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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거짓말박사 부여 이장 끝내 무릎 꿇린 具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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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9 11:39:12 수정 : 2017-12-30 11: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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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 달 동안 거짓말로 일관하던 이장 유치장서 하룻밤 보낸 뒤 판사앞에서 자백 … 장의차 태양광 수사한 부여서 구운선 경위, 넉 달 동안 야근 밥먹듯 해 경찰조사 과정에서 수개월 동안 거짓말로 일관한 충남 부여 이장이 마침내 경찰에 두 손을 들었다.

태양광 업체를 협박, 3500만원을 뜯어낸 혐의로 입건돼 넉 달 동안 경찰조사를 받은 부여 내산면 전 이장 김모(64)씨는 지난 26일 논산지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그동안 부인하던 공갈, 횡령, 업무방해 등 혐의를 대부분 시인했다.
내산면 J마을 마을회관 옆 공용도로에 설치된 도로 차단기가 회관 처마 밑에 설치돼 있다. 이장 등 주민대표들은 마을 뒷산에 설치된 태양광발전소 공사용 차량이 들어오면 차단기를 내려 불법으로 공용도로를 막은 후 뒤로는 수천만원대의 금품을 뜯어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김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지난 8월 전신주를 싣고 공용도로를 따라 마을로 들어온 태양광업체의 공사차량을 마을회관 옆 차단기로 막고 공갈치며 업무를 방해한 혐의다.

당시 이장이었던 김씨 등 마을대표들이 도로를 차단한 이유는 돈을 뜯어내기 위한 목적이었다.

김씨 등은 8월 하순 두차례에 걸쳐 1500만원을 뜯어냈다. 김씨는 이 돈을 마을공용통장이 아닌 개인통장으로 받은 뒤 마을총회를 통해 공개하지도 않은 채 대여섯명이 나눠쓰려다 일부 주민의 반발과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들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도로를 막고 업체 대표를 협박, 합의서를 쓴 뒤 2000만원을 받아낸 바 있다.

김씨는 이에 앞서 2년여 전 태양광발전업을 하는 D업체 대표 김모씨에게 1억원을 요구, 3000만원까지는 주겠다고 했던 김씨가 결국 사업을 포기하게 만들었다. 이 혐의는 현재 부여경찰서가 계속 수사 중이다.

지난 25일 경찰에 긴급체포된 김씨는 하룻밤을 경찰서 유치장에서 보낸 뒤 영장실질심사가 열리는 논산지원으로 향했다.

차가운 마룻바닥에서 지낸 김씨는 어찌된 영문인 지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판사 앞에서 도로를 막고 업체대표를 협박한 사실 등 대부분의 혐의를 술술 불었다.

혐의를 인정한 때문인 지 김씨는 ‘혐의를 인정해 증거인멸 우려가 없고, 도주 우려도 없다’는 등의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따뜻한 안방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구운선 경위

거짓말의 달인인 김씨로부터 백기를 들게 한 일등공신은 이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이전인 지난 9월부터 인지수사를 벌여온 부여서 수사과 지능팀 소속 구운선(사진) 경위다.

실질적으로 수사를 주도한 구 경위는 구속영장 신청 전 상부에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신청을 강력히 건의했다.

구 경위의 의지가 반영된 구속영장이 비록 기각됐지만, 경찰은 김씨로부터 혐의를 자백받는 데 성공했다.

김씨는 올해 사건 뿐만 아니라 2년여 전에도 도로를 막고 태양광 사업자를 협박, 금품을 내라고 협박한 혐의로 재판을 받던 도중 판사 앞에서도 “경운기를 도로에 잠깐 세우고 막걸리 한 잔 하느라 그랬다”고 황당한 거짓말을 하다 판사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대전에 집을 둔 구 경위는 부여 외곽 허름한 사택에서 기거하면서 컵라면으로 조식을 때우며 4개월 동안 야근을 밥먹듯 했다. 집에는 빨래가 쌓이면 1∼2주에 한 번 정도 어쩔 수 없이 다녀오곤 했다.

올해 경찰 입문 25년차인 구 경위는 내산면 이장의 태양광 협박·갈취사건을 조사하던 중 이장 등이 주도한 옥산면 장의차 갈취사건이 언론에 터지면서 이 사건도 맡아 한 달여 동안 충남도경팀과 공조체제를 유지하며 집중수사를 했다.

옥산면 주민대표 4명, 임천면 주민대표 4명 등 8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구 경위는 “태양광 업체나 장의차 갈취사건은 나라를 좀 먹는 매우 잘못된 악습이라는 판단 아래 좌고우면하지 않고 혼신의 힘을 다해 심혈을 기울여 수사했다”고 말했다.

한편, 부여경찰서는 29일 수사를 마무리한 뒤 김씨 등 3명에 대해 공갈, 횡령 등 혐의를 적용,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부여=전상후 기자 sanghu6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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