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청와대의 지명 발표 직후 기자들에게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새 정부 들어 사라진 ‘경기고 동문’ 장차관
11일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문재인정부의 1기 행정부 차관급 이상(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포함) 및 청와대 수석비서관 이상 인사 67명 전원을 분석한 결과 경기고 출신 인사는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단 한 명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박근혜정부 1기 차관급 이상 고위직 66명 중 경기고 출신이 10명(15.2%)이나 된 점과 뚜렷이 대비된다. 현 정부 들어 청와대와 내각에서 경기고 출신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경기고등학교 정문 |
하지만 현 정부 들어선 관가에서 경기고 인맥의 존재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검찰이 대표적이다. 법무부와 대검찰청에는 40명 넘는 검사장(차관급) 직위가 있고 경기고는 역대 가장 많은 검사장을 배출했다. 그러나 현재 전국의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44명 중엔 경기고 졸업생이 단 한 명도 없다. 올 상반기까지 유일한 경기고 출신 검사장이었던 유상범 전 창원지검장은 지난 7월 인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은 뒤 사표를 냈다.
◆이진성, 경기고 출신 2번째 헌재소장 유력
이런 상황에서 경기고 졸업생인 이진성 헌법재판관이 제6대 헌재소장 후보자로 지명되자 경기고 동문들은 크게 반기는 모습이다. 이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와 본회의 임명동의안 표결을 거쳐 정식으로 임명되면 초대 조규광 헌재소장(1988∼1994)에 이어 경기고 졸업생으로 2번째 헌재소장에 오르는 영예를 안는다.
유력 명문고들 간에는 이른바 트리플 크라운을 둘러싼 자존심 경쟁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현행 헌법을 시행하기 전인 1970, 1980년대에 이른바 ‘3부요인’으로 불린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을 모두 배출한 고교를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부르며 영광스러운 일로 여기는 것이다. 경기고는 최규하(대통령), 이재형(국회의장), 이영섭(대법원장) 세 졸업생으로 가장 먼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고 경북고가 노태우(대통령), 이효상(국회의장), 김용철(대법원장) 세 졸업생에 힘입어 2위를 기록했다.
지난 2008년 열린 헌법재판소 창립 2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역대 헌재소장들. 왼쪽부터 이강국(제4대), 조규광(초대) 김용준(제2대) 윤영철(제3대) 헌재소장. 이들 중 조규광 전 소장은 경기고 출신이고 김용준 전 소장은 경기고 진학을 원했으나 신체장애를 이유로 입학이 좌절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경기고 출신의 한 인사는 “현재 경기고는 대통령부터 국회의장, 대법원장은 물론 헌재소장까지 국가 의전서열 4위를 모두 배출한 유일한 학교”라고 강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