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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목숨 위협하는 세균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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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27 20:52:56 수정 : 2017-12-27 22:4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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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환자실 늘 항생제 내성균 위험 / 환자들 면역력 약해 감염에 취약 / 병원·의료진 철저한 위생관리로 / '신생아 사망 사고' 재발 막아야 최근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4명의 신생아가 잇따라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숨진 신생아는 모두 미숙아였지만 미숙아라고 해도 우리나라에서의 사망률이 매우 낮은 점에 비춰 볼 때 이 사고는 상당히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보건당국이 사망원인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병원 내 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 유력한 사인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사인과는 별개로 세균 감염은 상황에 따라 매우 위험할 수 있으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보건당국의 발표에 따르면 숨진 신생아는 모두 한 공간에서 치료받고 있었다. 그리고 사망 전 같은 수액제제를 처방받았다. 사망한 신생아 3명의 혈액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라는 세균이 검출됐는데 정밀분석 결과 이들은 모두 유전적으로 동일한 세균이었다. 즉, 직접적인 사인인지 여부는 알 수 없으나 사망한 신생아 3명은 같은 세균에 감염됐었다는 말이다. 보건당국의 추가적인 조사에 따르면 검출된 세균은 ‘베타락탐계 항생제’에 대한 내성균이었다. ‘베타락탐계 항생제’는 여전히 세균 감염병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는 페니실린, 세팔로스포린 등이 있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대장균처럼 장 내에, 그래서 배변에도 존재하는 세균이다. 보통의 경우 대장균이 건강한 사람에게 큰 위험이 없는 것처럼 ‘시트로박터 프룬디’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든 별로 위험하지 않은 세균이라도 직접적으로 혈관 내로 유입될 경우에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물론 건강한 사람은 이런 극한적 상황에서조차 면역이라는 몸의 보호 기능이 작동해 세균을 물리칠 수는 있지만, 만에 하나 세균이 혈액 내에서 급속히 증식하게 될 경우는 패혈증에 빠질 수 있다. 면역력이 매우 낮은 대상에게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이것은 치명적이다.

항생제 내성균 ‘시트로박터 프룬디’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항생제 내성균은 내성을 획득한 항생제에 전혀 반응하지 않으므로 이들 항생제를 고농도로 투여해도 세균 증식을 막을 수 없다. 일단 내성을 획득한 세균을 만나게 되면 어떤 항생제가 듣는지를 알아내는 데도 시간이 걸리므로 항생제 내성균이 몸에 침입한 경우엔 순식간에 위험한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항생제 내성균이 어떤 이유로든 혈관 내로 직접 유입됐다면 이것은 상당히 극한의 상황이다. 어떻게든 표적세균에 효과적인 항생제를 신속히 투여해야 생명을 구할 수 있지 그렇지 못하면 바로 패혈증에 빠져 하루를 넘기기가 힘들다. 특히 감염 대상자가 면역력이 낮은 경우라면 최악의 상황은 촌각을 다투게 된다. 패혈증에 빠지게 되면 상태는 매우 위험해진다. 맥박이 빨라지고 숨쉬기가 어렵다. 쇼크가 오면 의식을 잃을 수도 있다. 신속히 방어하지 못하면 몸의 여러 장기가 손상을 받아서 사망에 이를 수 있고, 다행히 운이 좋아 회복되더라도 정도에 따라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

보통의 경우 세균이 혈액 내로 유입되는 것은 어떤 형태든 상처를 통해서이다. 상처를 통해 세균은 혈관이라는 장벽을 넘어 혈액 내로 침입할 수 있게 된다. 상처는 인위적인 상처, 즉 주삿바늘에 의한 침습적 행위도 포함된다. 이 때문에 주사로 혈액을 채취하거나 약물을 투여하는 경우 감염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면역력이 저하된 대상에 대해서는 더욱 극단적인 주의가 필요하다.

항생제가 빈번하게, 또 과다로 사용되는 병원 중환자실은 항생제 내성균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는 곳이다. 그러므로 이런 곳에서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은 세균 감염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이들 환자는 면역력이 낮아서 세균 감염에 매우 취약하므로 항생제 내성균은 물론 건강한 사람에게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세균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청결한 위생관리는 감염 사고를 막는 일차적인 요소여서 항상 신경을 써야 한다. 피기도 전에 저버린 이번 신생아 사망 사고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사인이 어떻든 두 번 다시 이런 참담한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소망한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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