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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눈 녹듯 사르르∼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위안

입력 : 2017-12-08 10:00:00 수정 : 2017-12-06 21: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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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하면 온천, 어디로 갈까
얼굴에 닿는 바람이 제법 차갑다. 슬슬 어깨를 움츠리고 걷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거리를 걷다 보면 따뜻한 곳을 찾고 싶어진다. 수은주가 영하로 떨어져 온기가 그리운 계절이 온 것이다. 추위에 지친 몸을 따스하게 데워 몸 구석구석 숨어 있는 냉기를 날려버리고 싶어진다. 더구나 몸에 좋은 성분까지 있다면 금상첨화다. 몸으로 먹는 보약이 온천이다. 따끈한 온천수에 몸을 푹 담그면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고 마음도 덩달아 편안해진다. 한국관광공사는 겨울에 한 번은 찾게 되는 온천 여행지를 소개했다.


gettyimagesbank 제공
◆ 산책 후 피로는 온천에서 날린다


강원 속초의 따끈한 겨울 명소는 척산온천이다. 용출수가 섭씨 50도를 넘는 척산온천은 시린 바다 산책과 설악산 산행 뒤에 언 몸을 훈훈하게 녹여준다. 척산온천 원탕이 처음 개장한 것은 1970년대 초반이다. 척산온천은 설악산 자락과 속초 시내를 잇는 노학동에 자리한다. 노학동은 예부터 ‘온정리’, ‘양말’이라 불렸다. 겨울에도 땅과 웅덩이 물이 잘 얼지 않고 김이 나서 마을 아낙네들이 빨래터로 애용했다고 한다. 1970년대 초반 온천공을 통해 온천수가 대량으로 용출되며 척산온천이 세간에 알려졌다. 당시 척산온천은 설악산 산행객이 피로를 푸는 자그마한 목욕탕에 불과했으나, 온천수가 피부병과 신경통에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찾는 사람이 늘었다. 라돈이 포함된 강알칼리 온천수는 노폐물 제거 효과가 커 살결이 부드러워지고, 아토피를 비롯한 피부병에 효능이 있다. 온천수에 불소 성분이 있어 입을 헹구면 양치가 되는 점도 색다르다.

속초 척산온천
몸을 치유하는 데는 시각적인 효과 역시 중요하다. 척산온천휴양촌 남성 노천탕에서는 솔숲과 설악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여성 노천탕은 정자와 목재가 어우러진 가지런한 욕탕이 인상적이다. 노천탕을 이용하면 화려한 도심 온천과 달리 고요한 휴식을 경험할 수 있다. 척산온천휴양촌 본관 주변에는 소나무 3000여그루가 늘어선 산책로와 석림원이 조성되었다. 연못과 바위 조형물이 곁들여진 산책로는 솔향기를 마시며 20분쯤 걸으면 설악누리길로 이어진다. 오붓한 시간을 원하면 가족온천실을 두드려도 좋다. 목재가구향이 깃든 가족탕은 소나무와 사군자의 이름을 빌렸다. 제법 큰 욕조를 갖춘 객실에서 한가로운 온천욕이 가능하며, 투숙객은 대온천장 이용이 무료다.

충주 삼색온천.
충주시 제공
충북 충주에는 수안보온천을 비롯해 탄산이 함유된 온천수로 유명한 앙성온천, 유황 온천으로 알려진 문강온천 등 ‘삼색온천’이 있다. 수안보온천은 조선시대 왕과 사대부에게 사랑받았다. ‘조선왕조실록’에 태조 이성계가 피부염을 치료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내용이 있고, ‘청풍향교지’에 숙종이 수안보에서 온천을 즐겼다는 기록이 남았다. 1885년 일본인들이 노천식 욕조를 설치한 뒤 수안보가 본격적으로 개발되었고, 1929년 근대식 온천의 모습을 갖췄다. 1960~1970년대에는 신혼여행지로, 1980년대에는 가족여행과 수학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다.

충주 수안보 온천이 나온 기록들.
수안보온천이 꾸준히 사랑받는 까닭은 수질이다. 수안보온천은 자연용출 온천으로, 섭씨 53도의 온천수를 식힌 뒤 내놓는다. 약알칼리 온천수로 칼슘과 나트륨, 불소, 마그네슘 등 몸에 좋은 성분을 함유해 온천욕을 하면 피부가 매끈해진다. 수안보온천은 충주시에서 온천수를 확보해 수안보온천 관광특구에 있는 호텔과 대중탕에 공급한다. 원탕이 따로 없어 어느 온천장에 가도 같은 온천수를 이용할 수 있다. 아름다운 월악산을 바라보며 번잡하지 않은 거리를 어슬렁거리다 보면 복잡하고 어지러운 마음이 시나브로 정리된다. 

함평 해수찜
단체 해수찜질실
◆ 온천 후 씻지 말고 피부에 양보하세요


전남 함평에서 경험할 수 있는 온천은 해수찜이다. 해수찜은 200여년 전부터 함평 지방에서 이어온 전통으로, 예전에는 출산을 앞둔 여성이 전국에서 모여들었다고 한다. 해수찜은 따뜻한 물이 담긴 탕에 몸을 담그는 것이 아니다. 찜질복으로 갈아입고 나무로 만든 방에 들어간다. 한가운데 네모난 탕에 해수가 담겼고, 쑥이 든 붉은 망이 물에 떠 있다. 잠깐 기다리면 커다란 삽에 담아 온 시뻘건 유황석을 탕에 넣어준다. 돌을 넣자마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물이 부글부글 끓는다. 유황석이 30분 정도 달궈지면 유황과 게르마늄 성분이 빠져나온다. 물은 순식간에 섭씨 80~90도까지 올라가, 식기 전에는 절대로 손을 넣거나 몸을 담그면 안 된다. 해수에는 쑥 한 망, 숯 한 삽을 같이 넣는다. 해수와 유황석, 쑥, 숯이 만나 몸에 좋은 약으로 변하는 것이다.

함평 해수찜을 즐기는 관광객들.
해수찜을 즐기려면 수건에 물을 부어 온도를 적당히 식힌 다음 원하는 부위에 덮는다. 목이나 어깨, 허리에 수건을 올리면 뭉친 근육이 서서히 풀리는 느낌이 든다. 몸이 노곤해지면서 10년 묵은 피로가 달아나는 것 같다. 뼛속까지 시원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물이 어느 정도 식으면 대야에 받아 몸에 끼얹어도 된다. 물을 몇 번 끼얹으면 피부가 뽀송뽀송하고 매끈해지는 느낌이 든다. 두어 시간 지나 물이 더 식으면 이때부터 족욕을 즐긴다. 발끝에서 올라온 뜨거운 기운이 온몸을 순환하며 땀이 줄줄 흐른다. 해수찜을 하고 나서는 따로 샤워하지 않아야 약효가 오래간다. 해수찜은 바닷물과 달리 끈적임이 없어 그대로 말리거나 마른 수건으로 닦는 것이 몸에 좋다고 한다.

부산 해운대 할매탕 상량판
부산 해운대온천에는 통일신라 진성여왕이 어린 시절 천연두를 앓을 때 이곳에 머무르며 목욕을 하고 나았다는 전설이 있다. 1876년 부산항 개항 후 일본인이 몰려들면서 해운대온천이 본격적으로 개발됐다. 해운대온천을 대표하는 곳은 해운대온천센터와 할매탕이다. 1935년 문을 연 ‘할매탕’은 해운대 최초의 대중목욕탕으로 2층 건물이었다. 2006년 철거 당시 발견된 상량판에는 ‘상량식 소화 10년 4월 1일 가주 해운대온천조합’이라는 글씨가 선명하다. 철거된 자리에 ‘해운대온천센터’가 들어섰다.

해운대 할매탕의 가족탕에서 온천을 즐기는 어린이
할매탕은 유독 할머니들이 많이 찾아 할매탕이라 불렸다고 한다. 팔다리 통증과 관절염,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분이 많았는데, 관절염에 효과가 뛰어나 아픈 부위만 물에 담그는 진기한 풍경이 눈에 띄었다. 할매탕은 철거됐지만 그 여운이 깊었나 보다. 해운대온천센터 옆에 새로 건물을 지어 할매탕 간판을 다시 걸었다. 탕 안의 밸브를 열면 하얀 수증기를 머금은 온천수가 콸콸 쏟아진다. 물은 부드럽고 물맛은 짜다. 지하의 화강암 틈으로 유입된 해수가 섞이면서 약알칼리 고열 온천이 되기 때문이다. 일정 시간 온천욕을 하고 나오면 혈액순환이 잘돼 몸에 열기가 오래 느껴진다. 온천욕을 한 뒤에는 수건으로 닦지 말고 자연 건조하는 것이 좋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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