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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예산안 처리 불발, 선심 정책 밀어붙인 與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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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2-03 23:40:15 수정 : 2017-12-03 23:4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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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9조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 법정시한(2일) 내 처리가 무산됐다. 법을 만드는 입법부가 법을 어긴 것이다. 국회선진화법이 시행된 2014년 이후 사실상 처음이다. 여야가 공무원 증원(5300억원),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영세 자영업자 지원(일자리 안정자금 2조9700억원) 등 쟁점 예산을 놓고 끝내 평행선을 달린 탓이다. 여야 3당은 오늘 원내대표 협상을 벌여 국회 본회의에서 예산안 처리를 재시도할 예정이나 전망은 불투명하다. 또 불발되면 정기국회 회기 마감인 9일,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예산을 둘러싼 대치 정국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사상 초유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산 처리 불발에 따른 국가적 피해와 부작용이 여간 심각하지 않지만 여야는 서로 ‘네 탓’만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인 공무원 증원 지키기에 당력을 쏟고 있다. 문 대통령은 임기 중 공무원 17만명 증원을 약속했고 그 일환으로 내년에 1만2000여명을 뽑기 위한 예산이 이번에 반영됐다. 야당은 3000명 이상의 감축을 요구한다. 국민 혈세로 일자리를 늘리는 공무원 증원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주는 선심행정의 전형이다. 공무원 17만명의 고용을 30년간 유지할 경우에 소요되는 재원은 대략 327조원(국회 예산정책처)~419조원(한국납세자연맹)으로 추산된다.

국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민간 사업자에게 예산으로 보전해주는 일자리 안정자금 역시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정책이다. 당초 반대하던 야당은 1년만 한시적으로 시행하자며 물러났으나 민주당은 원안을 사수한다는 입장이다. 캐스팅 보트를 쥔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여당이 대통령 공약을 금과옥조처럼 여기면 무슨 협상이 되겠느냐”고 비난했다.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문재인정부의 첫 예산은 기본적으로 사람 중심”이라며 “우리는 이런 원칙과 가치를 꺾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우 원내대표의 말에는 오만한 인식이 배어 있다. 예산 삭감을 요구하는 야당의 주장은 사람을 중시하지 않는 것이라는 뜻인가. 여당 원내사령탑이 편협한 인식과 비타협적 자세를 고수하면 예산안 협상에서 돌파구가 열릴 수 없다.

여당이 혹여 시간이 지나면 발목을 잡는 야당에 역풍이 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예산 파행의 최종 책임은 집권여당에게 있다. 소수 여당이 거야의 주장에 귀를 닫고 밀어붙이면 원활한 국회 운영은 기대하기 어렵다. 여당은 대통령 공약에 대한 집착을 접고 ‘통 큰 협치’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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