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세계포럼] 평창에도 없는 올림픽 열기

관련이슈 세계포럼 , 오피니언 최신

입력 : 2017-12-06 21:11:28 수정 : 2017-12-06 23:18:27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알펜시아·용평스키장 KTX역 없어 / 강릉 올림픽홍보관 홀대받는 듯 / 러시아, NHL 불참 초비상 / 흥행 우려, 현장 준비 독려해야 시험운행 중인 경강선 KTX를 타면서 서울역에서 스키를 메고 용평스키장으로 직행하는 기대에 설렜다. 일본에서 전철로 스키장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러워했던 게 20년 전이다. 열차가 속도를 내면서 눈 덮인 산간지역이 빠르게 지나갔다. 만종역에서 실망스러운 모습이 다가왔다. 선로 바로 옆에 유류저장탱크가 늘어서 있었다. 군사시설처럼 보여 긴장됐다.

둔내역을 지나 평창역에 도착했다. “환영, 2018 평창동계올림픽” 현수막을 기대했다. 호랑이와 곰 마스코트가 손을 내밀 것으로 바랐다. 그러나 찬바람이 휭하니 불고 있었다. 동계올림픽 경기장을 안내하는 간판은 보이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 경기장이 하나도 없었다. 주민들의 이기주의와 행정편의주의가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지역의 중심이라는 이유 때문에 경기장 하나도 없는 이곳에 평창역 이름이 붙게 됐다.

올림픽 개·폐회식에 참석하려면 그 다음역인 진부역에서 내려야 한다. 월정사와 오대산이 떠오르는 벽지인데다 방문객이 그리 많지 않은 곳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알파인경기 등을 보려고 평창역이 아닌 진부역에 내릴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외국인들과 서울 등 방문객들이 인터넷 등을 통해 기차표를 구입할 때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까 걱정되었다.

알펜시아경기장과 용평스키장이 위치한 곳에는 아예 역이 없었다. 지하 깊숙한 곳에서 선로가 통과한다고 한다. 진부보다 해발고도가 높고 고속철이 허용경사도를 감당하지 못해 역을 만들지 못했다고 한다. 대관령 등이 가까워 방문객이 많은 이 지역에 “동계올림픽역”이 세워졌더라면 국제사회에 알릴 좋은 기회였는데 아쉬웠다.

강릉의 경기장 인근에 설치된 동계올림픽홍보체험관은 허물어져가는 돌담벽에 기댄 농가만큼이나 초라해보였다. 거대한 현대식 녹색도시체험센터 건물 사이에 컨테이너 박스를 덧붙여 급조한 가건물이었다. 1분 만에 상황파악이 끝났다. 입구에 세워진 선수 인형의 얼굴은 우글쭈글한 노인네였다. 그 옆 여자 스케이팅 선수는 잔뜩 화가 난 표정이었다. 내부도 만족스럽지 못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올림픽홍보시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홀대받고 있는 듯했다. 눈길을 붙잡지 못하는 사진 진열과 동영상이 반복됐다. 편한 복장을 한 아르바이트생이 주섬주섬 안내를 하고 있다. 여러 대의 버스가 실어나른 관람객 중에서 홍보관을 나서면서 감탄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버스에 그려진 대형 홍보그림이 사진촬영 배경으로 더 인기를 끌었다. 올림픽 주관방송사인 미국 NBC가 “관중석에 빈자리가 없게 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현지 분위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용걸 논설위원
정부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3번 고배를 마신 뒤 대기업에 손을 벌려 성공시켰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나선 뒤 유치에 성공했다. 지지부진하던 사업도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휘하고, 대한항공 직원들이 대거 투입된 뒤에 진척을 보았다. 이들이 물러나자 분위기가 싹 가라앉았다. 최순실사태와 대선, 북의 핵·미사일 도발, 사드 논란과 중국 보복, 적폐청산 수사 등 이유가 즐비하다. 하지만 외국 손님들에게 그게 변명거리나 될까.

총점검을 하고 마지막 리허설을 하고 있어도 시원치 않을 12월이다. 개막 2개월 전인데도 손님맞이 준비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아직 경기장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러고도 대회시설 공정률이 99.7%라고 발표했다. 대통령이 홍보대사인데 말이다. 청와대가 까막눈이니 보고받아도 현장에서는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다. 올해 연초부터 바람이 불어 전국적으로 들썩거려도 성공할까 말까 하다.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사무국이 출전을 보이콧한 데다 러시아마저 출전이 정지됐다. 평화올림픽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허공에 손을 내밀기보다 경기를 제대로 치를 준비가 됐는지 점검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다. 자칫 국정운영능력의 시험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새겨야 한다. 누군가 나서서 더 무섭게 독려하고 필요하다면 기업인이라도 차출해야 한다.

한용걸 논설위원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지민 '우아하게'
  • 한지민 '우아하게'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