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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눈] 시험대 오른 한국 스포츠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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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12 21:01:10 수정 : 2017-12-12 23: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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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OC, 평창올림픽 러 참가 불허 등 / 성공 개최 방해하는 악재들 널려 / 한명의 IOC 위원밖에 없는 상황 / 난제 해결, 세계가 지켜보고 있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낭보가 잇따르고 있다. ‘배추 보이’ 이상호(22·한국체대)가 국제스키연맹 유로파컵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1차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소식이다. 동계올림픽 금메달리스트들과 지난 시즌 세계랭킹 1위를 모두 물리쳤기에 의미가 매우 크다. 한국은 그동안 동계올림픽 설상종목에서 금메달은커녕 단 한 개의 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이상호의 선전으로 사상 첫 메달의 꿈이 무르익고 있다. 스켈레톤 윤성빈(23·강원도청)의 최근 성적은 ‘신흥 황제’의 대관식만 남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기대를 한껏 부풀게 한다. 그는 지난 9일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월드컵에서 3연속 금메달을 따내며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연달아 제치고 있다.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3차 대회 매스스타트에서 13위로 떨어져 우려를 낳게 한 ‘빙속황제’ 이승훈(29·대한항공)도 지난 10일 4차 대회에서 정상을 다시 탈환했다. ‘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는 여자 500m 새 강자로 자리매김한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31·일본)에게 계속 밀리고 있지만 기록 격차는 0.21초까지 줄어들었다. 여제의 위엄을 되찾는 것은 시간문제다. 전통적 메달밭 쇼트트랙에서는 여자 대표팀 ‘쌍두마차’ 심석희(20·한국체대)와 최민정(19·성남시청)이 이 굳건히 버티고 있다. 특히 최민정은 지난달 19일 월드컵 4차 대회에서 2관왕에 올랐다.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서 노메달의 수모를 당한 남자 대표팀도 이 대회 5000 계주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내 명예회복을 잔뜩 벼르고 있다.

평창대회는 안방에서 치러지는 첫 동계올림픽이라 한국의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 선수들의 기량이 메달권이라야 관중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쇼트트랙에만 의존하는 한계를 보이던 한국 동계스포츠가 이처럼 설상 종목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있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하지만 최근 평창올림픽을 둘러싼 여러 환경요인이 매우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큰 우려를 낳고 있다. 흥행에 치명적인 장애물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러시아의 평창올림픽 출전을 불허한 결정이다. 다행히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선수들의 개인자격 출전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미 러시아 크로스컨트리 스키에 이어 봅슬레이와 스켈레톤 대표팀도 지난 11일 개인자격으로 올림픽기를 달고 평창올림픽에 출전하기로 했다.

그러나 모든 러시아 선수들이 평창으로 향할지는 미지수다. 이미 일부 스타 선수들이 러시아 국기 없이는 평창에 가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스타들이 즐비한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가 평창올림픽 불참을 확정한 마당에 5대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다면 평창올림픽의 흥행은 장담할 수 없다. 더구나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 때문에 일부 국가는 자국 선수단의 안전을 우려해 평창행을 머뭇거리는 상황이다.

최현태 체육부장
북한의 참가가 매우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점도 평창올림픽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스포츠를 통해 인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자는 올림픽 정신의 실현을 위해서 북한의 평창행을 반드시 이끌어 내야 하지만 결코 쉽지 않다.

이처럼 평창올림픽 성공 개최를 방해하는 악재들이 곳곳에 지뢰처럼 널려있지만 이를 제거할 한국의 스포츠 외교력은 찾기보기 힘들다. 이건희 전 IOC 위원이 건강상 이유로 물러나면서 올림픽 개최 국가에 IOC 위원이 유승민 선수위원 한 명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 선수위원은 관련 업무가 주로 선수 권익 보호라서 러시아 퇴출 등 굵직굵직한 사안에서는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

평창올림픽이 이제 두 달도 남지 않았다. 지금 상태로 대회가 치러진다면 한국 선수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리며 피나는 훈련으로 쌓은 기량으로 많은 메달을 따내더라도 그 의미는 퇴색될 것이다. 당면한 난제들을 과연 해결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한국 스포츠 외교는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최현태 체육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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