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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나도 이모티콘 작가!"…실력보다 의미를 담아

입력 : 2017-12-10 10:00:00 수정 : 2017-12-16 18: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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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이모티콘 제작하는 모임·영상·학원 등장/ 누구나 포털사이트서 이모티콘 출시 가능 / 카카오 '연 10억 매출 작가 24명', 라인 '작가 상위 10명 평균 매출 48억'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전아름(33)씨가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을 설명하고 있다.

올해 초 디자인 회사에 취업하기 위해 부산에서 상경한 남동철(33)씨는 서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사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 사장은 늦은 나이 취업을 준비하는 남씨의 사정을 듣고 조언과 경제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마침내 취업에 성공한 남씨는 그동안 고마운 마음을 담아 사장에게 특별한 선물을 하기로 결심했다. 사장을 닮은 ‘이모티콘’을 선물하기로 한 것이다.

남씨는 지난 5월부터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했다. 직장을 다니며 3주간 틈틈이 시간을 낸 그는 사장을 쏙 빼닮은 ‘곰 캐릭터’ 이모티콘을 제작할 수 있었다. 사장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 잘난척 하는 모습, 엄지를 들어 칭찬하는 모습 등을 떠올리며 7가지 귀여운 이모티콘이 탄생했다. 남씨는 “(이모티콘을) 사장 형에게 보여줬더니 너무 좋아하더라”면서 “언제 출시하냐고 재촉하는데 조만간 마무리 작업을 거쳐 메신저 이모티콘에 등록할 예정”이라고 웃음 지었다.

최근 20~30대 젊은 층 사이에서 직접 제작한 ‘DIY(Do it yourself) 이모티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블로그나 카페, 소모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이모티콘 제작’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한다. 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유튜브에는 이모티콘 제작과정을 담은 영상을 쉽게 찾을 수 있고 최근에는 단기과정으로 이모티콘 제작을 가르치는 학원까지 등장했다.
 
지난 5월 남동철(33)씨가 과거 아르바이트 했던 회사 사장님을 위해 만든 이모티콘.

이런 DIY 이모티콘 열풍은 최근 메신저들이 이모티콘 시장을 일반인에 개방하면서 시작했다.

네이버 라인은 지난 2014년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열어 일반인이 직접 이모티콘(스티커)을 등록할 수 있는 장을 만들었다. 라인에 따르면 출시 3주년이었던 지난 5월 기준 마켓에 등록된 크리에이터(이모티콘 제작자) 수가 세계 230개국 약 72만 명에 달한다. 카카오는 지난 4월 같은 성격의 ‘카카오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열었다. 카카오는 “정확한 수치는 밝힐 수 없지만 이모티콘 제안은 계속해서 늘고 있다”고 인기를 전했다.

이들이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하는 이유는 다양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의 한 학원에서 이모티콘 발표회를 가진 직장인 김모(30)씨는 자신이 겪은 회사원의 고충을 담아 이모티콘을 만들었다. 김씨는 “이모티콘의 이름은 ‘새새’로 나 대신 회사 욕을 해주는 콘셉트로 만들었다”며 “회사원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들을 이모티콘에 녹여냈다”고 웃어 보였다. 강모(30)씨는 “집에서 고양이를 키우는데 녀석의 행동을 관찰해 이모티콘에 담고 싶었다”며 “벽에 기대 주인을 몰래 보는 모습, 기분 좋을 때 뛰는 모습 등을 표현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카카오톡에서 인기를 얻었던 이모티콘. 이른바 B급 이모티콘이 인기다. 출처=카카오

이모티콘 작가들은 완벽한 디자인을 자랑하는 작품보다 무언가 부족해 보이거나 조악한 이른바 ‘B급 코드’의 이모티콘이 최근 유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카카오가 올해 ‘카카오톡’에서 가장 인기를 얻은 이모티콘을 공개한 결과 ‘오버액션 꼬마토끼&꼬마 곰(DK)’, ‘급하개?바쁘개?조개?(펀피)’, ‘오늘의 짤(MOH Inc)’, ‘대충 하는 답장(범고래)’ 등 그림 실력보다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대다수였다. 이중 범고래, 펀피 작가는 ‘이모티콘 스튜디오’를 통해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해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블로그를 통해 이모티콘 강좌를 하고 있는 변유선씨는 “과거에는 기술적, 전문적으로 그림을 그린 사람들이 이모티콘을 제작했지만 요즘은 그림실력 있는 전문가가 유리하지 않다”며 “아이가 그린 수준의 이모티콘도 있고 그림판으로 그린 것도 있고 이른바 B급 이모티콘이 유행”이라고 설명했다. 정글아카데미 허수경 실장도 “포토샵(이미지 편집 프로그램) 기본 정도만 알면 누구나 이모티콘을 만들 수 있다”며 “아이디어를 단순화하는 작업이 쉽지 않은데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이모티콘이 유행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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