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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새벽 영흥도 해상에서 낚싯배가 대형급유선과 충돌해 15명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다. 좁은 해로에서 순식간에 충돌했고, 급유선 선장은 낚싯배가 피해갈 줄 알았다고 한다. 이처럼 대형 사고의 뒷조사에서 밝혀지는 것은 대부분 사람의 부주의가 원인이다. 1912년 당대의 혁신적 기술로 만들어 신도 침몰시킬 수 없는 배로 자랑하던 타이타닉호의 침몰도 그랬다. 빙산 경고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쌍안경도 착용하지 않고 근무하던 승무원이 거대한 빙산을 너무 늦게 발견한 탓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이 사건을 영화화한 ‘타이타닉’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이중바닥, 16개의 방수 격실, 특정 수위가 되면 자동으로 닫히는 문 등으로 절대 가라앉지 않는 배, 일명 ‘불침선’이라 불리던 배의 침몰 원인을 자세히 조사하고 영화를 만들었다고 한다. 영화에는 타이타닉호를 만든 회사의 이사가 선장에게 “아직 최고 속력은 아니군. 난 이 배로 기록을 깨고 싶소, 기삿감이 되게, 화요일 밤까지만 뉴욕에 닿으면 톱 기삿감이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한편 선장은 빙산 경고를 받고도 승객에게 “걱정하지 말아요. 이맘때는 늘 그렇죠”라고 방심한다. 게다가 원래 2200명의 승객을 위한 구명보트를 모두 실으려면 바깥 기둥에 의지해 보트를 매달아야 하는데 외관상 보기 좋지 않아 반만 실었다고 한다. 그런 건 침몰할 배에나 필요한 것이라며, 이 배는 절대로 침몰하지 않을 것이니 그것으로 된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오만과 방심이 1500명이 배와 함께 차가운 물속에 가라앉는 대형참사를 일으킨 것이다.

오만과 방심에 대한 경고는 그리스 신화에도 있다. 크레타섬에 갇히게 된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와 탈출하기 위해 새의 깃털을 모아 밀랍으로 촘촘하게 붙여 날개를 만들었다. 이 날개는 너무 높이 날면 태양의 열로 밀랍이 녹아 날개가 떨어지고, 너무 낮게 날면 바다의 습기를 머금어 날개가 무거워지는 것이다. 아들에게 주의를 주었지만 하늘을 나는 기분에 들떠 이카로스는 그만 아버지의 주의를 잊고 태양 가까이 높이 날다가 밀랍이 녹아 날개가 떨어져 바다에 빠져 죽었다.

하늘이든, 육상이든, 해상이든 움직이는 교통수단은 그 자체로 항상 위험에 노출돼 있다. 타이타닉 침몰 100년이 넘은 지금 과거의 실수를 너무 빨리 잊는 것은 아닌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황영미 숙명여대 교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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