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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손흥민과 군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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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7 11:01:18 수정 : 2017-12-27 16: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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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펄펄 날자, ‘군문제’ 이야기 솔솔 / 한국 남성에게 병역은 ‘숙명’ vs ‘융통성’ 있게 병역 특례 줘야
“손흥민 선수 군면제를 청원합니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토트넘의 공격수 손흥민(25)이 뛰어난 활약상을 보여주면서 그의 군대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성적이 곧잘 병역 문제와 연결되는 스포츠 스타. 손흥민은 지난해 브라질 리우올림픽 8강 탈락으로 병역 면제 혜택을 받지 못했을 때, 패배 후 울먹거리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화생방 훈련을 받는 군인 사진으로 합성돼 조롱 받았다. 하지만 지난 5월 2016-2017 프리미어리그에서 21골을 넣으며 ‘한국인 한 시즌 유럽무대 최다골’을 달성하자 그에게 군면제 혜택을 줘야 한다는 글들이 쇄도했다.

최근 손흥민은 4경기 연속골로 최고의 몸상태를 보여주면서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선정하는 ‘이달의 선수상’(Player of the month)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 현지 언론들도 그에게 극찬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14일(한국시간) 영국의 한 매체는 “토트넘이 손흥민을 데려올 때 지출했던 이적료 2300만 파운드(약 335억원)는 이제 바겐세일인 것처럼 보일 정도”라며 손흥민의 맹활약을 치켜세웠다.

손흥민이 펄펄 날자, 인터넷에서는 그의 군면제를 언급하는 글들이 적잖게 올라오고 있다. 16일 한 포털 사이트의 손흥민 기사에는 “스포츠 영웅의 군면제는 정말 한번 심히 생각해야 할 문제”라며 “국방의 의무는 모두에게 평등하지만 2년 동안 받는 연봉의 50%를 국방 방위세로 낸다면 손흥민도, 국방부도, 국가도 윈윈(win-win)하는 거 아닌가”라는 글이 베스트 댓글로 뽑혔다. 여기에 답글만 800여개가 달렸다. 또한 “군(문제)만 해결되면 몸값 700억∼900억은 하지 않을까”라는 베스트 댓글에도 210여개의 답글이 붙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도 손흥민의 군면제를 청원하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밝힌 한 청원자는 이날 ‘프리미어 리그 손흥민 선수 군면제를 청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요즘 단연 돋보이는 선수는 손흥민 선수가 아닐 수 없다”며 “모든 축구팬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손흥민 선수의 성장에 병역 문제가 걸림돌이 됨에 틀림 없다”고 적었다. 이어 “군대 문제는 민감한 사항이기에 함부로 다룰 수 없다는 것을 알지만, 융퉁성 있는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이날까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손흥민의 군면제와 관련한 청원은 40여건에 달했다.

병역법상 운동선수가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다. 올림픽에서 금·은·동메달 중 하나 이상을 따거나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 때다. 단체 경기에서는 실제 출전한 선수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축구 국가대표팀이 일본과 3·4위 결정전을 치를 때, 당시까지 한게임도 뛰지 못했던 김기희 선수는 2대0으로 앞선 후반 44분에 교체 출전해 4분간 뛰고 병역을 면제 받은 바 있다. 이 같은 기회는 손흥민에게도 아직 남아있다. 내년 자카르타 아시안게임에 와일드카드로 선발돼 금메달을 따는 경우다.

과거에는 ‘선심성’ 병역혜택도 있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정부는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자 ‘월드컵축구대회에서 16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에게 병역 특례 혜택을 부여하는 것으로 규정을 손봤다. 이를 통해 당시 안정환, 박지성, 김남일, 이천수 등 대표선수 10명이 특례 혜택을 받았다.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는 야구 대표팀이 6전 전승으로 4강에 진출하자 그해 9월 병역법 시행령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World Baseball Classic)대회에서 4위 이상의 성적을 거둔 사람’이란 요건이 추가돼 당시 대표선수들에게 병역 혜택이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은 ‘특혜’ 논란으로 여론의 거센 비난을 받았고 비인기종목과 형평성 등의 이유로 결국 2007년 12월28일 병역법 시행령에서 삭제됐다.

남자로 태어난 이상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군대에 가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한국사회에서 병역에 예외를 두는 것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손흥민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스포츠 선수들의 해외진출이 계속 이어지는 한, 스포츠 스타들의 병역 문제는 앞으로도 두고두고 나오게 될 이야기다. 이 때문에 차제에 ‘월드컵 16강’, ‘WBC 4강’ 병역 면제처럼 들쭉날쭉한 혜택은 지양하되 명확한 기준을 두고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민영웅 특별법’이라는 제목의 청원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자는 손흥민을 비롯한 박찬호, 박지성 선수 등을 거론하며 “힘든시기, 힘든 때 국민들에게 힘을 주었다. 이러한 국민영웅들을 위하여 일정한 선발기준을 두고 국가적 인재들이 국방의 의무를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리고 “가령 연봉의 1/3을 국방비로 납세를 하면서 국방의 의무를 대체하게 한다든지, 국민영웅 포인트 같은 것을 만들어 일정 포인트 이상의 스포츠 스타나 예술인에게는 국방의 의무를 대체할 기회가 주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스포츠 선수의 군면제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상당하다. 인터넷에는 손흥민의 군면제와 관련해 “아무리 그래도 병역문제는 냉정해야 한다”, “한국은 휴전국가다. 군복무는 만인의 의무규정”, “이런 법 만들면 상류층들 편법의 도가니탕 된다. 의도는 잘 알겠는데 의무에는 예외가 없는 법”이라는 지적을 담은 댓글도 많다.

지난해 국방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7월까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 또는 이탈한 병역대상자는 1만7229명으로 연평균 3400여명에 달했다. 장기 거주 등을 통해 외국 국적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해 병역 면제를 받은 남성이 1만5569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국민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는 스포츠 스타가 이 같은 결정을 하기는 어렵겠지만, 널리 알려진 대로 외국 국적을 취득해서 병역을 면제 받아 엄청난 비난을 받은 가수 유승준과 같은 사례도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뛰어난 골 결정력을 보여주고 있는 손흥민은 지난 12일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선정한 ‘2017년 올해를 빛낸 스포츠스타’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운동선수 중 군계일학의 활약을 펼치고 있지만, 앞으로 그가 어떤 성적을 낼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손흥민이 지금처럼 좋은 성적을 유지할 경우, 그의 군면제 논란은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현행 병역법에 따르면, 손흥민은 2019년 7월까지만 해외에 머물며 선수로 뛸 수 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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