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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병의 편지’라는 노래를 우연히 들었다. 잔잔한 선율과 함께 시작하는 이 노래의 가사가 귀에 쏙쏙 들어와 아들이 군대에 갈 때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나게 했다. “집 떠나와 열차 타고 훈련소로 가는 날/ 부모님께 큰절하고 대문 밖을 나설 때/ 가슴속엔 무엇인가 아쉬움이 남지만(…) 이제 다시 시작이다”라는 가사처럼 기차역에서 아들과 헤어진 그 날을 잊지 못하는데 이 노랫말로 하여금 아들의 모습이 또다시 아른거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나는 이 노래에 너무나 감동하여 전화로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아들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그 노래는 자신을 포함해 군대 가는 친구를 위해 지금까지 수없이 불렀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이제 이등병이 아니라 상병이 되고 조금 있으면 제대할 것이라며 웃으면서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아 그렇구나. 이 유명한 노래를 몰랐던 것은 나뿐이었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군 복무하러 떠나는 친구를 위해 젊은이들이 이렇게나 서정적인 노래를 부르고 그곳으로 보내진다는 것이 의외이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이번에 ‘이등병의 편지’를 시작으로 그 시절의 노래를 듣게 되면서 나는 한국 노래에 완전히 빠져버렸다. 집에 있는 스피커도 좋은 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바꿔 시간이 나는 대로 음악을 들었다. 실은 나는 지금까지 K팝이 일본에서도, 다른 나라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는 그 이유를 잘 몰랐다. “춤과 노래가 좋아서 그런가”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오래전 일본에서 한류 붐이 일고 ‘겨울 연가’ 남자 배우인 욘사마의 인기가 많았을 때도 “일본 정서에 딱 맞아서 그런 거다” 정도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한국 노래를 들으면서 노랫말과 선율이 너무 좋아서 들으면 들수록 더 듣고 싶어지는 그 매력이 K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마치 한국 음식하고 비슷한 것 같다. 한국 음식은 맵지만 한 번 먹으면 더 먹고 싶어지는 당기는 맛이 있는데 그것은 노래나 드라마에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하나 더 놀란 것이 있었다. 북한의 청년들도 ‘떠나는 날의 맹세’라는 제목은 다르지만 ‘이등병의 편지’ 같은 노래를 부르고 군대에 간다는 것이었다. 한국, 북한, 일본은 서로 사이는 좋지 않지만 그들의 정서는 아주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좋은 친구가 될 수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문득 ‘크리스마스 휴전’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1914년에 일어난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 진영에서 병사 한 명이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른다. 이에 영국 병사도 따라 부른다. 그리고 독일 병사 한 명이 “쏘지 마라, 우리도 쏘지 않겠다”고 쓰인 깃발을 들고 무인지대로 나왔고, 양쪽 병사들은 서로 만나 휴전을 맺었다는 이야기다. 병사들은 가족사진을 서로 보여주기도 하고 같이 노래를 부르고 죽은 병사들의 장례도 치르고 크리스마스의 만찬을 나누며 축구게임도 즐긴다. 하지만 이런 낭만적인 크리스마스 휴전은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곧 전쟁이 다시 시작된다. 이 크리스마스 날에 일어난 기적적인 일은 공식적인 기록은 없지만 병사들과 그 가족을 위해 현재까지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전쟁하고 싶은 사람은 없다. 다만, 나라를 위해 싸워야 하는 것뿐이다. 지금까지의 역사가 애국심으로 싸운 것이었다면 미래의 역사는 애국심을 이유로 전쟁이 일어날 일이 없기를 기원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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