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만난 이경미(46·여)씨는 반려견 놀이터의 장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1년 넘게 매주 공원을 방문해온 이씨의 반려견 레오는 공원을 마치 자기 집처럼 편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2년 가까이 연립주택에서 레오를 키운 이씨는 “주변에 산책하러 갈 공원이 마땅히 없어서 처음에는 레오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며 “반려견 놀이터를 찾게 된 뒤로는 스트레스도 풀고 다른 개들과 어울리면서 훨씬 더 건강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반려견 놀이터에서 작은 개들이 어울려 놀고 있다. |
◆반려견 스트레스 해소하는 반려견 놀이터
반려견 놀이터는 반려견들이 목줄을 풀고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다. 통상 공원이나 산책로에서는 다른 사람의 안전 등을 위해 꼭 목줄을 착용해야 하지만, 반려견 놀이터는 외부와 철창 등으로 구분된다. 놀이터 안에는 장애물 피하기 등 반려견과 함께 놀 수 있는 시설과 음수대 등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다른 개들을 만나 사회성을 기르기에 안성맞춤이다. 반려견 놀이터는 산책할 공간 등이 모자란 도심에서는 꼭 필요한 시설로 꼽힌다.
서울시 수의사회 ‘반려동물 행동학연구회’ 회장인 정병성 수의사는 반려견 놀이터가 반려견 문제행동을 치유하는 공간의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반려견 놀이터에서 뛰어놀고 다른 개들과 사회성을 기른 개들은 공격적인 행동을 덜 하게 된다”고 말했다.
반려견 놀이터는 동물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에게도 도움을 준다. 사람이 다니는 산책로와 반려견이 있는 곳이 구분돼 개를 마주칠 일이 줄기 때문이다. 반려견 놀이터가 있는 보라매공원에서 만난 김윤정(49·여)씨는 “예전보다 산책할 때 개를 덜 마주치게 된다”며 “개들도 눈치를 안 보고 뛰어다니고 개를 안 키우는 사람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공원에 반려견 놀이터를 만들면 개와 사람의 활동 영역이 구분돼 서로 마찰을 피할 수 있다”며 “반려견만을 위한 시설이 아닌 반려견을 키우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조화롭게 살 수 있는 공용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만족도가 높지만, 모두가 쉽게 반려견 놀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설치된 공공 반려견 놀이터는 13곳에 불과하다. 지역별로는 서울 3곳, 경기 8곳(성남시 6곳), 전북 1곳, 울산 1곳으로 특정 지역에 편중돼 반려견 놀이터가 한 곳도 없는 지자체가 대다수다.
2014년부터 의무화한 동물등록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한 반려견은 지난해 107만1000마리로 2014년 88만8000마리에 비해 20%가량 늘었다. 실제 반려견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지인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실장은 “전수 조사 방식이 없어서 정확한 반려견 규모를 가늠할 수 없다”며 “2015년 실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 나온 자료를 바탕으로 추산하면 전국에 약 513만 마리의 반려견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반려견으로 이웃 간 갈등이나 문제점이 자주 발생하자 각 지자체에서는 반려견 놀이터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하려고 하나 쉽지만은 않다. 서울 서초구처럼 반려견 놀이터를 혐오시설로 생각하거나 ‘개 키우는 사람만을 위한 시설’로 보는 시선이 많다. 까다로운 설치 규정도 걸림돌이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공원녹지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동물 놀이터는 10만㎡ 이상의 근린공원과 주제공원에만 설치할 수 있다. 지난해 기준 전국 5146개 근린공원 중 10만㎡가 넘는 곳은 23.1%(1187개)에 불과하다. 서울의 경우 419개 근린공원 중 22.4%(94개)만 기준을 넘겼다. 보통 반려견 놀이터의 규모가 1000㎡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의견이 많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준을 충족하는 근린공원 중에서도 주거지와 인접한 곳과 주민들이 많이 찾는 곳을 제외하면 설치할 수 있는 곳이 마땅하지 않다”며 “면적 규정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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