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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죽음의 도로, 그래도 가시겠습니까?”

입력 : 2017-11-09 19:46:23 수정 : 2017-11-09 19:4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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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도로’ 오명… 지그재그 운행 언제까지 / 국도21호선 순창 밤재 구간/경사도 가파르고 급커브길 많아/ 산악구간 8㎞ 불구 안전시설 미비/ 겨울철 ‘제설작업 1순위’로 꼽혀/ 해마다 교통사고 40∼50건 달해/ 주민들, 17㎞ 먼 우회도로 이용/ 전북도, 터널 개설 계획 제시/“극히 위험…국가가 팔 걷어야"


9일 오전 찾은 전북 순창군 밤재(국도 21호선) 도로변에는 보기만 해도 섬뜩한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려 있다. 마을 청년회와 면민회, 주민자치위원회 등이 운전자들에게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내붙인 것이다.

밤재는 순창지역 11개 읍면 중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쌍치면과 읍내를 왕복 2차로로 오가는 최단거리 도로다. 요즘 같은 단풍철이면 하루 2만명이 찾는 강천산 군립공원 관문 도로이자 인근 구림·인계·적성·동계면을 이어주는 동맥이다.

마을 주민들에게 이 도로는 절대 넘지 말아야 할 악명 높은 노선이다. 비나 눈이 내리면 어김없이 교통사고가 발생한다. 쌍치면 반계마을 주민 설동일(71)씨는 “도로가 가파른 데다 선형이 매우 불량해 해마다 40∼50건의 크고 작은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설씨는 2015년 겨울 승용차로 이 고갯길을 넘다 미끄러져 벽면을 추돌하는 사고를 당했다. 순창군 제설차량도 지난겨울 제설작업 도중 전복돼 차량이 크게 파손되고 운전자가 중상을 입었다. 이곳은 겨울철 ‘제설작업 1순위’로 꼽힌다.

전북 순창군 쌍치면 반계마을 주민 설동일(71)씨가 9일 ‘죽음의 도로’로 꼽히는 밤재(국도 21호선) 급커브길에서 교통사고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김동욱 기자
밤재는 경사가 가파르고 급커브가 많은 선형을 따라 여분산(해발 774m)의 7분 능선까지 오른 뒤 다시 비탈진 내리막길을 지그재그로 운행해야 하는 구조다. 산악구간이 8㎞에 달하지만 안전시설은 갓길 가드레일과 급커브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전부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 구간은 6·25 당시 회문산 일대 빨치산 토벌 등을 위한 군사작전 도로로 처음 개설했다. 이어 1969년 일반 차량이 다닐 수 있도록 개선한 뒤 1992년 전북도가 확포장해 국도로 전환했다.

이후 25년간 도로 폭이나 선형 개량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다 보니 주민들은 ‘죽음의 도로’로 전락해 17㎞가 더 먼 전남 담양군 용면을 지나는 우회도로(국도 24호선)를 이용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도로 개선 필요성에 공감해 2005년 국도 21호선 순창 동계∼정읍 부전동 41.4㎞ 구간을 3개로 나눠 추진하려는 시설개량사업(3300억원)을 제2차 국도·국지도 건설 5개년 계획에 반영해 기본설계까지 마쳤다. 그러나 가장 위험 구간으로 꼽히는 밤재 일대 24㎞에 대해서는 2100억원의 사업비 투자에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제외했다. 이어 제4차 5개년 계획(2016∼2020)에서도 교통량이 적어 비용편익분석이 0.12에 불과하다며 다시 배제했다.

전북도가 지난 5월 국토연구원에 의뢰한 도로 안전성 평가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구간 종합 위험도는 70%로 나타났다. 순창군과 전북도는 안전운행을 위해 우선 밤재 위험구간만이라도 5차 계획(2021∼2025)에 반영해 개선해 달라고 요구했다. 산악구간에 터널(1.4㎞)을 뚫으면 운행 거리도 절반 수준인 4.0㎞로 단축되고 사업비 역시 480여억원으로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체적인 개량계획까지 제시했다.

황숙주 순창군수는 “최근 귀농·귀촌 인구와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으나 통행이 불편하고 위험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주민들의 안전한 이동과 교통편의를 위해 관리기관인 국가가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순창=김동욱 기자 kdw763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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