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최근 김기태 감독은 “선수들이 긴장하지 말라며 되레 나를 안심시킨다”며 웃었다. 이는 평소 ‘덕장’으로 정평이 난 김기태 감독의 면모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김기태 감독은 지도자로 변신하면서 현역 시절 프로야구 좌타자 최초의 홈런왕으로 이름을 날렸던 카리스마에 선수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따뜻함을 더한 ‘형님 리더십’으로 KIA의 지휘봉을 잡은 지 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거머쥐었다.
반면 두산 김태형(47) 감독은 ‘곰탈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라 불릴 만큼 겉으로 드러난 뚝심 안에 날카로운 지략을 가진 ‘지장’임을 지난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보여줬다. 전력차가 크지 않기에 이렇게 스타일이 다른 ‘양 김(金)’ 감독 간 리더십 대결이 한국시리즈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관건은 두 감독의 리더십이 팀 고유의 강점을 얼마나 극대화하느냐에 달렸다. KIA는 시즌 40승을 합작한 헥터 노에시-양현종 원투펀치와 팀 타율 1위(0.301)의 짜임새 있는 타선을 자랑해 투타 밸런스가 견고하다. 또한 김기태 감독은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융합하는 능력이 탁월해 비교적 우승 경험이 많지 않은 KIA 선수들을 든든하게 잡아줄 수 있는 버팀목이다.
두산은 주전 포수 양의지를 비롯해 민병헌, 김재호 등이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김태형 감독의 냉철한 승부사 기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태형 감독은 일단 선발 로테이션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몸 상태가 좋은 백업 선수들에게 기회를 골고루 주겠다는 심산이다.
안병수 기자 r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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