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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 은밀하고 조용하게…동아시아 하늘 지배하는 스텔스 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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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9 11:00:00 수정 : 2017-12-12 10: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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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군 소속 F-22 전투기가 공중전 훈련을 위해 고고도로 비행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스텔스(stealth).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고 상대방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의미하는 스텔스는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였다. 자연환경과 유사한 패턴의 위장복을 입거나 얼굴에 위장크림을 바르는 것도 적이 아군의 실체를 알지 못하도록 은폐하는 스텔스의 일부였다.

지구상에서 벌어진 전쟁의 역사와 더불어 변화를 거듭했던 스텔스는 오늘날 최첨단 과학기술과 결합해 동아시아 하늘을 지배하고 있다. 그 정점에 서있는 것은 미국 공군의 F-22와 F-35 전투기다. 이 전투기들은 4~8일 국내에서 진행된 한․미 공군 연합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에 참가해 북한을 겨냥한 무력시위 선봉장 역할을 수행했다.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에 맞서 중국과 러시아도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J-20과 FC-31을, 러시아는 SU-57을 개발하는 중이다. 하지만 엔진이나 전자장비 등의 분야에서 난관에 부딪히고 있어 본격적인 작전활동에 돌입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에 따라 향후 10여년 동안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에 의한 공중우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공군 소속 F-22 전투기가 공중전 훈련을 위해 고고도로 비행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 美 스텔스 기술 결정체 F-22와 F-35

일반적으로 스텔스를 언급할 때 항공기 표면이 각진 형태를 생각하지만 이는 레이더에 탐지되는 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으로 스텔스 기술의 일부에 불과하다. 항공기에서 방출되는 전자적 신호를 숨기거나 매우 빠른 속도로 비행해 적 레이더가 탐지할 시간적 여유를 주지 않는 방법 등도 스텔스 기술에 포함된다.

미국 록히드마틴이 개발해 1962년 첫 시험비행을 실시한 SR-71 정찰기는 빠른 비행속도로 적 레이더와 미사일 공격을 회피하는 1세대 스텔스기로 평가받는다. 마하 3의 속도에 초보적 수준의 스텔스 기능이 적용된 SR-71은 그 어떤 미사일이나 레이더로도 잡을 수 없었다. 북베트남과 북한에서는 SA-2 지대공미사일을 발사하고, 러시아는 미그-25 요격기를 개발해 투입했지만 요격에는 실패했다. 이후 1991년 1차 걸프전에 모습을 드러낸 F-117A는 이라크군 레이더망을 뚫고 이라크 내륙 깊숙이 침투해 공습을 수행했다. 
미국 공군 소속 F-22 전투기가 지난해 4월 6일 버지니아주 랭글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미국 공군 제공
현재 미국 공군의 주력은 스텔스 전투기 F-22다. 지상공격에만 쓰이던 F-117A와는 달리 강력한 공중전 능력을 갖추고 있다. F-22의 기원은 1981년 개발이 시작된 ATF(Advanced Tactical Fighter) 프로젝트다. 미국의 적성국가들이 개발할 모든 전투기를 철저히 제압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한 ATF는 스텔스 성능과 뛰어난 기동성, 멀리 떨어진 적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요구받았다. 미국 내 항공우주산업체들이 모두 참여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결과 1991년 록히드마틴의 F-22가 최종 채택됐다.

강력한 스텔스 성능에 중점을 둔 F-22는 레이더에 탐지되는 면적이 0.0001㎡에 불과하다. 레이더에서는 F-22가 곤충처럼 보일 정도로 탐지가 쉽지 않다. 스텔스 성능이 워낙 뛰어나 모의 공중전에서 F-22 1대가 100여대의 상대 전투기를 격추하는 성과를 기록해 ‘공중전의 끝판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대 250㎞ 떨어진 적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APG-77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와 실시간 정보공유가 가능한 데이터링크 시스템, 적의 미사일 공격을 방해하는 전자전 장비들을 통합 운용할 수 있어 조종사의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지원한다. 기체 구조도 매우 튼튼하다. F-22는 8000시간 비행할 수 있도록 설계됐으나 실제로는 개량작업을 하지 않아도 최대 1만5000시간 비행이 가능하다.

현재 미국 공군은 F-22 184대를 운용하고 있다. 당초 700여대를 생산, 배치하려 했으나 대당 가격이 3억7000만달러(4000억원)에 달해 실제 운용 대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대신 미국 공군은 2060년까지 F-22를 운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무인정찰기와의 실시간 정보공유, 최첨단 정밀유도무기 탑재 능력 추가 등 성능개량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F-22가 미국 공군을 위한 ‘프리미엄 스텔스 한정판’이라면 록히드마틴이 개발한 F-35는 미국과 동맹국을 위한 ‘보급형 스텔스’ 전투기다. 미국 공군(A형), 해군(C형), 해병대(B형)가 3824억달러(459조원)를 들여 2243대를 도입할 예정인 F-35는 F-22에 쓰인 스텔스 성능을 계승하면서 공대공, 공대지, 정찰 임무를 모두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미국 유타주 힐 공군기지에서 8월 7일 F-35A 전투기가 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 미국공군 제공
이를 위해 F-35는 전투기의 두뇌인 조종석 구조를 혁신했다. 기존 전투기 조종석에 설치된 기계식 계기판들은 하나의 대형 디스플레이로 대체됐다. 대형 디스플레이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원리의 터치스크린 기술이 적용되어 조종사가 돌발 상황에 쉽게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 표적의 위치를 실시간 추적하고 날아오는 적 미사일 등을 파악하는 첨단 전자장비를 갖춰 생존율을 높였다.

미국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등 전략적 도발에 맞서 F-35를 동아시아에 전진배치하고 있다. 지난 1월 일본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 기지에 미국 해병대 소속 F-35B 16대가 배치됐으며, 미국 공군도 지난달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 기지에 F-35A 12대를 배치했다. 가데나 기지에 배치된 F-35A는 6개월 동안 머물면서 다양한 훈련을 진행하게 된다. 우리 공군은 내년부터 2021년까지 40대의 F-35A를 도입할 예정이다. 공군이 도입하는 F-35A는 유사시 북한 공군의 남하를 저지하는 한편 북한 내륙 지역에 침투해 핵·탄도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WMD) 시설을 포함한 핵심 표적을 정밀 타격하는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미국을 막아라” 중국, 러시아 스텔스기 개발 박차

미국의 스텔스 전투기가 자국 주변을 비행하며 공중우세를 과시하자 중국과 러시아도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러시아의 Su-57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위해 활주로에서 대기하고 있다. 스푸트니크 통신 캡처
러시아는 미국의 F-22, F-35에 맞서 Su-57 스텔스 전투기를 개발하고 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6일 러시아 산업통상부 발표를 인용해 “모스크바 인근 주코브스키 그로모브비행연구소 비행장에서 최신 엔진을 장착한 SU-57이 17분 동안 시험비행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공군의 Su-27과 Mig-31 전투기를 대체할 Su-57은 항공기 내부에서 강력한 전기를 발생시켜 레이더 전파를 완전히 흡수하는 플라즈마 스텔스 방식을 적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인승인 Su-57은 고도 2만m에서 마하 2의 속도를 낼 수 있으며, 최대 항속거리가 3500㎞에 달한다. 고성능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을 탑재한다. Kh-35UE 공대함 순항미사일(사거리 260㎞), Kh-38ME 공대지미사일(사거리 40㎞), T-77ME 공대공미사일(사거리 200㎞) 등을 장착한다.

중국의 J-20 스텔스 전투기는 1990년대 말 중국 청두항공공사(CAC)가 개발에 착수해 2010년까지 2대가 시험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고, 2011년 첫 비행에 성공했다. 당초 러시아제 AL-37F 엔진이 장착된 것으로 추정됐지만 중국제 WC-10 개량형 엔진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9월 “J-20은 이미 실전배치됐고 시험비행은 계획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혀 중국 공군에서 운용중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중국은 항공모함에 탑재할 용도로 FC-31 스텔스 전투기도 함께 개발중이다.

러시아와 중국이 스텔스 전투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러시아의 Su-57은 러시아 내에서 도입 규모 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엔진 문제 때문이다. 현재 Su-57에 탑재된 엔진은 Su-35S 전투기에 장착된 AL-41F1 엔진이다. 연료 효율과 추력이 향상된 차세대 엔진은 2025년에야 사용이 가능하다. 러시아 공군 입장에서는 구형 엔진을 탑재한 Su-57을 급하게 대량 도입할 이유가 없다.
중국의 J-20 전투기가 시험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중국의 J-20과 FC-31은 문제가 더 심각하다. J-20에 탑재된 중국제 WS-10 개량형 엔진은 소음 감소와 연료 효율 향상에 필수적인 슈퍼크루징 기능이 없다. 중국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국제 신형 WS-15 엔진 탑재를 추진하고 있으나 난항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제 체계, 스텔스 도료, 기체 제질, 적외선 센서 등에서도 문제가 적지 않다. 하지만 중국이 막대한 투자를 지속할 경우 J-20이 안고 있는 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도 많다. 미국의 F-22와 정면승부는 어렵지만 사거리 150∼200㎞의 PL-15 공대공 미사일로 미국 공군 공중급유기나 조기경보통제기를 공격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FC-31 역시 엔진 문제와 과도한 무게로 인해 기존 J-15 함재기를 20여년 동안 사용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의 스텔스 전투기가 실용화된다 해도 미국의 공중우세를 뒤집기는 쉽지 않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F-35를 대체할 6세대 스텔스 전투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은 6세대 스텔스 전투기가 갖춰야 할 성능을 탐색하는 단계지만 6세대 스텔스 전투기는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것을 뛰어넘어 사람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 수준의 강력한 스텔스 성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와 중국의 스텔스 기술이 미국에 비해 뒤쳐져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아시아를 비롯한 주요 지역에서 미국의 공중우세는 당분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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