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그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거듭 주문했다. “어떠한 경우에도 한반도에서 무력충돌은 안 된다”며 “한반도에서 대한민국의 사전 동의 없는 군사적 행동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동족상잔의 전쟁은 피해야 한다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전쟁불가론’은 잘못된 사인을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하더라도 군사적 응징이 없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대북 압박을 주도하는 미국에 제동을 거는 행위로 비쳐질 경우 한·미 균열을 부를 수도 있다.
로마시대 전략가 베게티우스는 “평화를 원하면 전쟁에 대비하라”고 했다. 스스로를 지키겠다는 의지와 능력이 있을 때만 평화가 가능하다. 입으로만 평화를 외친다면 실제론 평화를 위협할 수 있다. 우리가 강력 대응하지 못하면 북한은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완성해 우리의 생명줄을 좌지우지하게 될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청문회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목표는 주한미군 철수와 이에 따른 남한체제 붕괴”라고 했다. 김 위원장은 북한이 미 본토를 핵무기로 공격할 능력을 획득하면 미국이 북한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고 있다.
전쟁과 핵 인질, 그 어느 것도 안 된다면 대한민국이 갈 길은 명확하다. 북한이 더 이상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지 못하도록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대북 공조를 강화하는 일이다. 오는 7, 8일 방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국회 연설에서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김정은 정권에 대한 강력한 제재와 압박의 필요성을 세계에 호소할 것이라고 한다. 북의 망동을 막기 위한 한·미 간 소통과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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