소기업 기술지도는 한 전문가가 지속적으로 해야 효과적이다. 특히 인적·기술적 노하우 전수를 위한 네트워크가 중요한데 이 역시 모두 흐트러질 것으로 우려된다. 중소기업에 대한 애로기술 및 특허출원 지원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15년간 이 사업을 수행한 KISTI는 인력관리, 교육, 기술경영 전문 인력 등 기본적 구비조건을 충족해 본궤도에 올라 있다. 관리요원들의 인건비 등은 KISTI의 기본예산에서 지원된다. 만약 타기관으로 이 사업이 넘어간다면 기존 인프라와 네트워크가 다 무너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대부분의 과학기술인은 기존 기관이 잘하고 있는데 불모지인 타기관으로 사업운영권이 이전돼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고 있다. 그리고 매년 안정적으로 해야 하는 연구 활동을 해마다 이렇게 흔들어대는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과학기술을 연구개발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가 하고 자조하기도 한다. 성과물을 고쳐야 할 부분이 있다면 보완하면 된다. 지금 만약 타기관으로 사업운영 주관기관이 바뀌면 그간 추진했던 과제가 공중분해될 가능성이 높다. 타기관이 이 과제를 가져간다 하더라도 내후년에 또다시 사업운영주관기관을 공모하는 악순환이 재발하지 않는다고 보기 힘들다. 부디 안정적인 연구 풍토를 조성해주기 바란다.

손영목 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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