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좋은 계절도 맑은 날과 비오는 날이 번갈아 찾아와 급속히 서늘해진다. 밤낮 기온이 10도 이상 되는 일교차 때문에 새벽에 짙은 안개가 끼는 날도 많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밤에 남편이 갑자기 산에 갈 준비를 하라고 해서 출발한 적이 있다. 서둘러 기차를 탔는데 자리는 없고 사람은 많아 신문지를 깔고 통로에 앉았다. 캄캄한 밤에 올라가는 야간산행이다. 산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하는데 나에게는 꽤 높아서 힘이 들었다. 그래도 최선을 다해 올라갔지만 막상 내려가려고 하는데 전날 비가 와서 길이 미끄럽고 혼자서는 도저히 내려갈 수가 없었다. 남편 친구들이 긴 막대기를 주워와 그 나뭇가지 앞뒤를 그들이 어깨에 메고 나는 그 막대기의 중간에서 대롱대롱 원숭이처럼 매달려 간신히 내려왔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
한국의 자연의 색은 봄에 피는 개나리, 진달래, 그리고 가을의 단풍나무처럼 화려하고 눈에 띄는 원색이 많다. 그것은 한국의 날씨가 비교적 맑은 날이 많고 햇빛이 강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 아름다운 색은 의식주에 그대로 나타난다. 한국의 전통의상인 한복은 꽃이 피는 모습처럼 참 예쁘다. 또 한국의 음식은 김치도, 생채도 예쁜 빨간색이 나와야 먹음직스럽다. 한국의 대표적 음식인 비빔밥을 보면 검은색인 고사리, 황색인 콩나물, 초록의 시금치 등 오색이 어우러져 맛있게도 보이고 영양가도 많다. 또 한국의 절에 가면 기둥이나 처마에는 계속 이어지는 무늬가 화려한 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일본의 색은 자연에서 만들어진 정감이 있는 부드러운 색이 많아서 그러한 파스텔 색을 선호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뚜렷한 색을 통해서 기를 받고 에너지를 얻고 있는 것 같다. 일교차도 연교차도 큰 한국에서는 기운이나 에너지를 잘 받고 건강하게 사는 것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인 듯싶다. 그 일교차 때문에 한국의 단풍은 진하고 참 예쁘다. 일부러 멀리 가지 않아도 길을 산책하면 단풍구경을 할 수 있다. 단풍은 하나의 노화작용이라고 하는데 이렇게나 예쁘게 노화를 진행하는 나무가 부럽기도 하다. 머지않아 색이 다 없어지는 겨울을 맞기 전에 아름다운 색을 보여주는 자연에 감사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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