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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교수님, 여학생은 당신의 노리개가 아닙니다"

입력 : 2017-11-08 05:00:00 수정 : 2017-11-08 17: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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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4년동안 국립대 교수 35명이 성범죄로 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최근 4년간 국립대 교수 법률 위반 적발 현황'을 보면 성범죄를 저질러 징계받은 국립대 교수는 2014년 5명, 2015년 11명, 2016년 11명, 올해(8월 기준) 8명 등 총 35명이었습니다. 성범죄 유형별로는 성희롱이 가장 많았고, 성폭행·강제추행·성매매 등의 범죄를 저지른 교수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교수들의 성희롱·성추행 문제가 잇따르면서 대학들이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사건이 터진 뒤 수습하는 사후대응 차원을 넘어 사건 발생을 미리 막을 수 있는 내부 고발 및 검증 시스템을 갖추는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성추문을 일삼은 교수에 대한 징계가 더디거나, 수위가 약해 피해 학생들의 고통이 가중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현실입니다. 학생들에게 성희롱을 일삼고도 1~2개월 정직 처분을 받은 뒤 다시 교단으로 복귀하면 피해 학생들은 다시 해당 교수와 얼굴을 맞대야 합니다. 물론 이같은 솜방망이 처분마저도 늦어지거나 없으면 관련 피해는 더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학 교수들의 성희롱 발언, 노골적인 신체 접촉 등 제자들을 향한 도를 넘어선 일탈 행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점이나 논문 심사 불이익 등을 우려해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한다.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성희롱 2차 피해 실태 및 규제강화를 위한 연구'에서 설문에 응답한 대학생 350명 가운데 71명(20%)이 교수로부터 성희롱 등을 당했다.

피해 발생 장소는 음식점과 술집 등 유흥업소 167명(47.7%), MT·수련회 59명(16.9%), 연구실·실험실 42명(12%)으로 나타났다.

◆대학 교수들의 도를 넘어선 성추문 잇따라

수도권의 한 대학교는 최근 수업시간에 성희롱 발언을 한 A교수를 수업에서 배제했다.

학생들은 학교가 방학동안 A교수에 대해 별다른 조처를 하지 않다가 인권위로부터 '학생들의 수업권 보호를 위한 조치 여부' 공문을 전달받고 나서야 A교수를 수업에서 제외했다고 비판했다.

한 재학생은 "교수의 비교육적인 행태를 알릴 당시만 해도 학교의 신속한 대처를 기대했지만, 이번 강의시간표에서 A교수의 이름을 확인하고 당혹스러웠다"면서 "늦게나마 교수가 수업에서 빠져 다행이지만 수강신청 때 A교수 이름을 확인한 학생들 사이에서 혼란이 일면서 학교가 애초부터 학생들을 배려할 수 없었는지 아쉬웠다"고 말했다.

앞서 A교수는 "여자는 무기가 많다. 하이힐로 남자 ○○ 때리고 속 썩이면 눈과 코를 찌르는 등 표현이 공격적이고 적극적이다", "남자는 여자에게 돈을 대주고, 여자는 남자의 종이 되는 것"이라는 등 수업시간에 성희롱과 성차별적 발언을 일삼은 것으로 전해졌다.

모 여대의 한 교수도 수업 중에 "남자친구와 자봤냐", "오줌 줄기가 세면 뒤집힌다. 남자는 서서 조준하는데 여자는 어떻게 하느냐" 등 수차례 성희롱 발언을 했다가 지난해 말 정직 3개월 처분을 받았다.

제자와 부적절한 신체 접촉으로 물의를 일으킨 교수들도 적지 않다.

전북의 한 대학 교수는 술에 취한 여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직위 해제됐고, 서울의 한 사립대학교 미술대학 전 학과장도 술자리에서 제자 2명의 신체를 만지는 등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기도 했다.

경기도 오산에 있는 한 대학 교수는 지난해 회식자리와 해외 연수 중 성추행한 혐의로 여학생 3명으로부터 고소당했다.

◆피해 학생들 "성적 불이익을 받을까봐 신고 망설여진다"

대부분 대학교는 학내에 양성평등상담센터나 상담소를 설치해 성폭력 피해 예방과 대책 마련에 나선다.

그러나 일부 피해자는 상담 창구가 있는 데도 피해 사실을 외부로 알리는 것을 꺼린다.

교수와 학생이라는 관계 특성상 성적 등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오히려 자신에게 비난의 화살이 돌아올까봐 두렵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얼마 전 경기도 내 한 대학에서는 여학생 2명이 4년 전 지도교수가 성추행했다면서 학교에 뒤늦게 알리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해당 교수가 2013년 여름 무렵 제자들과 참석한 해외 행사 뒤풀이에서 입에 머금은 술을 여학생 입으로 전달하거나 술에 취해 잠든 여학생을 뒤에서 껴안았다고 주장했다.

피해 학생들은 논문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을까봐 이같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지 못하고 신고를 미뤘다고 털어놨다.

전문가들은 학교는 성희롱·성폭력 등의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규정에 따라 일관성 있고 엄중하게 처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해야한다며 교원과 학생 등을 상대로 관련 교육과 홍보를 철저하게 시행해 성 문제에 대한 학내구성원들의 의식을 높여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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