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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희망을] 육아·주거 '산 넘어 산'…20대 부모 험난한 홀로서기

입력 : 2017-10-18 20:55:53 수정 : 2017-10-20 14:3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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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함보다 쓰디쓴 20대 결혼의 현실/사랑으로 결혼했는데…/사회초년생 수입으로 육아도 버거워/전·월세 전전… 내 집 마련 '언감생심'/20대 절반 이상 "결혼·자녀 가져야"/팍팍한 삶에 남녀 혼인율은 계속 감소/정부가 고통 덜어줘야/생애 첫 집 갖기까지 10년 이상 소요/청년층, 비싼 자녀 교육비도 문제 인식/전문가 "임대주택 신혼부부에 우선 공급/예비부모 위한 육아 지원 강화" 제안
#1. 경기 안성에 살고 있는 고모(25·여)씨는 세 아이의 엄마다. 2014년 6살 연상의 선배와 결혼한 고씨는 같은해 첫째 아들을 가졌다. 이듬해 둘째가 생겼고 올해 4월 막내까지 얻었다. 아이를 가진 기쁨이야 비할 바가 없었다. 하지만 출산과 육아가 이어지며 고씨의 결혼 생활은 힘겨움의 연속이었다.

특히 첫째, 둘째 아이를 키우며 감당해야 했던 ‘독박 육아’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지경이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살게 된 안성에는 아무런 연고가 없었고, 멀리 떨어져 지내는 시댁과 친정에 도움을 받을 수도 없었다.

어른들의 도움을 받아 집을 구한 건 그나마 다행이었다. 현재 살고 있는 6500만원짜리 전세는 시댁에서 일부 도움을 받아 구했다. 남편의 한 달 월급은 150만∼160만원 수준, 세 아이를 키우기가 버거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고씨는 “힘들 때가 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웃는 모습을 보면 싹 다 잊게 된다”면서도 “어린 나이에 가정을 이루고 산다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2. 네 자녀를 두고 있는 결혼 12년차 김모(37)씨 부부, 지금이야 잉꼬부부로 소문났지만 2005년 결혼을 할 당시만 해도 앞이 캄캄했다. 25살 동갑내기 아내와 아무것도 모른 채 시작한 결혼생활은 부모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속되기 어려웠다. 지금은 한 달 수입이 450만원 정도 되지만 대학생이던 결혼 당시에는 아르바이트로 번 30만∼40만원이 수입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김씨는 “요즘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이유가 결국은 결혼, 주거, 육아 등 ‘넘어야 할 산’들이 많기 때문이 아니겠느냐”며 “지금은 누군가의 도움없이 20대에 결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더 어려워진 시대 같다”고 말했다.

20대 부모들이 감내해야 하는 삶이 이렇게 힘겹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영위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경기 침체와 취업난으로 결혼, 출산을 아예 포기하는 20대들도 적지 않다. 통계청의 ‘2016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에 ‘결혼을 꼭 해야 한다’는 응답은 6.5%로 2010년 16.9%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평균 초혼 연령이 남자 32.8세, 여자 30.1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을 정도다.

◆20대 혼인건수 갈수록 떨어져…“팍팍한 현실 반영된 것”

20대에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부부들의 비율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18일 통계청의 ‘2016년 혼인 통계’에 따르면 2006년 20∼29세 남성의 혼인 비율은 전체의 약 39.1%를 차지했지만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감소해 지난해에는 24.6%를 기록했다. 20∼29세 여성의 혼인 비율은 더 큰 폭으로 떨어졌다. 2006년 전체의 약 62.6%였던 20대 여성 혼인 비율은 지난해 43.8%로 급락했다.

이 같은 현실은 경기 불황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장래에 대한 불안감, 주거와 육아비 부담 등이 작용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20대 남녀 107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2016년 청년 사회·경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을 해야 한다’는 응답은 54.3%로 나타났지만 결혼 준비를 한 경험은 전체의 9.2%에 불과했다. 결혼준비를 한 경험이 있다는 응답자 가운데서는 49.7%가 비용 문제로 결혼에 주저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자의 18.4%는 ‘미취업이나 불안정한 직업 때문에 연애를 망설인 경험이 있다’고 대답할 정도였다.

자녀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51.4%가 ‘가져야 한다’고 답했지만 경제사정은 출산에 커다란 장애물로 나타났다. 응답자들은 가장 먼저 확대해야 하는 출산정책으로 ‘자녀 교육비 부담 완화’(21.4)를 꼽았고, 가장 필요한 육아정책을 묻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을 한 응답자가 25.4%로 제일 높았다.

◆‘산 넘어 산’, 20대 부모가 부딪히는 현실

20대 부모들이 넘어야 하는 큰 산은 무엇보다 ‘주거’와 ‘육아’다. 전세, 월세를 전전해야 하는 경우가 태반이고 아이라도 가지게 되면 ‘내집 마련’은 꿈도 꾸지 못할 지경에 이른다.

국토교통부가 ‘2016년도 주거실태조사’에서 서울 지역에서 가구주가 된 이후 생애최초주택 마련까지 걸리는 시간을 표본 분석한 결과 ‘10년 이상’이 3명 중 1명인 33.2%로 가장 많았다. ‘1년 미만’이 26.1%, 5∼10년은 21.4%, 3∼5년은 10.2% 등의 순이었다. 부모 등의 도움을 받아 결혼 직후 집을 산 게 아니라면 적어도 5년, 길게는 10년 이상 노력해야 자기 집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사회 초년생들이 많은 20대에서는 자기집 마련까지의 시간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또 아이를 키우는 데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주거비용 지출은 20대 부모에게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과)는 “1∼2인 가구의 증가에 따라 정부가 청년주택이나 신혼부부 희망주택을 준비하고 있지만 현재 젊은 층을 위한 주거복지 정책은 딱히 없는 상황”이라며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주택정책이 절실하다”고 진단했다. 권 교수는 “재개발이나 재건축을 할 경우 늘어나는 용적률의 20∼30%는 임대아파트를 짓게 하는 방안을 고려해 볼 만하다”며 “이렇게 지은 임대주택의 일정 부분을 청년이나 신혼부부에게 의무적으로 공급하는 그런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준비가 덜 된 젊은 부모의 육아를 위해 정부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유미숙 숙명여대 교수(아동복지학과)는 “사회적인 관점에서 예비부모 교육부터 강화돼야 한다. 특히 어린 나이에 부모가 되는 경우에는 더욱 그렇다”며 “현재 우리나라는 이런 예비부모에 대한 복지프로그램이 전무해, 이런 틈새를 메울 대책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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