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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시선] ‘최고의 뇌물’ 채용비리, 더 이상은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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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10-31 21:22:26 수정 : 2017-10-31 21: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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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신입사원 95% 비리 연루 의혹
공공부문 ‘낙하산 인사’ 관행도 척결돼야
마치 연례행사처럼 반복되는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가 올해에도 예외 없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그렇게 들어가고 싶어한다는 소위 ‘공공(公共)’ 자가 붙은 기관에서의 채용비리 정도가 경악할 수준이라는 것이 뉴스거리인 것 같다.

최근 감사원이 53개 공공기관 39곳에서 100여 건의 채용 비리를 적발, 검찰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이라고 하는데, 아무래도 이번 채용비리의 압권은 강원랜드로 보인다. 강원랜드의 2012년과 2013년 신입사원 518명 중 무려 95%가 넘는 493명이 채용비리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
이러한 채용비리에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공공기관 18곳뿐 아니라 금융감독원, 우리은행 등 금융관련 기관 등도 포함돼 있어, 사실상 전체 공공기관이 의혹의 눈길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에서의 인사비리는 고위직의 ‘낙하산 인사’와 더불어 신입사원 채용 비리도 지속되고 있어, 공공기관 비리의 대상이 이제는 전 계층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최고의 뇌물이 공공부문 채용을 알선해 주는 것이라는 어둡고도 황당한 이야기가 사실로 보이는 대목이다.

‘거리에는 취업만 한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젊은이들로 넘친다’는 참담한 이야기조차 있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여기에 선망의 대상인 공공기관의 입사경쟁률이 수백 대 일을 기록하고 있는 현실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도리어 더욱 악화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소식은 상식적이고 건전하게 취업을 위해 목숨 걸고 노력하고 있는 이 땅의 평범한 청년들의 희망을 무참히 짓밟고 있다.

왕조시대인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고위관료의 자제에게 주어지는 일종의 특혜로 과거시험을 치르지 않고도 관리로 등용될 수 있는 음서(蔭敍)제도가 있었다. 하지만 음서제도로 관료가 된다는 것 자체를 부끄럽게 생각해 음서로 관료가 될 수 있는 자도 과거를 치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요즘의 불법적 공공부문 채용비리는 왕조시대의 음서제도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채용 대상자들이 부끄럽게 생각하기는커녕 마치 일종의 당연한 특혜로 본다고 하니 우리 사회의 공공성 수준이 왕조시대보다도 못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이번 기회에 공공부문의 인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체계화하고, 공공기관 인사채용의 절차 및 과정을 투명하게 법제화·제도화한다면, 공공부문 채용 비리는 상당 부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또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사비리를 발각할 확률을 높이고, 적발된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처벌의 강도를 강화하는 것도 필수적이다.

나아가 공공부문의 낙하산 인사 관행 역시 척결돼야 한다. 낙하산 인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약점이 많을 수밖에 없고, 해당 공공조직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에 내부 규율을 제대로 할 수 없다. 자연히 인사·채용 분야에 구멍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낙하산 인사는 부하들의 비리에 사실상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 왜냐하면 서양 속담이지만, ‘하인은 꼭 주인만큼만 정직하다’와 ‘생선은 머리부터 썩는다’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말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것과 ‘더 부패한 자가 덜 부패한 자를 원칙대로 엄격하게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것 역시 당연하다. 결국 정부의 공공부문 채용 비리 척결 의지가 실현되려면,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공공기관 경영진에 선임하고 외부 민원에 흔들리지 않는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지방공공기관, 공직유관단체 등 1568곳에 대한 채용비리 관련 전수조사를 진행한다고 한다. 자칫 이번 기회를 활용, 모든 공공기관을 적폐의 대상으로 해서 거의 매 정권마다 관행처럼 진행된 낙하산 인사의 명분을 쌓으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서는 안 될 것이다.

이창원 한성대 교수·행정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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