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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착한소비'로 포장…기업의 노골적인 상업마케팅 어쩌나

입력 : 2017-11-05 05:00:00 수정 : 2017-11-05 11: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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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필요와 욕구에 의해 소비를 하는 것만으로도 주머니 사정은 언제나 빠듯하기 마련입니다. 소비자들이 합리적인 소비태도를 보일 수밖에 없는 이유인데요. 그런 맥락에서 보면 다른 누군가를 위해 소비를 한다는 건 결코 쉬운 게 아닙니다.
하지만 최근 개인의 만족을 위해서만 소비를 하는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으로 좀 더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소비를 지향하는 태도가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런 소비 태도를 흔히 ‘착한 소비’라고 부릅니다.
물론 착한 소비의 개념은 상당히 추상적이고 불명확합니다. 그저 쉽게 마케팅 용어로 남발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착한 소비의 의미에 공감하면서도 상당한 의구심을 지니는 소비자들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소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착한 소비'는 정말 지속 가능할까.

착한 소비에 대해 소비자 10명 중 9명은 내 소비가 남을 돕는데 쓰이는 것은 뿌듯한 일이라고 밝혔다.

착한 소비활동 필요성에도 대부분(85.9%)이 공감했다.

소비자 84.3%는 착한 소비를 권장하는 기업은 조금 다르게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67.5%가 여전히 착한 소비활동으로 도움받는 수혜자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생각했다.

착한 소비활동이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될 것이라는 시각(42.3%)도 적은 편이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착한 소비와 관련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활동에 있어 이왕이면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소비태도가 강해지면서 착한 소비에 대한 관심도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우선 요즘 소비자들의 소비태도를 살펴본 결과 전체 10명 중 9명(90.8%)은 자신의 소비가 남을 돕는데 쓰이는 것은 뿌듯한 일이라고 바라봤으며,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하다는데 84.8%가 공감했다.

단순히 소비를 하는 데만 그치지 않고, 소비의 과정에서 타인을 도울 수 있다면 훨씬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제품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가 증가한 모습(15년 62%→17년 68.1%)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에 비해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 시 ‘사회에 도움이 되는가’와 같은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는 의견은 10명 중 4명(38.2%)에 그쳤다. 일부러 공익적인 차원의 소비를 하려고 하기보다는 소비과정에서 타인을 도울 수 있는 소비방식을 선호한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83% "소비할 때 기업 이미지 중요시한다"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기업의 제품을 소비하려는 소비태도도 더욱 뚜렷해졌다. 대부분(83%) 요즘 소비자들은 소비를 할 때 기업의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다는데 동의했으며, 윤리경영을 실천하려는 기업 제품이라면 조금 비싸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소비자가 68.9%에 이른 것이다.

2015년에 비해 소비를 할 때 기업 이미지를 중요시하는 경향(15년 77.4%→17년 83%)과 조금 비싸도 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의향(15년 63.3%→17년 68.9%)이 모두 커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만큼 기업 이미지를 중요하게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요즘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가치를 중요시하는 경향이 있고(56.4%), 최근 소비트렌드의 핵심은 진정성(53.3%)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소비과정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가 상당히 중요해 보였다.

소비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원하고, 윤리적이고 도적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하려고 하는 소비 태도를 착한 소비라고 하는데, 많은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 필요성에 크게 공감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체 응답자의 85.9%가 현대사회에서는 착한 소비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동의한 것으로, 중장년층의 공감대가 더욱 높은 모습이었다.

앞으로 착한 소비를 실천에 옮기는 소비자가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도 10명 중 8명(80.2%)에 이르렀다. 다만 착한 소비활동은 선택이 아니라 의무가 될 것이라는 의견은 42.3%에 그쳐, 아직까지는 의무라기보다는 소비자 개인의 선택이라는 시각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대체로 젊은 층에서 착한 소비활동이 의무적인 성격을 띨 것이라는데 동의하지 못하는 모습이 강했다.

◆'착한 소비'에 대한 의구심 여전

전반적으로 착한 소비의 필요성에 공감을 하는 소비자가 많았으나 우려하는 시각도 상당했다. 가장 큰 의구심은 자신의 착한 소비활동이 누구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데 있었다.

소비자의 67.5%가 여전히 착한 소비활동으로 도움을 받는 수혜자가 있을지 의심이 된다고 응답한 것으로,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런 의심이 많았다. 실제 도움을 받는지에 대한 의심으로 착한 소비활동 자체를 주저하게 된 경험이 있다는 소비자도 10명 중 8명(80.6%)에 이르렀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착한 소비로 인해 어떤 혜택을 누가 받았는지가 명확하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90.8%)고 말하는 이유이다.

다른 한편으로 착한 소비도 경제적인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다는 인식(15년 60.2%→17년 65.8%)이 증가한 것도 주목해볼만 부분이다. 여의치 않은 주머니 사정이 착한 소비활동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으로, 젊은 층일수록 경제적 여유가 있어야만 착한 소비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훨씬 뚜렷했다.

착한 소비는 다소 추상적인 개념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데, 실제 소비자들은 서로 각기 다른 의미로 착한 소비를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떠올리는 착한 소비활동은 친환경적인 소비(52.9%·중복응답)였으나 가난한 이웃을 도울 수 있는 소비(48.2%)이자,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소비(47.3%)라는 개념으로 착한 소비를 이해하는 소비자들도 매우 많았다.

또한 유통단계에서 누구도 손해보지 않는 소비(39.9%)와 사회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소비(37.4%), 타인을 돕는 소비(31.8%)가 착한 소비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만큼 매우 다양한 의미로 착한 소비가 읽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2015년에 비해 작은 변화가 눈에 띄었다. 예전보다 친환경적이고(15년 50.5%→17년 52.9%), 유통단계에서 누구도 손해를 보지 않는(15년 34.9%→17년 39.9%) 소비활동이 착한 소비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많아진 반면 가난한 이웃을 돕고(15년 51.2%→17년 48.2%),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15년 50.7%→17년 47.3%) 소비를 착한 소비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다소 줄어든 것이다. 누군가를 직접 돕는 의미보다는 제품의 생산과 유통구조에서 착한 소비의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경향이 커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연령층에서는 여전히 어려운 이웃을 돕고, 사회적 약자를 보호할 수 있는 소비활동을 착한 소비로 바라보는 태도가 보다 두드러지는 특징을 보이기도 했다. 착한 소비활동의 참여율이 높은 세대로는 30대(34.8%)와 20대(24%), 40대(20.1%) 순서로 많이 꼽았다.

◆재래시장 이용, 가장 많이 참여한 착한 소비

소비자들이 직접 참여해본 경험이 가장 많은 착한 소비활동은 재래시장의 이용(49%, 중복응답)이었다. 하나의 유통플랫폼인 재래시장에서의 소비를 착한 소비로 바라보는 소비자들이 매우 많다는 점에서 대형할인마트나 인터넷쇼핑몰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쇼핑의 의미를 재래시장에서 찾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래도 대기업 주도하에 이루어지거나 최저가격을 위해 생산자가 일정 부분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대부분의 유통채널과 달리 재래시장에서는 좀 더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는 인식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또한 앞서 가장 많은 소비자들이 착한 소비의 의미를 부여한 친환경 제품의 구매(48.1%)를 실제 직접 실천해본 소비자들도 상당히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차원에서의 착한 소비활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코즈마케팅(cause marketing)’이 최근 활발해지는 것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기대와 부정적인 우려가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활동을 펼치는 기업에게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전체 응답자의 84.3%가 착한 소비를 권장하는 기업은 조금 다르게 보여진다고 응답했으며, 이런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 같다고 생각하는 소비자가 78.8%에 이른 것이다. 착한 소비활동을 꾸준하게 주도해나가는 기업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로, 연령이 높을수록 착한 소비를 권장하는 기업은 조금 다르게 보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 같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기업들의 착한 소비활동에 대해 그 의도를 의심하는 소비자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소비자 10명 중 6명(57.3%)이 한국에서는 진정성을 가진 코즈마케팅 사례를 찾기 어렵다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이는 2015년 조사보다 증가(15년 53.7%→17년 57.3%)한 것이기도 했다. 특히 30대 소비자(64%)의 비판이 가장 두드러졌다. 기업들의 코즈마케팅의 의도에 의심을 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진 것은 노골적인 상업마케팅과 관련이 있어 보였다.

소비자의 66.7%가 요즘은 착한 소비란 명목 하에 노골적인 상업마케팅이 심해지는 것 같다고 바라본 것이다. 더 나아가 착한 소비의 본질을 훼손하는 기업들이 많은 것 같다는 의견에도 전체 10명 중 7명(68.4%)이 동의할 만큼 기업들의 코즈마케팅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었다.

◆여성친화 기업 한샘? 성추행 사건 묵살 의혹 일파만파 확산

한편 여직원 성추행 사건을 묵살했다는 의혹을 받고있는 유명 가구업체 한샘은 회사 명의로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비난 여론이 확산하면서 불매운동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입사한 피해자 A(25)씨는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지난 1월 교육 담당자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올렸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연수 당시 몰래카메라(몰카) 피해를 봤고, 지난 4월에는 인사팀장이 새 근무처를 물색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자신을 부산의 한 호텔로 유인해 성추행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샘 사내 조사에 따르면 인사팀장이 A씨에게 허위 진술을 강요하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월 벌어진 성폭행 의혹과 관련해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서 거짓 진술을 요구한 정황도 일부 밝혀졌다. 결국 인사팀장은 해고됐다. 지난해 12월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OT) 당시 몰카를 설치한 A씨의 동기 직원도 해고 조치됐다. 다만 성폭행 혐의를 받았던 교육담당 직원은 경찰 조사 결과 증거 불충분에 따른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으며, 현재 그는 타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사건 재조사 청원은 물론, 한샘 가구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경찰대 교수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서 철저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했다. 한샘은 검찰과 경찰과 같은 수사기관뿐만 아니라 권익위원회와 고용노동부 등의 공공기관에도 사건을 의뢰할 계획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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