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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영철칼럼] 다시 30년 앞을 내다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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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7 21:08:34 수정 : 2017-12-07 21: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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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올림픽 이후 환골탈태 / 평창올림픽 디딤돌 삼아 / 정치·사회시스템 선진화로 / 명실상부 G7 기틀 닦아야 비날리 이을드름 터키 총리는 그제 이낙연 국무총리와 회담 뒤 “양국이 피로 맺은 형제임을 재차 확인했다”고 감격해했다. 이 말은 사실이다. 터키는 6·25에 참전해 많은 피를 흘렸다. 각별한 양국의 관계가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에서 최악으로 치달았다. 우연하고도 사소한 돌발변수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터키-브라질 예선전 심판이 한국인이었다. 터키 선수 두 명이 레드카드를 받아 퇴장했고 페널티킥은 골로 연결돼 터키가 한점 차(2-1)로 석패했다. 터키 현지에서 큰 소동이 벌어졌다. 언론은 ‘피로 맺은 형제, 피빛카드로 갚았다’고 보도했다. 양국 관계뿐 아니라 터키 여행객과 교민들의 안전이 위협받았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이때 해결사로 나선 곳이 국정원이다. FIFA(국제축구연맹) 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국정원은 응원단 ‘붉은악마’ 지휘자들을 불러 “터키를 응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언론에도 협조를 구했다. 방송사들이 “승패보다 형제국 간 우의가 중요하다”고 분위기를 잡았다. 붉은악마가 태극기에 이어 터키 국기를 펼치는 장면은 장관이었다. 3·4위 전에서 3-2로 애석하게 졌지만 터키는 형제국으로 되돌아왔다. 현재 터키에는 한국 기업 30여개가 진출했다.

국정원을 옹호하자는 게 아니다. 이 사례는 반면교사적이다.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을 관통한다. 잘 훈련된 조직을 잘만 운영하면 국익에 도움이 되는 것이다. 한·일월드컵에서 벌인 국정원 공작은 지금 기준에서 보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스포츠맨십에만 매달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며 수수방관했다면 사태는 수습불능이 됐을 것이다. 한국의 국력은 그런 시대를 거치면서 성장해 왔다.

문재인정부에서 국정원의 이름을 바꾼다고 한다.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부르겠다는 것이다. 그 길을 먼저 간 정부가 월드컵을 치른 김대중정부였다. 국가안전기획부를 국가정보원으로 개칭했다. 해외 경제전쟁에 주력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껍데기만 달라졌을 뿐 도·감청과 정치 개입을 멈추지는 않았다. 한 국정원장은 “승용차 트렁크에 와인과 양주, 그리고 3000만원 정도의 현금다발을 항상 싣고 다녔다”고 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집권세력의 의지다. 정보기관을 정치에 악용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행동으로 실천해야 한다. 김대중정부는 그 점에서 정직하지 못했다.

노무현정부는 국정원뿐 아니라 검찰 개혁을 위해서도 안간힘을 다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정원장 독대를 회피한 것, “대선자금 수사에서 야당의 10분의 1이라도 나오면 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한 것, 검찰을 손에서 놓으려고 한 것은 다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진심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솔선수범해도 부족한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이 과거로 되돌아간 것은 크게 아쉬운 대목이다. 두 정부는 국정원과 검찰, 국세청과 경찰, 감사원, 공영방송을 국민의 손에 넘겨야 했다. 그랬다면 대통령 탄핵과 수감, 수많은 측근과 전직 국정원장 세 명의 수감 같은 불행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문재인정부에게 이만한 반면교사도 없다. 문무일 검찰총장이 “연내 적폐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청와대나 여당이 이 말을 고깝게 듣고 그 약속을 실천하는 데 훼방을 놓는 순간 불행의 씨앗은 다시 뿌려질 것이다. 권력기관을 장악하려다간 국가 변혁은커녕 보복의 악순환에 휘말릴 뿐이다. 역사의 칼은 공평무사하다.

88서울올림픽 이후 한국은 환골탈태했다. 내년이면 한국이 일곱 번째로 30-50(국민소득 3만달러, 인구 5000만명)클럽에 들어간다. 지난 30년 성취의 결과일 것이다. 평창올림픽이 다가온다. 88서울올림픽 30년 만인 2018년 2월9일 개막한다.

이전 30년은 외형 성장에 눈코뜰 새 없었다. 평창올림픽 이후 30년은 가야 할 길이 다르다. 인본주의적 가치와 삶의 질을 높이는 내적 성장에 주력하면서 과학기술 전쟁에서 승리해야 한다. 정치문화, 사회시스템의 선진화로 명실상부한 G7국가로 우뚝 서야 한다. 30년 앞 미래상을 준비해서 실행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평창올림픽은 한국 꿈의 디딤돌이다.

백영철 대기자 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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