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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우체국 리모델링해 만든 미술관

입력 : 2017-12-26 20:29:21 수정 : 2017-12-26 20:2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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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관기념전에 박방영 작가 초대…필획으로 풀어내는 무속적 에너지
옛 우체국을 리모델링해 만든 개충남 당진 ‘면천읍성안 그 미술관’(관장 김회영)이 개관기념전으로 내년 2월28일까지 박방영작가 초대전을 갖는다. 글씨의 필획으로 나름의 조형적 형식을 만들어가는 작가의 역량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동양화의 기본 필획


박방영은 대학에서는 구상과 추상의 유채화를 그렸고 대학원에서는 ‘난지도’라고 하는 현대미술 그룹을 결성하여 설치 작품도 했었다. 그러나 박방영예술의 원점은 그가 어릴때부터 천재성을 발휘 했던 글씨였다. 중국, 한국 그리고 일본으로 이어지는 수묵화 전통은 선(line)의 예술로 일컬어지고 있다. 부드러운 모필과 묵을 사용하여 종이 위에 선을 그려왔다. 모필에서 그려진 선은 그것을 조절하는 작가의 기술이나 정신성을 여실히 반영한다. 수묵화에 매료된 피카소는 동양의 모필을 이용하여 그림을 그리기도 했었다. 이런 모필의 운필법의 기본은 글씨였고, 그것은 모든 동양 전통 그림의 기본이기도 하다. 그 선은 그냥 평면적인 띠(줄)가 아니고 구체(원형체)로부터 원통으로 이어지는 입체적인 요소를 가진다. 따라서 동양화의 선묘(디자인)에는 부드러우면서도 힘이 있는 존재감이 있고 기운생동하다. 박방영은 그러한 글씨의 운필법을 완벽하게 마스터하여 숙련한데다가 그 기법에 잡히지 않고 자유자재하다. 그가 그림을 그릴 때는 대담한 선으로부터 섬세한 선까지 자유롭게 컨트롤하여 그릴 수 있지만 미로(에스파냐의 화가) 등의 쉬르레알리즘에서도 나타난다. 오토마티즘(자동기술)적인 선묘는 치졸(조잡)한 기술로 그려진 민화에서도 보였으나 민화의 대극(서로 다른끝)에 있는 전통의 수묵화나 문인화가 요구한 높은 정신성과 무위의 경지로 부터도 생겨난다. 순진함과 숭고함과는 통하는데가 있다.

◆ 기운생동을 창출하는 선(line)


기운생동은 5세기 중국의 謝嚇(사혁)이 설명한 ‘그림의 육법’에도 나온다. 극단적으로 기운생동이 없는 수묵화나 글씨는 그냥 아름다운 그림이나 기호에 불과하다. 기운생동의 의미는 작품 속에 천지 즉 자연 · 만물 · 우주의 에너지가 약동하는 모양이다. 작가의 정신성과 고도의 기술이 요구 되어진다.

조선시대 추사 김정희는 예서에 가까운 추사체라고하는 독특한 서체를 완성시켜 후세에 영향을 끼쳤다. 추사의 글씨는 모필을 마치 조각도로 바꿔서 쓰고 있는 것 처럼 선묘(디자인)의 힘의 강함과 예리함이 있어 보는 사람에게 강한 임팩트를 부여 한다. 그것은 확실히 기운생동하는 글씨다. 박방영의 글씨도 힘이 강하자만 예리한 추사의 글씨에 비교하면 선도 서체도 부드럽다. 그러나 부드러움 속에 한정되지 않는 포용력이 있다. 기운생동의 원천인 천지(우주)의 에너지를 끌어내어 자신의 내면에 울리게 하여 작품 속에 풀어 버린다. 마치 무속적 에너지 같다. 보는 이로 하여금 혼에 끓어 오르는 듯한 울림을 주는 이유다. 

편완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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