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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수사·정보수집 분리 비현실적… 방첩기능 약화 우려

입력 : 2017-11-30 19:11:57 수정 : 2017-11-30 22:5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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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 없는 개혁안 비판 대두 / 대공수사권 타기관 이관 경우 정보기관 역량 위축 불 보듯 / 국정원보다 권력 취약한 경찰 / 독립적 대공수사 할지 의문 / 경찰 조직의 비대화 우려도 / FBI같은 조직 창설 대안 제시 국가정보원의 대공(對共)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놓고 방첩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정원은 11월29일 대공수사권 폐지안이 담긴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이 기능을 어떤 기관으로 이관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내놓지 않았다. 국정원 안팎에서는 경찰에 수사권이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관측한다.

대외 첩보·공작과 국내 보안·방첩 기구의 분리가 세계적인 현상이지만 남북 분단이라는 특수상황에서 북한의 대남공작이 활발한 점을 고려할 때 국가 핵심 정보·보안기구의 양대 기능을 분할하는 방안이 자칫 화(禍)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종찬 전 국정원장은 30일 “정보수집과 수사가 엄격하게 구분이 안 되는 새로운 안보영역이 생겨나고 있는 게 세계적 추세”라며 “미국도 이런 흐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고자 2001년 9·11테러 이후 16개 정보기관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국가정보국장(DNI)직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고 신중한 접근을 주문했다.

대공수사 업무를 담당했던 수사관들도 경찰로 기능이 이관되는 경우 대공수사의 효율성이 떨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기동 전 국정원 대공수사관은 “대공수사와 정보수집은 그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고 정보수집과 수사가 이뤄지는 범위도 국내·국외 구분이 없는데 이걸 분리한다는 발상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십년간 정보기관에 축적된 대공수사 노하우와 그 기능을 하루아침에 폐지한다는 것은 정보기관 역량을 약화하는 대단히 위험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국가정보원이 지난 29일 대공 수사권 박탈을 골자로 한 국정원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대북 정보·수사기능 위축 우려가 제기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18년 만에 ‘대외안보정보원’으로 개명이 추진되고 있는 국정원 청사 전경.
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전직 수사관은 “우리 조직 성격상 다른 기관으로 대공수사권이 넘어가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는 절대 공유가 되지 못할 것”이라며 “국정원보다 권력에 더 취약한 경찰이 과연 독립적인 대공수사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북한의 온·오프 상 대남공작이 갈수록 진화하는 와중에 구체적 대안 없이 분단국가에서 정보기관의 핵심기능인 대공수사권을 건드리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대선 댓글 공작, 정치 개입과 같은 국정원의 정치적 일탈은 방지해야 하지만 국정원의 힘을 빼는 게 아니라 제대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얘기다.

국정원에서 북한기획담당관(1급)을 지낸 구해우 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며 “대한민국의 존재를 위협하는 국가전복 활동 정보수집 및 수사활동은 정보기관의 최우선 과제이자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염돈재 전 국정원 1차장은 “국정원의 적폐와 정치 개입은 대공수사권과 아무 상관이 없는 사안”이라며 “대공수사권 폐지는 다리가 아픈데 팔을 잘라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안보 전문가인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북한 대남공작 요원은 평생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사람들”이라며 “지금까지는 프로와 프로의 싸움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프로와 아마추어의 대결이 될 것이고, 북한의 대남공작에 비단길을 깔아주는 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공수사 기능이 경찰에 흡수될 경우 이승만정부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처럼 경찰 조직과 권한이 비대해질 수도 있다. 굳이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타 기관에 이관하겠다면 경찰 등 기존 조직보다는 대공수사 기능 강화 및 사이버안보, 대테러 방첩 활동 등에 초점을 둔 새로운 보안전문 기구를 창설하는 게 낫다는 견해도 있다.

구해우 이사장은 “국정원 구조개혁은 국정원만 개혁해서 될 게 아니라 경찰·검찰개혁과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국정원 국내 분야는 경찰의 (보안) 수사기능과 합쳐 미국 연방수사국(FBI)처럼 통합해 중앙수사국으로 통합하고 검찰은 수사(지휘)권한을 이곳에 넘겨 미국처럼 공소유지 전담기구로 재편이 이뤄져야 균형이 맞는다”고 지적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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