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대전 충남대에서는 27년 전 국민에게 감동을 안겼던 ‘김밥 할머니’ 고 이복순 여사를 떠올리게 하는 뜻깊은 기부행사가 열렸다. 휠체어에 겨우 몸을 의지하고 나타난 노구의 할머니가 오덕성 총장을 찾아 부동산과 현금 등 5억원 상당의 발전기금을 기탁한 것이다.
오덕성 충남대 총장이 이 대학에 5억원을 기부한 성옥심 할머니(오른쪽)의 손을 잡고 감사의 뜻을 표하고 있다. 충남대 제공 |
이 여사는 대전 중앙시장에서 포목점을 운영하며 인연을 맺은 성 할머니를 늘 살뜰히 챙겼고, 성 할머니 역시 20살이나 나이가 많은 이 여사를 항상 언니라 부르며 따랐다. 이런 인연 탓인지 성 할머니는 이 여사의 통 큰 기부 역시 늘 동경하며 자신도 언젠가 그 뒤를 따르겠다는 생각을 다져왔다.
그리고 마음속 다짐을 한 지 25년 만인 2015년부터 실천에 옮겼다. 그해 12월 자신이 사는 4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충남대에 기부한 데 이어 올해 8월 이 여사 추모제가 열리던 날에는 현금 1억원을 추가로 기탁했다.
지금까지 기부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을 극구 만류해왔던 성 할머니는 “기부는 남몰래 하는 것으로 생각해 왔는데 충남대가 매년 복순 언니를 추모하고 그 마음을 기리는 것을 보면서 이번에 공개를 결심하게 됐다”며 “함께 있지는 않지만 비로소 언니에게 자랑하고 싶은 떳떳한 동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충남대는 성 할머니의 뜻을 기리기 위해 ‘성옥심 장학금’을 만들어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했다.
대전=임정재 기자 jjim61@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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