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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에 반발…'존엄사' 첫 시행…2017 보건·의료계 결산

입력 : 2017-12-24 20:44:40 수정 : 2017-12-24 20:4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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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모인 의사 3만명 / 건보 개편 반대시위 벌여 / 한의계선 반기는 분위기 / 귀순병 살린 이국종 교수 / 중증외상센터 지원 호소 / 靑 국민청원 27만명 참여 / '발암물질 생리대'에 경악 / 자연치료 ‘안아키’도 논란 올해 보건·의료계는 격변한 정치·사회적 상황만큼이나 다양한 이슈가 있었다. 변화 움직임을 보인 정책과 그에 따른 반발이 줄을 이었고, 국민 건강과 관련된 굵직한 사건과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올해의 보건의료계를 주요 뉴스를 통해 돌아봤다.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들이 지난 10일 서울시청 인근 대한문 앞 광장에서 ‘국민건강수호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고 ‘문재인 케어’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케어와 의사들 반발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었던 건강보험 개편안, 일명 ‘문재인 케어’가 추진되면서 의료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문재인 케어는 3800개 비급여 의료행위와 치료제를 급여화함으로써 건강보험 보장률을 7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먼저 인큐베이터 등 36개 비급여 항목에 대해 내년 4월부터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이후 400여개 항목에 대해 2020년까지 단계적으로 급여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총 30조6000억원이 필요한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지난 10일 서울 광화문에는 전국 3만여명의 의사들이 모여 문재인 케어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진료비 현실화가 이뤄지지 않은 채 비급여 항목이 급여화하면 수가가 원가에 미치지 못해 대부분 1차 의원과 중소병원이 도산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문재인 케어를 통해 한약이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면 이용자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면서 한의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대한의사협회 관계자들과 만남을 갖는 등 대화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존엄한 죽음 위한 ‘연명의료 결정법’ 시범 시행

불필요한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스러운 죽음을 택할 수 있는 ‘연명의료 결정법’, 일명 ‘존엄사법’이 10월 시범사업에 들어갔다.

말기·임종기 환자나 가족들은 ‘연명의료 계획서’ 작성을 통해 생명 연장을 위한 치료를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힐 수 있고, 건강한 사람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통해 미리 계획할 수 있다. 12월 초까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은 4000명을 넘었으며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사람은 10명 남짓이었다.

지난달 시범사업을 통해 연명의료 계획서를 작성한 환자가 사망했다. 국내 첫 합법적 존엄사였다. 연명의료 결정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의료계는 절차의 복잡성과 법의 모호성 등 현장에서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내년 2월 연명의료 결정법이 본격 시행되기 전 내용을 수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여성환경연대가 지난 9월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모든 생리대의 유해성분 규명 및 역학조사를 촉구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생리대 파동… 여성들 불안↑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을 포함한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뉴스는 여성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여성환경연대는 3월 생리대 유해물질 관련 연구를 의뢰한 결과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이후 특정 생리대 사용 피해자 사례를 모집하면서 불매 운동이 벌어졌고 여성들의 불안감은 확산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후 61개사 666개 생리대와 팬티라이너 제품을 전수조사해 ‘어떤 제품에서도 인체에 유해한 수준의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미량이라도 믿을 수 없다며 우려를 씻지 못했다. 일회용 생리대 대안으로 떠오른 면생리대 품귀 현상이 벌어졌으며 최근에는 외국에서 판매되던 생리컵의 국내 판매가 허가됐다.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으로 ‘아동학대’ 논란을 일으킨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 카페 사건을 다룬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장면. 세계일보 자료사진
◆자연치유vs아동학대, ‘안아키’ 논란

‘화상은 찬물이 아니라 40도 온수로 처치해야 한다’, ‘아토피 피부는 긁게 놔둬야 한다’, ‘예방접종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등. 인터넷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를 통해 공유된 가정치료법 파문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방송되면서 커졌다. 이를 그대로 따랐던 부모들 중 병증이 심각한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치료하려 했다가 피해를 키운 사례도 다수 발생했다. 온몸에 붉은 피부발진이 생겨 고통스러워하는 피해 아기의 모습이 공개되자 네티즌들은 ‘아동학대’라며 분노했다. 이 카페를 개설해 비과학적 치료법을 전파한 김효진 한의사는 물론 그를 맹신하고 아이들을 고통에 이르게 한 부모들에게도 비난이 쏟아졌다.

김 한의사와 남편은 자택에서 한약재를 발효해 제조한 무허가 소화제와 식용으로 사용할 수 없는 활성탄을 ‘해독작용을 돕는 숯’이라며 판매해 약사법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입건됐다.

◆‘낙태죄 폐지’ 찬반 논란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낙태죄 폐지 찬반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9월 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형법상 낙태죄 폐지와 자연 유산 유도약 미프진에 대한 합법화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23만명 이상 서명했다.

여성계는 임신중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 문제일 뿐 아니라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삶에 대한 통제권 문제이기 때문에 여성의 몸을 불법화하는 낙태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종교계는 ‘태아도 존엄한 생명’이라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가톨릭교회는 ‘낙태죄 폐지 반대’ 100만인 서명운동에 나선 상태다.

의료계에서도 찬반 논란이 팽팽하지만 현실을 고려한 법 개정이 필요하며 제한적으로 임신중절을 허용해 현재 불법적으로 암암리에 행해지는 임신중절수술을 합법적으로 안전하게 받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직접 나서 “8년간 중단됐던 정부의 ‘인공임신중절 수술 실태조사’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병원 내 인권유린 ‘심각’

올해 국정감사에서 전공의의 피멍 든 다리 사진이 공개되면서 병원 내 전공의 폭행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부산대병원은 사건을 인지하고도 가해 교수를 처벌하거나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이후 다른 병원에서도 교수나 선배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폭행 혹은 성폭행이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줄줄이 드러났다.

복지부는 최근 “전공의 폭행이나 성추행 등 사건 발생 시 향후 국립대병원 경영평가에 반영하고 예산지원과 연계해 제재를 강화하는 등 병원에 불이익을 주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림대 성심병원에서는 간호사들이 재단 행사에서 선정적인 장기자랑을 강요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간호사 인권침해 문제도 불거졌다. 정부는 간호사 인권 실태조사에 나섰고, 대한간호사협회는 병원 내 폭언과 폭행, 성희롱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간호사인권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국종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이 지난 7일 국회 의원회관 조찬세미나에 참석해 중증외상센터에 대한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이국종의 호소… ‘중증외상센터’ 지원 확대

“전쟁터나 다름없는 중증외상센터는 이제 병력도 총알도 바닥났습니다. 우리가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지난달 심각한 총상을 입고 판문점을 통해 귀순한 북한 병사를 살려낸 이국종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 교수는 중증외상센터 문제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력 부족에도 정부는 물론 병원과 의료계로부터도 외면받는 현실을 폭로한 것이다. 이에 국민적 관심이 폭발하면서 최근 중증외상센터 지원 국민청원에는 27만명이 참여했다.

정부는 이에 당초 삭감했던 권역외상센터 예산을 201억원 늘려 601억원으로 편성했다.

◆신생아 4명 연쇄 사망

지난 16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81분 내 잇따라 숨지는 유례없는 일이 발생했다. 현재까지 조사 결과 숨진 아기들 중 3명에게서 항생제 내성을 가진 동일한 그람 음성균이 검출됐다. 이에 경찰은 병원 측 과실로 인한 원내 세균 감염이 사망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이대병원은 사건 발생 뒤 보건소에 제때 보고하지 않고, 유가족에게 사망 경위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등 엉성한 대응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대병원은 9월에도 날벌레가 들어 있는 수액을 확인하지 않고 생후 5개월 영아에게 투약했던 사건으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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