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극심해져가는 취업난과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 등으로 인해 연애와 결혼, 출산, 인간관계 등을 포기하며 살아가는 ‘N포 세대’. 그들에겐 연애도 마냥 귀찮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있다면 바로 연애다. 그런 그들에게 손가락 터치 하나만으로 이성과의 만남을 주선해주는 소셜 데이팅 어플이 큰 인기를 끈 지도 꽤 오래됐다. 5일 업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소셜 데이팅 서비스 시장 규모는 5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현재 국내에만 약 200여개 이상의 소개팅 앱이 존재하며, 지난해 국내 전체 앱 소셜 매출에서 비게임 분야 5,6,8위를 소셜 데이팅 앱이 차지할 정도로 향후 성장 가능성도 크다.
다만 이러한 맞춤형 소셜 데이팅 어플은 외모나 스펙 등을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연애의 계급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아만다’(아무나 만나지 않는다)라는 어플은 얼굴 평가를 거쳐야 한다. 가입자가 본인의 사진 3장을 올리면 기존에 가입한 이성 회원들이 외모 점수를 매긴다.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3점을 넘어야 가입이 가능하다. 회사원 이모(30)씨는 “최근 술자리에서 이 어플에 가입해 사진을 올려 평점이 가장 낮은 사람이 술을 사는 게임을 한 적이 있다. 술자리 당시엔 웃고 넘겼지만, 외모가 가입조건이라는 ‘웃픈’(웃기고 슬픈) 현실에 씁쓸했다”고 말했다. 대기업, 공기업에 다니는 사람들만이 가입 가능한 소셜 데이팅 앱도 있다. 중소기업에 재직 중인 박모(31)씨는 “연봉 많고,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사람들끼리만 만난다면 인도의 카스트 제도랑 뭐가 다른가. 한국판 계급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주는 듯하다”고 말했다.
반론도 있다. 서로에 대해 제한된 정보만으로 만남이 이루어지는 하는 소셜 데이팅 서비스의 태생적 한계상 외모나 스펙 등이라도 알고 만나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소비자원이 2015년 발표한 소셜데이팅 이용자 500명 설문조사에 따르면 38.5%가 ‘프로필 정보를 허위로 입력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허위 정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서라도 가입절차가 까다롭고, 충족 조건 인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카이피플’ 앱의 사용자인 조모(28)씨는 “오프라인 소개팅에서도 사진이나 스펙 등을 주선자를 통해 이미 교환하고 만나지 않나. 소셜 데이팅으로도 연애에서 결혼까지 이어질 수도 있는데, 서로의 조건을 미리 알고 만나면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서 좋은 점도 있다. 스펙이라는 것은 그 사람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바로미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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