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알아야 보이는 법(法)] (24) 존엄사 허용하는 ‘연명의료결정법’, 요건과 절차는?

입력 : 2017-11-01 10:00:00 수정 : 2017-11-01 11:37:09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환자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연명의료결정법’이 시범 단계를 거쳐 내년 2월부터 본격 시행됩니다. 이 법의 본래 명칭은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인데 약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회생 가능성이 없는 상태가 의학적으로 인정된 환자에게 생명연장 도구를 떼는 것을 허용합니다. 이른바 ‘존엄사’를 보장하는 셈입니다. 존엄사는 약물 투입 등의 방법으로 사망 시기를 적극 앞당기는 안락사와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나오게 된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면 1997년 ‘보라매병원 사건’이 있습니다. 존엄사가 우리나라 최초로 논란이 됐던 사건입니다. 당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식물인간 상태인 남편의 퇴원을 요구했던 부인과 이를 허락한 의사가 살인방조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치료 포기가 형법상 처벌로 이어진 것입니다. 이 때문에 환자가 죽을 때까지 치료하는 의료관행이 생겨났습니다.

이러한 의료관행에 제동을 건 계기가 바로 ‘김 할머니 사건’입니다. 식물인간 상태인 할머니는 치료 가능성이 사라지고 의료기기에 의존해야 하는 상태가 됐습니다. 평소 고인의 뜻을 따라 가족이 치료 중단을 요청했지만 병원이 반대하자 소송으로 이어졌던 사건입니다. 이에 대법원은 2009년 “사망에 임박한 환자가 인간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에 기초해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인정되면 연명치료의 중단이 허용될 수 있다”고 밝혀 존엄사를 처음 인정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은 이 대법원 판결을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환자나 그 가족이 단지 존엄사를 원한다고 해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연명의료 중단을 위해 다음과 같은 필요한 요건과 절차가 있습니다.

첫째 연명의료 중단 결정의 대상이 되는 이는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 즉 회생 가능성이 없어 치료를 해도 회복되지 않으며, 급속도로 증상이 악화하여 사망에 임박한 상태에 있는 환자입니다. 담당 의사는 해당 분야의 전문의 1명과 함께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지 여부를 의학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둘째 연명의료 중단 결정에 대한 환자 의사를 확인해야 합니다. 환자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두었거나 의료기관에서 자신의 뜻에 따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면 이를 의사로 봅니다. 만약 19세 이상의 환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의학적 상태이면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이 없다면 평소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가족 2명 이상의 진술과 전문의 1명의 확인을 거쳐야 인정됩니다. 마지막으로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이 없는 상태에서 환자 의사를 확인할 수 없고, 의사 표현도 할 수 없다면 가족의 전원 합의와 담당 의사 및 전문의 1명의 확인이 있어야 합니다. 미성년자인 환자는 법정대리인(친권자)이 연명의료 중단 결정 의사표시를 하고, 담당 의사와 전문의 1명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셋째 중단되는 연명의료는 심폐 소생술과 혈액 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 호흡기 착용의 의학적 시술로서 치료효과 없이 임종 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것을 가리킵니다. 통증 완화를 위한 의료 행위와 영양분과 물, 산소의 단순 공급은 중단할 수 없습니다.

연명의료 중단에 필요한 환자의 사전의료의향서가 없어 담당 의사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했다면 문제가 빚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환자·보호자와 의료진 사이에 오해와 마찰이 빚어질 수 있어서죠. 사람의 생사가 결정되는 민감한 제도인 만큼 시행 과정에서 각종 논란과 시행착오가 일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연명의료결정법이 이번 시범 사업을 통해 미비한 점을 충분히 보완하고, 삶의 마지막 단계에 대한 상호 존중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이경섭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kslee@barunlaw.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지은 '너무 아름다워'
  • 이지은 '너무 아름다워'
  • 이유미 '사랑스러운 미소'
  • 있지 유나 '여신의 손하트'
  • 전소민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