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이영양증 새로운 기술 개발 등
유전병 치료법 괄목할 만한 진전
환자·가족에 한 줄기 희망의 빛 성인 몸은 40조~60조개의 세포로 구성돼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수이지만 이들은 모두 정자와 난자가 만나 만들어진 1개의 세포에서 유래한다. ‘유전병’은 부모세대에서 자식세대로 유전되는 질병을 말하는 것으로 몸을 이루는 이 모든 세포에 질병과 관련 있는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겨 발생한다. 그러니 유전이 되는 선천성 질병이 되려면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정자나 난자, 또는 이 둘 모두에 존재해야 한다. 물론, 부모의 정자나 난자의 유전자에는 돌연변이가 없는데 어떤 이유로 자식세대부터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이 자식세대가 그 유전병의 첫 시작이 된다.
유전병 각각은 대부분 희귀질환이다. 그러나 유전병의 종류는 최소 6000종 이상이나 되고 지구상에 3억5000만명의 환자가 있다. 유전병은 대부분 생명을 위협하거나 만성적인 쇠약을 동반하는 중증의 질환이다. 일부 유전병은 치료제가 존재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아직 발병 원인 자체를 모르거나 치료제가 없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
치료제 존재 여부에 관계없이 유전병 환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부 유전병 치료에 대한 괄목할 만한 기술적 진전이 유전병 환자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시작은, 스팍세라퓨틱스사와 파이저가 공동으로 개발 중인 B형 혈우병에 대한 결과가 작년 국제학회에서 발표되면서부터다. 지금까지 사람에게서 B형 혈우병에 대한 근본적 치료를 시도한 경우는 수없이 많았지만 모두 실패했는데, 이들 기업이 시도한 사례가 거의 완치 수준의 결과를 보인 것이다. 즉, 매주 투여해야 하는 고가 치료제 없이도 지난 2년 동안 질병 관리가 가능한 상황이 된 것이다. 이들 기업이 시도한 기술은 돌연변이가 있는 문제의 유전자는 그대로 둔 채 온전한 기능을 가진 유전자를 하나 더 환자의 세포에 넣어주는 방식이다. 과거와 유사해 보이지만 실제 이들은 완전히 새로운 방식을 찾아냄으로써 이전의 실패를 딛고 이런 성공적 결과를 얻어낸 것이다. 이 두 기업은 매년 이와 관련한 결과를 발표해 오고 있는데, 부작용과 치료효과의 지속 여부에 대한 것이다.
난치성 유전병에 대한 이런 성과에 더해 불치성 유전병 치료에 대한 성과도 속속 나오고 있다. 망막색소변성증에 대한 임상시험에서 근본적 치료 가능성이 확인되고 있는 것이 좋은 예다. 뿐만 아니라, 기술적으로 가장 어렵다고 할 수 있는 근이영양증마저도 완전히 새로운 기술을 적용해 원천적 치료가 가능한 방식이 조만간 사람에게 시도되려고 한다.
가지고 태어나는 유전병은 환자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 천형은 더더구나 아니다.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신체의 질병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은 동등하고 온전한 인격체로 대우받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문화는 그러지 못했다. 다행히 기술 진보로 인해 한 줄기 희망의 빛이 보인다. 모든 유전병 환자가 건강함을 누리는 그날이 속히 오길 기대해본다.
설대우 중앙대 교수 분자세포병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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