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에 83개… 獨·日 다음으로 많아
“왜 아직도 미군기지를 유지하는가” 질문 던져
데이비드 바인 지음/유강은 옮김/갈마바람/3만원 |
기지 국가/데이비드 바인 지음/유강은 옮김/갈마바람/3만원
지난 7월 주한미군의 주축인 미8군사령부는 주둔지를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이전하고 새 청사 개관식을 가졌다. 이날 토머스 밴들 미8군사령관(육군 중장)은 “총 107억달러를 투입해 기지를 확장한 평택 험프리스는 미 해외 기지들 중 최대 규모 기지로 거듭나게 됐다”고 밝혔다. 미군의 해외 기지가 800여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세계 최대’라는 수식어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가늠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70여년이 지나고, 냉전이 종식된 지도 20년이 넘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 수십개 국가에는 800여개의 미군기지에 수십만명의 병력이 주둔하고 있다. 이 중에서 한국은 독일과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미군 기지가 세번째로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이에 데이비드 바인 미국 아메리칸대 인류학 교수는 ‘왜 아직도 해외 미군 기지가 많은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는 신간 ‘기지 국가’에서 미군의 해외 기지가 세계 평화에 긍정적이고 필요한 존재인지, 주둔국은 물론 미국 자체의 이익과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를 짚어나간다.
1989년 미국의 해외 군사기지. 냉전이 끝날 무렵 미국은 해외에서 1600여개의 기지를 관리했다. |
저자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미국이 많은 숫자의 기지와 병력을 해외에 상시 주둔시켜야 한다는 생각은 미국의 대외정책과 국가 안보정책에서 ‘종교적 신념’이나 다름없었다”고 지적한다. 미 육군전쟁대학에서 작성된 한 논문에는 “미국의 국가 안보 전략에는 해외 군사기지의 활용이 필요하다”고 언급돼 있다. 이런 뿌리 깊은 믿음의 기저에는 ‘전진전략’(forward strategy)이라고 알려진 정책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은 소련과 최대한 가까운 곳에 대규모 군사력과 기지를 집중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2007년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비첸차에서는 미군의 새로운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대대적인 시위가 열렸다. |
저자는 북한의 관점에서는 세계 최고의 군사강국인 미군이 남한에 주둔하는 상황에서 자국의 군사력을 증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한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북한이 붕괴해 한반도가 통일되면, 수만명의 미군이 중국 국경 가까이에 배치되는 결과가 예상되는 만큼 북한을 지원할 타당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미군 기지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을 유지하기보다 긴장을 고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 오키나와 주민들은 미군의 후텐마 해병대 항공기지를 가리켜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기지’라고 부른다. 후텐마 기지는 일본 오키나와현 기노완시에 둘러싸여 있다. 갈마바람 제공 |
저자는 미군 기지의 실태를 고발하고 지적하지만, 미군 기지의 폐쇄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미군 기지가 안보와 평화에 정말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미국의 해외 기지가 존재해야 하는 필요성을 일일이 세심하게 검토해야 한다”며 “불필요한 기지를 전부 폐쇄하고 한편으로는 세계 곳곳의 갈등을 군사적인 방법이 아니라 정치, 경제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외교관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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