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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하며 아픔도 축복 기회임을 깨달아”

입력 : 2017-12-19 20:43:06 수정 : 2017-12-19 21: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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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수녀 산문집 출간 간담회 / 수도원에서 보낸 반세기 회고 / “너그러움, 살기좋은 사회 만들어” “9년간 암 투병을 하면서 그전에 쓰지 않았던 ‘기쁨’ ‘행복’이라는 말을 더 많이 쓰게 됐습니다. 그때 아픔도 축복의 기회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해인 수녀가 19일 오후 서울 용산구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열린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 출간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해가 되면 수도서원 50주년을 맞는 이해인(72) 수녀가 수도원에서 보낸 반세기를 돌아보며 정리한 산문집 ‘기다리는 행복’을 출간했다. 책에는 이해인 수녀가 첫 서원 뒤 1년 동안 쓴 단상들이 실렸다. 이해인 수녀는 19일 서울 용산구 성 분도 은혜의 뜰에서 출간기념 간담회를 열고 “처음 시작할 때 두렵고 막연하던 것이 이제는 마침표를 찍는 느낌”이라며 “하루 일을 마치고 저녁노을을 바라보는 듯한 뿌듯한 안정감 같은 게 있다”고 했다.

‘기다리는 행복’이라는 책의 제목은 이해인 수녀가 1979년 펴낸 시집 ‘내혼에 불을 놓아’의 마지막 시의 이름이다. 그는 “신학생 중 한 명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 시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았다는 얘기를 해줬다”며 “누군가의 20대를 지켜준 시라는 것이 마음에 와닿아 산문집 제목으로 정했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는 지난 50년간의 삶에 대해 “아무리 힘들어도 초심을 놓지 않으려고 인내했던 노력이 오늘날까지 오게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제는 초심이 젊음에서 오는 열정에 비해 덜하지만, 연륜에서 쌓이는 지혜가 더해진 것 같다”며 “나이가 들면서 저를 객관화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겨서 좋다”고 말했다.

이해인 수녀는 2008년부터 9년간 암 투병을 겪었다. 그는 “항암주사를 맞을 때마다 배에 덮었던 분홍타월이 기억난다”며 “투병이 끝나고 보니, 비록 사물일 뿐이지만 고통의 순간을 함께 해준 동료의식이 느껴져 눈물이 흘렀다”고 했다. 이어 “투병생활 중 많은 분들에게 위로를 받으면서, 잘 투병해서 좋은 모습을 보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때로는 아픔도 기쁨과 행복을 불러온다”고 말했다.

그는 아픔이 많았던 한국 사회에 대해 “나보다 다른 사람을 탓하는 데서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싶다”며 “우리 삶 자체가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면서, 스스로에게 갇혀버린 느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남을 대할 때 너그러운 마음이 확립된다면, 우리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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