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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선] 가리키는 달 대신 손가락 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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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7 21:08:10 수정 : 2017-12-07 21: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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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 ‘고교학점제 도입 준비방안’, ‘2018 대학 기본역량 진단 추진계획’. 교육부가 지난주 발표한 이들 정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서열화 방지’이다.

올해 학업성취도평가는 중3과 고2 학생(약 93만4000명) 가운데 3%(2만8100여명)만 표집해 조사하는 방식으로 실시했다. 학교·시도별 평가 결과도 공시하지 않는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이유로 ‘줄세우기식 평가’, ‘서열화된 고교’를 들었다. 고교 9등급 상대평가를 절대평가로 바꾸고 외국어고·자율형사립고를 일반고로 전환하겠다는 얘기다. ‘대학구조개혁평가’(2014∼2017학년도) 명칭을 ‘대학 기본역량 진단’(2018∼2021학년도)으로 바꾼 데는 400여개 대학 순위를 일일이 매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돼 있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서열화의 제일 큰 폐해는 낙인효과 때문에 저마다의 조건과 역량, 잠재력이 무시된다는 데 있을 것이다. ‘일제고사’ 폐지로 일부 학생·학교·교육청이 ‘똥통’으로 통칭되는 억울함은 다소 해소될 성싶다. ‘귀족고교’가 없어지면 일반고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대입에서 불이익을 받는 일도 줄 것이다.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했는데도 ‘부실대학’으로 낙인 찍힌 지방대들 한숨도 잦아들 것 같다.

문재인정부가 ‘교육의 공공성 강화’, ‘희망사다리 복원’을 주된 국정과제로 삼은 것은 교육 기회·과정·결과의 형평성·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개별 정책이 교육의 본질까지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학업성취도평가의 본래 목적은 기초학력에 미달하는 학생들을 찾아내 집중 지원하자는 것이다. 표집조사는 흐름이나 유형만 파악할 수 있을 뿐이다. 외고·자사고를 폐지한다고 해서 일반고가 살아나고 사교육이 줄어들까. 교사, 학교가 바뀌고 대입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부는 저마다 가진 잠재력보다는 국어·수학 성적 순(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 신입생을 뽑고 학생 역량보다는 부모 지원 정도와 고교 프로그램(학생부종합전형)에 따라 당락이 좌우되는 대입 현실은 놔둔 채 절대평가로의 수능 개선과 고교 체제 개편을 말한다. 그래도 정유라 입시부정 사건을 계기로 모든 체육특기생의 기초학력을 요구한 정책보다는 낫지 않느냐고 위안을 삼아야 할 정도다.

문재인정부의 교육정책이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정책·제도 변화와 이념적 차별화에만 매몰돼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정책 사안이 복잡하고 서로의 이해가 첨예할수록 본질을 떠올려봐야 한다. 교육의 본질은 미래 사회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창의와 융합이다. 창의성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평준화는 다양성의 적일 뿐 아니라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기회를 공평하게 주겠다는 정책이 자칫 하향 평준화를 야기할 수 있다. 가리키는 달 대신 손가락이 중요하다고 생떼 쓰는 교육정책이 못내 아쉽다.

송민섭 사회2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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