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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이슈] 트럼프 “美대사관, 예루살렘 이전”…화약고 불붙나

입력 : 2017-12-06 19:44:30 수정 : 2017-12-06 22:2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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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수도 공식 인정 파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예루살렘 지위와 관련한 미국의 오랜 정책 방향을 뒤흔들고 있다.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확인하면서 중동지역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예루살렘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자치정부가 서로 자국 수도로 삼겠다고 주장하는 사실상의 분쟁지역이다.

5일(현지시간)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미국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 방침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백악관 고위관계자는 이날 언론에 “트럼프 대통령이 6일 오후 1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대사관 이전 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점을 고려해 대사관 이전을 6개월 보류하는 문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에 하루 앞서 관련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자치정부를 비롯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등 중동 5개국 정상에게 전화를 걸어 이 같은 미국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비롯해 아랍권은 강력 반발했다. 사우디의 살만 빈 압둘 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그런 조치는 세계의 무슬림을 자극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 같은 조치를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어선 것으로 규정한다며 이스라엘과 단교 가능성을 언급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은 6일부터 사흘 동안 영토 전역과 전 세계 미국 대사관 또는 영사관에서 이번 조치에 항의하는 저항운동과 집회를 열 계획이다. 미국 정부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중동지역 주재 자국 대사관·영사관에 경비 강화를 당부했다. 특히 예루살렘 주재 영사관 직원과 가족에겐 예루살렘 올드시티(구시가지)와 요르단강 서안지구 방문 금지령을 내렸다.

중동국가 외에서도 트럼프 정부 방침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우리는 예루살렘을 관련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에 근거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당사국의 직접 협상으로 해결돼야만 하는 최종적 문제로 여긴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예루살렘의 현재 상황이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역시 우려스럽다며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미국대사관 이전을 두고 아랍권이 반발하는 건 예루살렘이 갖는 독특한 성격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기독교, 이슬람교, 유대교의 성지다. 이스라엘은 1967년 6일전쟁 때 동예루살렘을 점령한 뒤 예루살렘 전체를 수도로 삼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아랍권 등 국제사회의 반발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특히 팔레스타인은 이스라엘이 동예루살렘을 무단 점유한 상태여서 이를 되찾아 수도로 삼겠다는 입장이다.
저항 의지 불태우는 팔레스타인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5일(현지시간) 베들레헴 구유광장에서 이스라엘 주재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계획을 추진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을 태우고 있다.
베들레헴=AFP연합뉴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았다. 지금껏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공존을 보장하는 ‘2개 국가 해법’에 따라 중립적 입장을 유지했다. 1995년 미 의회에서 미국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도록 하는 법안이 통과됐으나, 미국 정부는 안전과 외교문제를 들어 이를 실행하지 않고 있다. 대신 6개월마다 미국대사관 이전 유예 조치를 취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 이행을 밀어붙이면 미국은 예루살렘에 자국 대사관을 둔 유일한 나라가 된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도 당장 미국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길 정치·경제적 여건을 갖추지 못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예루살렘으로 이전하려면 텔아비브에 상주하는 외교 인력 1000여명의 안전이 우선 담보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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